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김장_김금자
붉던 낙엽이 계절의 강을 지나면
월동 준비하는 노부모 손길은 바쁘다
꼭 같이하자고 약속을 했건만
벌써 아버지 성화를 못 이긴 배추는
후들거리는 구십 노구처럼 숨죽어 있고
다음 날 김장거리는 보이지 않았다
냄비 속에 번들거리는 돼지앞다리
"나 먹어주라"는 듯 뒹굴뒹굴 놀고 있고
어머니 대신 배고프겠다며
먹음직한 수육을 내놓으시는 아버지
노란 배추를 뜯어
맛있게 버무린 김칫소와 수육을 얹어
볼 터지게 한입 문 입속이 향긋하다
깔끔한 성격에 김장거리가 신경 쓰인 걸까
식사도 제대로 못 하시고
늘 아프다고 누워만 계시던 아버진데
김장을 했다니 미안함이 쭈뼛거린다
꾸역꾸역 곱씹어도 목이 메던 찰나
슬그머니 내미시는 아버지 표 김치 한 통
숙성할수록 맛은 더해가겠지만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세요“

[시인] 김금자
경기 성남 거주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
대한문인협회 경기지회 정회원
저서: 시집 <가시 끝에 핀 꽃>

[詩 감상] 박영애 시인
겨울을 나기 위해 동물들이 겨울잠을 준비하듯 우리도 월동을 준비할 때 필수적인 것이 김장이었다.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 굳이 하지 않아도 되지만, 그래도 아직 까지는 김장을 준비하는 가정이 많이 있다. 김장하면서 그 안에 따뜻한 정이 오가고 이야기꽃도 피우면서 행복을 담는다. 김금자 시인의 ‘아버지의 김장’ 작품을 보며 당신의 몸도 아프면서 딸을 위해 무엇이라도 해주고 싶은 아버지의 마음이 가슴 깊이 전해온다. 그 어느 때보다 화자의 김장 김치가 맛있게 익어가고 있을 것이다.

[낭송가] 박영애
충북 보은군 거주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부이사장
대한문인협회 정회원
(현) 시인, 시낭송가, MC
(현) 대한창작문예대학 시창작과 교수
(현) 대한문학세계 심사위원
(현) 대한문인협회 금주의 시 선정위원장
(현) 시낭송 교육 지도교수
(전) 대한시낭송가협회 회장
(현) 대한시낭송가협회 명예회장
(현) 문화예술 종합방송 아트TV '명인 명시를 찾아서' 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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