[이슈체크] 방역지원금 '납세유예' 위법 논란…관련법 놓고 ‘사분오열’

2021.11.11 15:39:45

홍남기, 경영상 어려운 사람만 납세유예…법 없는 행정 못 해
실제 납세유예 적용 기준은 사업규모…경영상 어려움 안 따진다
정유 대기업들도 유류세 납부유예로 혜택
다만, 고소득자‧대기업 일괄 유예는 전대미답
민주당, 법령해석 관련 모르겠다로 일관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지난 9일 민주당이 코로나 19 관련 전국민 방역지원금 재원을 위해 올해 초과세수를 내년도 예산으로 잡기 위해 납세유예를 발표했다. 이에 대해 행정부와 야당에서는 법적으로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이미 코로나 19 관련해 납세유예를 대대적으로 한 바 있는데 왜 방역지원금 관련해서만 안 된다고 하는 것이냐는 입장인 반면, 국민의힘과 기재부에서는 법령을 잘못 해석 하면 안된다는 입장이다.

 

 

◇ 민주당 ‘몇 번이나 납세유예한 적 있는데, 뭐가 문제?’

 

“국민의 일상 회복과 개인 방역을 지원하기 위해 전국민 위드코로나 방역 지원금의 지급을 추진하겠다.”

 


방역지원금 논란의 첫 단추는 지난 9일 국회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의 위 발언에서 비롯됐다.

 

방역지원금의 목적은 국민의 일상 회복과 개인 방역 지원이며, 총 규모는 10~15조원, 지급시기는 내년 1월, 재원은 내년도 예산으로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문제는 내년도 예산의 어느 부분을 가져다 쓰느냐를 두고 촉발됐다.

 

현재 정부 예산안은 그간 국회 상임위와 각 부처에서 협의하고 조율한 내용으로 빈틈없이 채워져 있다. 내년도 지갑이 꽉 차 있으나 다 임자가 있는 돈이란 뜻이다. 몇 가지를 취소하거나 추경을 해야 하지만, 사업 취소나 1월 추경은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꺼내든 안이 올해 초과세수 부분을 내년도 예산으로 옮기자는 안이었다. 초과세수는 잉여금으로 넘어가는 데 이걸 연내 결산(올해 지갑)에 포함하지 말고, 내년 예산(내년 지갑)에 옮겨 쓰면 빈틈이 생긴다는 것이다.

 

초과세수를 내년 지갑으로 옮기려면 내년도 세입으로 잡혀야 하고, 때문에 납세유예 아이디어까지 나온 것이다.

 

대규모 납세유예는 민주당 주장처럼 코로나 19시기 자영업자 지원을 위해 수차례 시도한 바 있다. 소득세와 유류세가 대표적이다. 때문에 문제 없을 것으로 보고 일을 추진했다.

 

현재 11, 12월에 들어올 것으로 예상되는 초과세수는 10조원 안팎이다.

 

◇ 곤란한 재정당국, 과거랑 지금 같지 않다

 

이에 대한 재정당국의 입장은 한 마디로 ‘어렵다’다.

 

민주당 말대로 과거 대규모 납세유예를 준 것은 맞고, 올해도 해주고 있다. 그런데 그 대상은 일정 규모 이하 영세사업자와 중소기업(종합소득세 및 사업소득세)이었지 고소득자, 대기업까지 미뤄준 것은 아니었다.

 

현행 세법에서는 납세유예 조건을 재난이나 경영상 어려울 때 해주는 것이라고 정해져 있다.

 

코로나 19시기 영세사업자와 중소기업들이 어려운 거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니 일괄적으로 납부유예를 해줬지만, 대기업, 고소득자까지 해줘야 한다는 건 그렇게 한 적도 없고, 그렇게 될 것이라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금년에 코로나 위기로 영세사업자와 중소기업이 어려워서 납부유예 조치를 많이 해 줬는데, 그래서 내년에 세금을 걷도록 유예해서 내년에 세수가 들어오면 내년 세입으로 잡을 수 있다”라면서 “행정부가 자의적으로 납부유예 해주면 국세징수법에 저촉된다”고 말한 것은 이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특히 납부유예를 남발하는 것은 국가 재정에 전혀 도움되지 않는데, 납세자는 세금을 내지 않는 동안 이자효과를 누리게 되고, 정부는 그만큼 이자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정부가 법에도 없는 손해를 본다면 이건 배임에 해당한다는 국민의힘 주장의 논리는 여기서 뿌리를 두고 있다.

 

◇ 돈 번 사람, 대기업 납부유예도 한 적 있다

 

다만, 이러한 지적에 대해 반론 여지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사업은 소규모라도 돈 잘 버는 사람들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임대업 등 현금이 도는 사업은 비사업용 지출을 하지 않고, 건물 수선 등의 이슈가 없다면 돈이 쌓이는 업종이다.

