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신경철 기자) 지난해 말 3367만여 건의 이용자 정보 유출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은 쿠팡이 3월 들어 뚜렷한 지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당초 업계 안팎에서는 대규모 ‘탈팡(쿠팡 탈퇴)’ 러시가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가 팽배했다. 하지만 불과 석 달 만에 이용자 수와 결제액이 일제히 반등하며 하락세에 제동이 걸렸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5만원 보상 쿠폰이 유발한 단기적 마케팅 효과와 더불어, 물류·멤버십 생태계에 깊숙이 종속된 이커머스 시장 특유의 ‘록인(Lock-in) 효과’가 여실히 드러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 꺾인 하락세…반등 이끈 건 ‘집토끼’
8일 모바일 앱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 등에 따르면, 지난 3월 쿠팡의 결제 추정액은 5조7136억원으로 전월 대비 12% 증가했다. 월간활성이용자수(MAU) 역시 3345만명으로 늘어, 1분기를 짓누르던 하락세가 3월을 기점으로 상승 전환했다. 또 다른 분석 기관인 모바일인덱스 조사에서도 3월 MAU는 3503만명을 기록해 1~2월의 부진을 씻어냈다.
하지만 이 같은 반등을 ‘신규 고객의 폭발적 유입’으로 해석하기는 무리가 있다. 모바일인덱스 기준 3월 신규 앱 설치 건수는 쿠팡이 46만여 건에 그치며 테무(74만건)나 네이버플러스 스토어(67만건) 등 경쟁사에 크게 못 미쳤다. 쿠팡의 실적 발표에 포함되는 핵심 지표인 ‘분기별 활성 고객(분기 내 1회 이상 구매)’ 수 역시 작년 4분기 기준 2460만명으로 직전 분기 대비 소폭 감소한 바 있다.
결국 최근의 지표 상승은 새로운 소비자가 유입됐다기보다, 실망감에 앱 접속을 뜸하게 했던 기존 고객들이 다시 돌아온 ‘집토끼의 귀환’에 가깝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 발길 돌려세운 ‘5만원 쿠폰’과 ‘대체 불가 인프라’
이탈 고객의 발길을 돌려세운 주요 배경으로는 대규모 이용권 지급과 신뢰 충격 완화가 꼽힌다. 쿠팡은 지난 1월 15일부터 피해 계정에 총 5만원 상당의 4종 구매이용권(일반상품 5000원, 이츠 5000원, 여행 2만원, 알렉스 2만원)을 순차적으로 지급했다. 실제로 유출 직후 2600만명대까지 급감했던 주간활성이용자(WAU)는 이용권 지급 이후 회복세가 가팔라지며 2700만명대를 넘어섰고, 3월 중순에는 2828만명까지 올라섰다.
정부 조사단이 3367만여 건의 정보 유출을 확인한 가운데, 쿠팡 측이 “결제 정보나 로그인 비밀번호 등 치명적인 금융 데이터는 유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밝히면서 소비자의 불안감이 다소 누그러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쿠팡이 천문학적인 자본을 투입해 구축한 ‘대체 불가 인프라’가 반등을 굳힌 근본 원인으로 작용했다. 자정 전 주문하면 다음 날 새벽 도착하는 로켓배송과 손쉬운 반품 시스템은 이미 대체하기 힘든 일상 생태계로 자리 잡았다. 무료 배달(쿠팡이츠)은 물론 강화된 전용 OTT(쿠팡플레이) 혜택까지 묶인 ‘와우 멤버십’ 역시 이탈의 문턱을 한층 높였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플랫폼에 대한 실망감이 커도, 당장의 극단적 편의성을 포기하고 다른 쇼핑몰로 완전히 이주하기가 쉽지 않은 구조다.
◆ 마케팅 꼼수 논란·공정위 조사는 넘어야 할 산
외형적 지표는 반등했지만 쿠팡이 짊어진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당장 공정거래위원회가 와우 멤버십 혜택 내 자사 서비스(쿠팡이츠) 끼워팔기 의혹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는 “5만원 쿠폰 지급은 실질적 피해 보상이 아닌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한 꼼수 마케팅이자 영업 전술”이라는 비판도 끊이지 않는다.
한 이커머스 관계자는 "최근의 지표 반등은 서비스 경쟁력의 승리라기보다 대체재가 없는 독점적 시장 구조가 빚어낸 방어전에 가깝다"며 "단기적인 숫자 회복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고도화된 보안 거버넌스 구축 등 잃어버린 도덕적 신뢰를 재건하는 것이 올 한 해 진정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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