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① 집유 끝난 날 극비세무조사, 중흥건설 장남 실형 위기

2020.02.27 12:01:34

연간 1조원씩 자산 증가하며 재계 30위권 진입
공공택지 벌떼 입찰…장남 계열 이익 몰아주기 의혹
중흥건설의 원죄, 순천 신대지구 비자금 사건

매년 회사 자산이 1조원씩 증가한다면 손뼉을 쳐야 마땅하다. 그러나 자산증식에 탈세 의혹이 끼어 있다면, 박수 대신 법전을 들어야 할 것이다. 정원주 중흥건설그룹 부회장의 집행유예 종료일인 지난 2월 4일, 국세청이 중흥건설 특별세무조사에 착수했다. 매년 중흥건설의 눈부신 외형성장 뒤에는 이권사업독점 의혹, 가족명의 회사를 동원한 사익추구 의혹, 잦는 내부거래 등이 있다. 국세청이 탈세혐의를 포착, 유죄가 확정된다면 정 부회장은 실형을 피하지 못할 수도 있다. /편집자 주

 

 

매년 1조원씩 자산이 늘어난 회사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국내 부동산 자산시장은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로 잠시 침체됐다가 공공택지개발과 경제자유구역 지정, 부동산 대출규제 완화 등으로 다시 열풍이 불어 닥쳤다.

 

2008년 금융위기 후 부동산 자산시장에는 한파가 몰아닥쳤다. 주택실수요를 선행하는 전세매매지수도 내려갔다.

 


차갑게 가라앉은 시장에 군불을 때운 것은 박근혜 정부였다. 수요 측면에서는 세제지원과 금융지원이 있었고, 공급측면에서는 수도권과 세종시 등 지역에 대대적인 공공택지분양에 나선다.

 

박근혜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인 현오석 기획재정부 장관이 LH공사를 부실원흉으로 낙인찍으면서 LH공사는 주택공급과 부채비율 관리를 위해 땅을 마구 팔아치웠다.

 

중흥건설그룹도 이 바람을 탔다.

 

중흥건설그룹의 연도별 자산규모는 2012년 2조9800억원, 2013년 3조8000억원, 2014년 5조6000억원, 2015년, 7조6000억원으로 폭증했다.

 

 

3년이 지난 2018년 5월 기준 자산은 9조6000억원 규모지만, 실질적으로는 12~13조원 규모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 정창선 중훙건설그룹 회장의 차남인 정원철 시티건설(전 중흥종합건설) 대표가 자산 3조원 규모의 계열사를 가지고 계열분리를 했기 때문이다.

 

2012년부터 2018년까지 6년간 실질적으로 9~10조원의 자산이 늘어난 셈이다.

 

중흥의 입찰 성공 비결은 '벌떼' 전략...중견 건설사 독식

 

자산증식의 1등 공식은 LH공사의 공공택지 입찰이었다. 그런데 입찰 과정을 보면 이상한 대목이 눈에 띈다.

 

437대 1.

 

이것은 아파트 분양경쟁률이 아니라 인천 가정지구 5블록 용지의 경쟁률이다. 용지 하나를 차지하기 위해 437개 회사가 입찰한 것이다.

 

LH공사의 토지 분양 방식은 용도에 따라 분양방식을 달리한다. 상업용지의 경우 경쟁입찰을 통해 최고가에 토지를 분양한다. 입찰자가 낙찰받으려면 돈을 많이 써야 하는 구조다.

 

주택용 공공택지는 다르다.

 

2015년 기준 택지개발촉진법 시행령 제13조의 2에 따르면, 당시 택지의 공급은 시행자가 미리 가격을 정하고, 추첨의 방법으로 분양 또는 임대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땅 가격을 LH공사가 미리 정해 입찰참가자를 모아 추첨을 통해 낙찰자를 정하는 식이다. 땅 가격을 미리 정하면 그만큼 주택가격이 안정돼 주택실수요자들의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문제점은 1업체당 입찰참가자 수를 제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건설사들은 계열사를 동원하거나, 페이퍼컴퍼니 계열사를 수십 개 만들어서 입찰하는 ‘벌떼 입찰’이 비일비재했다. 가격은 정해져 있으니 경쟁력은 오직 ‘수’밖에 없었다.

 

입찰요건이 주택면허로 되어 있는 것도 ‘벌떼 입찰’을 부추겼다.

