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아침] 들에 가시는 어머니

2021.02.08 06:00:00

 

들에 가시는 어머니 / 김영주

 

이 들녘 저 들녘 넘어온 칠순 고개

굽은 허리 옷고름에 묶고

논밭에 심어놓은 자식 쓰러질까


가야 한다네

 

씨감자 섞을까 자식 발등에 종기 날까

심란한 걱정 심고 콩밭 뒤지던 고랑에 흘린

어머니 치아 누런 옥수수

종자 씨 심으러 가야 한다네

 

나는 늙어 서러운데

저 하늘의 청춘은 화평 하나니

살아온 세월에 속앓이 뜬구름에 묻고

잔병치레하는 고추밭 돌보러 가야 한다네

 

원망할 시간 일궈놓고

당신 젊음 삼킨 비옥한 흙냄새 맛보러

늦바람 오기 전에 가야만 하는 굴레

오늘도 이랑에 잠드셨나요

 

다시마처럼 탄력 있던 미끈한 피부에 다랑논 굽이 돌고

검버섯 촘촘한 얼굴 새겨둔 지난 세월 찾아

잡초 덤이 헤집는 손끝에 까만 물들이려

저 들녘으로 가시는 심정 나는 몰랐네

 

얼마나 남았을까 주름진 손에 흙냄새 사라질 날

푸른 들녘은 어머니 손 잡고 두둥실

함께 했던 고행길에 토실토실한

자식 같은 열매 찾아가시는 어머니 애처롭소

 

 

[시인] 김영주

경기 하남 거주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

대한문인협회 정회원

 

 

[시감상] 박영애

어머니의 삶이 작품 속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농촌의 고된 삶이지만 자식을 향한 사랑 만큼 직접 가꾸는 농작물에 대한 열정과 사랑을 느낄 수 있다. 그 속에 어머니의 젊음이 또 꿈이 자식에 대한 사랑이 다 녹아있음을 알기에 굽어진 어머니를 보면서 더 애잔하고 가슴이 미어진다. 마디마디 갈라지고 굽은 손 그리고 주름이 깊게 팬 야윈 얼굴을 보면서 그 삶이 얼마나 고되었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나이 들어가면서 어머니에 대한 마음이 더 깊게 다가온다. 곧 설 명절이다. 자식 보고 싶어 간절히 기다리고 있을 어머니인데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야 하는 현실이 참 슬프다.

 

[낭송가] 박영애

충북 보은군 거주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부이사장

대한문인협회 정회원

(현) 시인, 시낭송가, MC

(현) 대한창작문예대학 시창작과 교수

(현) 대한문학세계 심사위원

(현) 대한문인협회 금주의 시 선정위원장

(현) 시낭송 교육 지도교수

(현) 대한시낭송가협회 회장

(현) 문화예술 종합방송 아트TV '명인 명시를 찾아서' 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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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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