 

또한,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 19 호황 업종은 큰 이득을 보았다. 2020년 기준 1년 사이 매출 상승률은 게임 18.4%, 미디어 14.0%, 홈퍼니싱 6.0%, 전자상거래플랫폼 55.1% 등이었다.

 

그런데도 정부는 경영이 어려워 납부할 돈이 없는 사람을 일일이 따지고 조사해서 납세유예를 한 것은 아니라 그저 사업 규모가 크고 작은지만을 따져 작으면 일괄로 납부유예해줬다.

 

이번 달만해도 136만 자영업자가 종합소득세 납부유예 조치를 받았다.

 

 

홍 부총리의 발언대로 국세징수법을 엄격히 적용하면 정말 어려운 사람만 도와줘야 하지만, 코로나 19 재난적 시기를 감안해 일괄로 유예를 해준 전력이 존재하는 셈이다. 이는 정부에 법해석, 집행 관련 재량이 분명히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방역지원금의 취지가 코로나 19로 전반적으로 침체된 민간소비를 끌어올리는 것이라면, 코로나 19가 전 세계적, 국가적 재난이라는 점에서, 경영이 어렵지 않아도 납부유예의 기준선을 끌어 올리는 것인 법에 의한 허용범위에 포함될 수 있다는 해석의 여지가 존재할 수 있다.

 

정부는 유류세에 대해서도 최근 수 년간 수 차례 납부유예한 바 있는데 정유업계의 큰 손들은 모두 재벌 대기업 소속이다. 유류는 국가 산업의 근간이며, 작은 영세업자까지 모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영역이기는 하다. 유류세 납부 유예 조치로 대기업들이 유형의 이익을 본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반론에 대해서 재반론의 여지도 존재한다.

 

과거 코로나 19 납부유예를 해준 환경과 현재 환경이 같으냐는 것이다. 과거에는 코로나 백신접종이 미약한 시점이지만, 지금은 위드 코로나가 가능할 정도로 전국민 대다수가 백신 2차 접종을 마쳤다.

 

위드 코로나 이후 확진자 수가 급증해도 2차 백신으로 인해 중증질환으로 넘어가지 않는다면, 치료제 개발로 감기 수준의 관리가 가능하다면, 재난은 어느 정도 해소가 되어 간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세계적으로도 백신 접종에 맞춰 국경문을 열기 위한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이 역시 회복세가 아직 충분치 않다는 주장(방역지원금 찬성)과 회복세가 뚜렷하다는 주장(방역지원금 반대)이 맞설 수 있지만, 이는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고소득자 소득세 납부유예는 여전히 논란이 된다.

 

소규모 자영업자에 대한 일괄 납부유예는 납부 실익을 고려한 측면이 있다. 소규모 사업자 중 경영이 어려운 사람만 솎아서 지원하려면 비용이 이익을 뛰어남는다. 납부유예로 인한 이익보다 행정비용이 훨씬 더 크다는 것이다.

 

그러나 고소득자의 경우 숫자도 훨씬 적고, 경영이 어려우면 개인적으로 납부유예를 하는 방안이 있다. 유류세 납부유예를 받은 대기업들도 신청을 해서 혜택을 받았다.

 

정부 관계자는 대기업, 고소득자도 납부유예 혜택을 받지만 그것은 법에서 정한 어려운 사람에 대해 도와주는 것이며, 어려운 지 여부를 충분히 살펴보고 납부유예를 결정한다고 밝혔다.

 

 

◇ 국민의힘 “여당발 납세유예…정부 동의하면 직무유기”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세금납부 유예에 대해 정부가 동의할 경우 직무유기로 고발조치할 계획이다.

 

정부가 지지 않아도 될 손해를 감안하는 것이기에 배임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다.

 

세금납부를 미루면 그만큼 정부가 세금을 받지 못한 기간만큼 이자수익을 개인에게 주는 것이고, 역으로 그만큼 정부는 손해를 보게 된다. 국민의힘은 그런 경우 세금의 이자까지도 구상권까지 청구하겠다며 엄포를 놓고 있다.

 

◇ 정책 내놓고 손사래 치는 민주당

 

큰 정책을 내놓았지만, 정작 정책을 추진하는 민주당에서는 법률 관련된 문제에 대해 뚜렷한 입장이 없다.

 

논란이 가열되자 11일 정책조정회의에서 박완주 정책위의장은 “국세청은 매년 분기별로 납부 유예 조치, 납부 기한 연장을 해오고 있다. 불가능한 것도, 불법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과거 납부유예 사례만 나열했을 뿐 구체적인 법률 해석에 대한 답은 하지 않았다.

 

관련해서 질의를 제시했지만, 민주당 정책실, 정책위의장실, 당 대변인 라인 등은 담당자를 알아보라며 서로 말 돌리기에만 급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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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주 기자 ksj@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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