 

일반적으로 건설사는 건물을 지을 수 있는 ‘공사면허’가 있는 회사를 말한다. 그런데 LH공사는 투기과열지구가 아니라면 주택면허만 갖추면 누구나 입찰할 수 있도록 했다. 주택면허는 페이퍼컴퍼니에도 장착시킬 수 있는데 주택사업과 관련된 서류업무가 주이기 때문이다.

 

대기업은 이러한 벌떼 입찰에 참가할 수 없었다. 대기업들도 페이퍼컴퍼니를 만들 수 있지만, 계열사 편입 조건이 매우 까다롭다. 빈자리를 중견 건설사들이 독식했다.

 

인천 가정지구 5블록 용지 입찰내역을 보면, 반도건설은 계열사 24곳, 호반건설 계열 23곳, 우미건설 계열 18곳, 중흥건설 계열 11곳, 한양 계열 11곳, 금성백조주택 계열 10곳, 우방건설 계열 9곳 등을 동원했다. 최종 승자는 호반건설 계열이었다.

 

중흥건설은 벌떼 입찰의 강자였다. 1개 필지에 30개 넘는 계열사를 동원한 적도 있었다.

 

지난해 8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공개자료에 따르면, 중흥건설은 2018년 이전 10년간 LH공사 공동주택용지 분양사업과 관련 7조363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같은 기간 공공택지를 둘러싸고 경쟁했던 중흥, 호반, 우미, 반도, 제일 등 5대 중견건설사 전체 매출의 28.1%에 달한다.

 

분양수익은 1조9019억원, 분양수익률은 26%에 달했다.

 

다른 지자체 사업까지 합치면, 중흥건설의 수익은 더 커진다.

 

경실련 관계자는 “경실련이 집계한 것은 LH공사 주택용지 입찰 부분만이며, 지자체 등 다른 정부 사업까지는 포함돼 있지 않다”며 “중흥건설이 정부 개발사업과 관련해 얻은 이익은 경실련이 공개한 수치보다 훨씬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전매수법과 이익집중

 

현재 국세청이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국세청 세무조사가 초점을 맞추는 곳은 벌떼 입찰과 연계된 이익구조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아버지 정창선 회장이 최대주주인 중흥주택, 중흥건설산업, 중흥건설의 2014년 기준 자산총액은 1조4121억원에 달했다. 장남 정원주 부회장의 주력계열사 중흥토건과 피지배회사 중봉건설, 중흥S클래스의 자산은 1조377억원이었다.

 

2018년이 되면 상황은 정반대가 된다.

 

정창선 회장 계열 3개사의 자산은 1조3957억원으로 제자리 걸음에 불과한데, 정원주 부회장 계열사 자산은 4조4738억원으로 완전히 역전된다.

 

중흥건설의 시공평가 순위는 2010년 104위, 2012년 77위, 2014년 52위, 2016년 33위까지 솟구쳤다가 2019년 기준 39위로 낮아졌지만, 중흥토건의 순위는 2019년 17위로 아버지 회사인 중흥건설을 제쳤다.

 

여기에는 전매수법도 한몫했다.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2010년~2015년 3월 말까지 중흥건설은 계열사를 동원해 24개 필지에 당첨됐고, 이중 14개 필지를 전매했다.

 

세흥건설, 그린세종 등 중흥 계열사들은 정원주 부회장의 개인회사인 중흥토건과 중흥토건 계열사 등에 당첨받은 택지를 전매했다. 수법자체는 불법은 아니지만, 만일 헐값으로 토지를 넘겨 이익을 몰아줬다면 이는 편법의 영역에 해당할 수 있다.

 

특히 세무조사에서 주목받을 영역은 전매-공사와 자재납품-허위비용 계상-차명계좌 수익은닉의 고리다.

 

중흥건설은 택지 당첨을 위해 동원한 회사들은 가족명의의 개인회사인 점, 시행사와 시공사를 겸하며 지역 내 토목·건설 공사 및 건설자재 납품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누렸다.

 

정원주 부회장과 그의 개인회사 중흥토건 계열은 이 구조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누렸다.

 

다만, 이익만 가지고 문제삼을 수 없다.

