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 5G 요금제 논란, ‘보편요금제’로 불붙나?

2019.03.19 10:55:11

과기정통부, SKT 5G 요금제 반려…“저가 구간 요금제 없다”
업계 “5G 특성에 맞지 않아” vs 시민단체 “요금 인상 반대”

 

(조세금융신문=김성욱 기자) 5G 전용 스마트폰과 요금제 출시를 앞둔 가운데 벌써부터 요금 인하 요구가 거세다. SK텔레콤의 5G 요금제 퇴짜가 ‘보편요금제’ 논쟁으로 옮겨붙는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월 3~5만원대 중·저가 요금제를 권고한 것에 대해 사실상 5G 보편요금제 강수로 해석하고 있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5G 역시 누구나 보편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최저 2만원대 요금제가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다. 업계는 서비스 초기인 만큼 대량 데이터 사용자를 타깃으로 한 7만원대 요금제를 준비해왔다. 이를 철회하고 저가 구간 요금제를 내놔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 막 네트워크 구축이 시작된 5G는 막대한 투자비가 소요된다. 당분간 기존 LTE 서비스와 함께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 이미 약정할인 등을 감안할 때 LTE 보편요금제가 있는데도 신규 서비스에 저가 요금제 출시를 강제하는 것은 과도한 요구라는 지적도 있다.

 

“LTE보다 데이터 제공량 많아”…이통사 고민


19일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SK텔레콤이 지난 5일 이용약관심의자문위원회에 제출한 5G 요금제는 최하 구간이 ‘월 7만5000원에 데이터 150GB’ 제공이다. 이를 같은 SK텔레콤의 LTE용 ‘T플랜’ 요금제와 비교하면 5G 요금제 데이터 제공량이 LTE용보다 많다.

 

월 6만9000원의 ‘T플랜 라지’의 경우 100GB의 데이터를 제공하는데 이를 150GB에 적용하면 월 10만3500원이 된다. 단순 비교하면 같은 데이터양을 기준으로 했을 때 5G 요금제가 LTE보다 월 2만8500원 저렴한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K텔레콤이 인가를 신청했던 5G 요금제는 반려됐다. SK텔레콤이 신청한 5G 요금제가 대용량 고가 구간만으로 구성돼 있어 대다수 중·소량 이용자의 선택권을 제한하 우려가 컸기 때문이라는 게 과기정통부의 설명이다.

 

KT와 LG유플러스도 역시 SK텔레콤과 마찬가지로 저가 구간 요금제를 검토해야 한다. 이들은 SK텔레콤과 달리 요금제 인가 대상 사업자가 아니지만 이번 인가 결과가 사실상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3사가 과점하고 있는 이통 시장의 경우 경쟁 구조상 한 사업자가 저가 요금제를 출시하면 가입자 이탈을 막기 위해 경쟁사들도 해당 구간 요금제를 따라서 출시해야 되는 측면도 있다.

 

여러모로 이통 업계는 곤혹스럽게 됐다. 저용량을 전제로 한 저가 요금제가 대용량 데이터 소모에 최적화된 5G 통신 특성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또 인프라 구축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는 민간기업의 투자비용 회수 기회도 없어질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통상 신규 서비스는 데이터 사용량이 많은 사용자를 타깃으로 출시해 기존 서비스와 차별화를 꾀하게 된다”며 “이후 서비스 확대를 통해 요금제가 자연 떨어지는 게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로 SK텔레콤은 이번에 고가 요금 구간 5G 요금제를 준비했으나 데이터 사용량은 대폭 늘려 초기 서비스 활성화를 노렸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5G 킬러 콘텐츠인 VR·AR 서비스는 데이터를 많이 쓸 수밖에 없는데 보편요금제에선 이런 콘텐츠를 제대로 접할 수 없다”며 “5G 단말기 가격이 150만원을 상회하는 상황에서 보편요금제의 개념을 도입하는 것도 시장의 수요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저가 구간은 LTE로 충분…5G 초기 활성화가 우선

VR·AR, 실시간, 초고화질 등의 특성을 가진 5G 콘텐츠를 즐기려면 대용량 데이터 소모가 필연적이다. 이 시장에서 저용량-저가 요금제는 존재 의미가 크지 않다. 특히 카카오톡과 같은 모바일 메신저처럼 전 국민이 사용하는 일종의 보편적 성격의 서비스는 데이터 소모량이 적고 이같은 저가 요금 구간 이용자는 기존 LTE로도 충분히 이용할 수 있다.

 

때문에 초기 5G 시장은 대용량 데이터를 소비하는 ‘헤비 유저’나 매니아층 중심으로 형성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이다. 저가 요금제는 이들을 중심으로 5G 초기 시장이 안정화되고 5G가 보편 서비스로 자리 잡으면 그 이후에 고려해도 늦지 않다는 논리다.

 

그렇다고 5G 저가 요금제에 데이터 제공량을 LTE보다 늘리는 것은 서비스 진화 및 신규 서비스 특성을 고려할 때 적절치 않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보편적 수준으로 제시한 데이터 제공량이 있는데 5G라고 더 많은 데이터 제공량을 요구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며 ““통신요금 외에도 5G 단말기의 높은 가격을 감안할 때 5G에 보편성을 강요하기는 어려운 대목”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저가 요금제를 원하는 이용자들을 위한 상품은 이미 LTE에서 다 확보돼 있는 상황”이라며 “보편요금제가 일시적인 요금인하 효과로 나타날 수 있지만 이통사 수익이 악화되면 중장기적으로 소비자 후생 감소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소비자연맹·소비자시민모임·민생경제연구소·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지난 14일 서울 중구 을지로 SK텔레콤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G 단말기 가격과 요금 인하를 주장했다.

 

이 자리에서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통신 서비스의 공공성을 감안할 때 통신비 인하 여력이 있다”며 “2~4만원대 5G 요금제도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5G 중·저가 요금제 출시 외에도 ▲저가 요금제 데이터 제공량 확대 ▲정부의 요금 인가제 폐지법안 철회 ▲고가 단말기 구입 비용 부담 완화를 위한 분리공시제 도입 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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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욱 기자 sukim@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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