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아침] 아버지의 김장

2022.02.28 06:00:00

 

아버지의 김장_김금자

 

붉던 낙엽이 계절의 강을 지나면

월동 준비하는 노부모 손길은 바쁘다

 

꼭 같이하자고 약속을 했건만


벌써 아버지 성화를 못 이긴 배추는

후들거리는 구십 노구처럼 숨죽어 있고

다음 날 김장거리는 보이지 않았다

 

냄비 속에 번들거리는 돼지앞다리

"나 먹어주라"는 듯 뒹굴뒹굴 놀고 있고

어머니 대신 배고프겠다며

먹음직한 수육을 내놓으시는 아버지

 

노란 배추를 뜯어

맛있게 버무린 김칫소와 수육을 얹어

볼 터지게 한입 문 입속이 향긋하다

 

깔끔한 성격에 김장거리가 신경 쓰인 걸까

식사도 제대로 못 하시고

늘 아프다고 누워만 계시던 아버진데

김장을 했다니 미안함이 쭈뼛거린다

 

꾸역꾸역 곱씹어도 목이 메던 찰나

슬그머니 내미시는 아버지 표 김치 한 통

숙성할수록 맛은 더해가겠지만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세요“

 

 

[시인] 김금자

경기 성남 거주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

대한문인협회 경기지회 정회원

저서: 시집 <가시 끝에 핀 꽃>

 

 

[詩 감상] 박영애 시인

겨울을 나기 위해 동물들이 겨울잠을 준비하듯 우리도 월동을 준비할 때 필수적인 것이 김장이었다.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 굳이 하지 않아도 되지만, 그래도 아직 까지는 김장을 준비하는 가정이 많이 있다. 김장하면서 그 안에 따뜻한 정이 오가고 이야기꽃도 피우면서 행복을 담는다. 김금자 시인의 ‘아버지의 김장’ 작품을 보며 당신의 몸도 아프면서 딸을 위해 무엇이라도 해주고 싶은 아버지의 마음이 가슴 깊이 전해온다. 그 어느 때보다 화자의 김장 김치가 맛있게 익어가고 있을 것이다.

 

 

[낭송가] 박영애

충북 보은군 거주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부이사장

대한문인협회 정회원

(현) 시인, 시낭송가, MC

(현) 대한창작문예대학 시창작과 교수

(현) 대한문학세계 심사위원

(현) 대한문인협회 금주의 시 선정위원장

(현) 시낭송 교육 지도교수

(전) 대한시낭송가협회 회장

(현) 대한시낭송가협회 명예회장

(현) 문화예술 종합방송 아트TV '명인 명시를 찾아서' 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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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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