 

차명계좌 은닉이나 허위비용 계상이 발견돼야 탈세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이번 중흥건설 세무조사의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극비에 극비, 국세청 세무조사

 

국세청은 이번 중흥건설 세무조사에서 극도의 보안에 집착했다.

 

국세청은 세무조사 시 납세자 불편을 고려해 착수 10여일 전에 조사기간, 조사대상 등 간단한 안내를 해준다. 그러나 국세청은 아무런 통보 없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이러한 불시 세무조사는 비자금, 횡령 등 상당한 수준의 회계조작 혐의를 확인했을 때에만 착수할 수 있다.

 

중흥건설 광주본사를 담당하는 광주국세청 조사1국이 아닌 서울국세청 조사4국이 세무조사를 맡았다는 것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광주국세청을 뺐다는 것은 지역유착을 배제하고, 사전에 조사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을 최대한 봉쇄했다는 뜻이다. 심지어 담당하는 서울국세청 조사4국 조사요원한테도 조사 직전에야 세무조사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이번 세무조사는 시기적으로 엄중한 측면이 있었다.

 

국세청이 세무조사에 착수한 4일은 정창선 회장의 장남 정원주 부회장의 집행유예 기간이 만료하는 날이었다.

 

정원주 부회장은 지난 2016년 2월 4일 전남 순천시 신대배후단지 개발과정에서 1000억원 상당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횡령 235억원, 배임 17억원 등 총 252억원의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확정받았다.

 

집행유예 만료일은 국세청이 세무조사에 착수한 2월 4일인데 이번 세무조사를 통해 비자금·횡령·탈세 혐의가 적발돼 수사와 재판을 통해 형이 확정된다면, 정원주 부회장은 실형을 피할 수 없다.

 

집행유예는 행위시점이 형집행 기준이기에 아무리 나중에라도 집행유예 기간 내 범행이 밝혀진다면, 바로 형의 집행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용두사미’ 순천 신대지구 비자금 사건

 

중흥건설이 LH공사 택지입찰로 성장하기는 했지만, 진짜 중흥의 기반을 마련한 것은 2006년 전남 순천시 신대배후단지(이하 신대지구) 사업이었다.

 

신대지구는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이 관할하는 6개 지구 중 주거를 담당하는 신덕지구에 속한 지역으로 경제자유구역법에 따라 외국인투자자들의 주거·생활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2006년 기획안이 확정됐다.

 

이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를 즈음 비자금, 유착의혹이 제기됐다.

 

시행사는 순천에코밸리로 중흥건설그룹이 지분 99%를 가진 회사였는데, 점점 외국인 투자자 주거공간 마련에서 내국인을 위한 단순 아파트 분양시장으로 변질하는 양상으로 변화했다.

 

처음 사업기획 당시 신대지구 주거인원은 2만1000명으로 되어 있었으나, 수차례 계획변경을 통해 2012년 시점에서는 3만명으로 늘어났다. 사업비도 1846억원에서 5600억원을 세 배 늘어났다. 외국인 학교, 병원, 유통시설 등도 빠졌다.

 

중흥건설그룹은 시행사, 시공사를 모두 맡아 독점적으로 사업을 주도했지만, 경제자유구역법에 따라 순천시와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장(이하 광양경제청)의 관리를 받아야 했다. 순천시와 광양경제청이 눈감아 주지 않았다면, 관련 비리는 벌어지기 힘들다는 뜻이다.

 

2014년 순천시의회 행정감사, 감사원 감사에서 중흥건설과 지역공무원들의 유착의혹을 제기했다.

 

검찰은 꿈쩍하지 않다가 2015년 2월 이완구 국무총리의 ‘부패와의 전쟁’ 선포가 있었던 후에야 같은 해 4월 수사에 착수했다. 그리고 1개월여 후에 비자금의 일면이 드러났다.

 

2015년 5월 26일 광주지검 순천지청 수사발표에 따르면, 중흥건설은 신대지구 개발과 관련 100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

 

정창선 중흥건설그룹 회장의 장남 정원주 중흥건설그룹 부회장(당시 사장)이 주범으로 지목됐다. 그가 개인적으로 조성한 비자금은 횡령액 235억원, 배임액 17억원 등 총 252억원이었다. 이 과정에서 최종만 3대 광양경제청장이 뇌물을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그러나 순천시 민심은 중흥건설보다 검찰의 부당함으로 들끓었다.

 

1000억원의 비자금 중 530억원의 용처는 밝혀지지 않았다. 정원주 부회장이 조성했다는 252억원 중에서도 125억원도 사용처를 확인하지 못했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수사범위였다.

 

검찰 수사의 단초가 되는 2014년 순천시의회 조사, 2014년 감사원 감사결과를 살펴보면 공무원들의 비위 행위는 신대지구 사업이 시행된 2007년 이후에 몰려 있었다. 그런데 검찰은 아직 기획단계에 있는 2007년 이전에 조성한 비자금만 살펴봤다. 

 

처음부터 검찰은 수사확대를 우려했다. 중흥건설 비자금 수사가 시작되자 호남사회에서는 당시 야당이었던 새정치민주연합 내 호남계 정치인을 수사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1000억원이란 비자금 조성에 공무원 몇 명 연루되었을 리 없다는 이유에서다. 전직 순천시장, 현역 호남계 의원 등이 거론됐다. 검찰은 정치권 수사는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관료에 대한 수사도 최소한에 그쳤다. 검찰이 기소한 것은 뇌물혐의를 받은 최종만 전 광양경제청장과 일부 순천시, 광양경제청 실무 공무원뿐이었다.

 

이중 가장 거물이라고 할 만한 최종만 전 광양경제청장의 경우 2010~2012년 사이 역임했을 뿐이었다. 당시 순천 지역사회에서는 사업이 본궤도에 오른 2013년 이후의 4, 5대 광양경제청장과 전 순천시장도 비자금과 무관하지 않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공공영역에서 활동한 A씨는 “기획단계도 중요하지만, 실제 사업 추진 후가 더 중요하다”며 “로비가 시행단계에 있을 것이란 의혹이 제기되는데도 검찰은 2007년 이전 사안의 돈 흐름을 살펴봤다”고 말했다.

 

순천지청 수사발표 다음 날인 5월 27일 30여개 순천지역 시민단체는 기자회견을 열고, ‘성역없는 수사’를 촉구했다. 이후에도 산발적인 시위가 이어졌지만, 검찰수사 방향은 바뀌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재판만 3년이 걸린다는 횡령재판이지만, 중흥건설 비자금 재판은 이례적으로 빨리 끝났다. 수사 착수시점에서 1년도 안 된 2016년 2월 2심에서 중흥건설이 손을 들고, 검찰의 재항고를 포기하면서 재판이 끝났다.

 

그렇지만 주범 중 실형을 받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정창선 중흥건설그룹 회장은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재판대에 오른 정원주 부회장은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이 확정됐다.

 

정원주 부회장의 개인회사인 중흥토건의 자산은 중흥건설그룹의 모태가 되는 중흥건설을 앞질렀다. 계열사에 남도일보, 헤럴드경제신문 등을 두면서 언론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게 됐다.

 

최종만 전 광양경제청장은 2018년 광주상의 상근부회장을 맡았다. 광주상의 회장은 정창선 회장이다. 보은인사란 비판이 제기됐지만, 광주상의와 금융당국은 최종만 씨의 광주상의 부회장직을 허가했다.

 

2015년 중흥건설 비자금 수사를 맡았던 조남관 광주지검 순천지청 차장검사는 이후 파국지세로 승진했다. 그는 현재 핵심 요직인 법무부 검찰국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전직 정치인 B씨는 2015년 검찰 수사 당시 공개활동에서 이렇게 논평했다.

 

“이완구 국무총리가 취임하던 2015년 2월, 정부는 도덕성 논란을 극복하기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런데 검찰이 진짜 수사를 하고 싶어 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대형(대기업) 부패비리보다는 미들급 부패를 몇 개 발표하는 것에서 그칠 것이다. 처벌은 세게 하지 않을 것이다.”

 

[이슈체크] 중흥건설 ②편이 이어집니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고승주 기자 ksj@tfnews.co.kr



관련기사






PC버전으로 보기

회사명 : 주식회사 조세금융신문 사업자 등록번호 : 107-88-12727 주소 : 서울특별시 은평구 증산로17길 43-1 (신사동 171-57) 제이제이한성B/D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01713 등록일자 : 2011. 07. 25 제호 : 조세금융신문 발행인:김종상 편집인:양학섭 발행일자 : 2014. 04. 20 TEL : 02-783-3636 FAX : 02-3775-4461 Copyright @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