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양학섭 기자) 보통 공동주택에 주거 할 경우 대부분 관리비를 내며 생활하고 있다. 관리비란 입주자들이 공동주택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데 드는 비용으로, 대부분 외부 전문업체에 의뢰하여 주민들의 안전을 위한 경비업무나 각종 부대시설을 관리하는데 소요되는 경비를 말한다.
우리가 살면서 번듯한 내 집을 갖고 싶어 하는 것은 모든 서민들의 꿈이다. 주택 마련은 보통 건설사가 새로 지은 주택을 분양 받거나 부동산을 통해 아파트 등을 직접 구매하기도 한다. 그러나 법원에 나온 경매물건을 시세보다 싸게 낙찰 받아 집을 마련한 경우도 있다.
특히 경매에 나온 물건들은 대부분 은행에서 대출받은 돈을 제대로 갚지 않아 악성채무자로 분류되어 경매로 넘어간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이런 물건(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관리비도 함께 장기 연체된 상태로 경매에 넘겨진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새로 낙찰 받은 공동주택이 관리비가 장기 연체된 상태였다면, 낙찰자는 연체된 관리비를 어디까지 책임져야 할까?
대법원 2015. 5. 28. 선고 2014다81474 판결 [관리비]
1개월 단위로 집합건물의 관리비 채권에는 3년의 단기소멸시효가 적용된다. 민법 제163조 제1호에서 정한 ‘1년 이내의 기간으로 정한 금전 지급을 목적으로 한 채권’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다만 건물 관리단 측에서 관리비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하면 소멸시효가 중단되고, 판결이 확정된 때로부터 10년의 소멸시효가 다시 진행된다(민법 제165조, 제170조).
전(前) 구분소유자의 체납관리비를 그 특별승계인이 승계하도록 하는 관리규약은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집합건물법’) 제18조에 따른 것으로서 유효하다(대법원 2006. 6. 29. 선고 2004다3598 판결). 집합건물법 제18조에 따르면 공유자가 공용부분에 관하여 다른 공유자에 대하여 가지는 채권은 그 특별승계인에 대하여도 행사할 수 있다고 되어있다.
문제는 전 구분소유자에 대한 관리비 채권의 소멸시효가 중단된 경우, 그 중단의 효력이 특별승계인에게도 미치느냐는 것이다.
사실 관계
A씨는 집합건물(이하 ‘이 사건 건물’)을 2005년 2월 소유권을 취득했고 2006년 9월경부터 이 사건 건물의 관리비를 연체했다. C회사는 집합건물을 관리하는 회사로 2008년경부터 2013년경까지 A씨에게 약 6차례에 걸쳐 2007년 5월부터 2013년 4월까지의 미납관리비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해 각각 승소판결을 받았다.
한편, B씨는 2013년 2월 임의경매 절차를 통해 이 사건 건물의 소유권을 취득했다. 집합건물의 관리규정에는 입주자가 변경된 경우 미정산된 미납관리비는 새로 입주한 사용자가 승계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C회사는 2013년 7월 위 관리규정을 근거로 B씨에게도 A씨가 미납한 관리비를 지급하라며 사건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B씨는 소송에서 2010년 7월 이전에 발생한 관리비 채권은 3년의 시효기간이 도과해 시효소멸 됐다고 주장하였고, C회사는 A씨에 대한 승소판결이 확정되어 소멸시효가 중단되었다고 주장하며 미납한 관리비를 B씨에게 청구했다.
(원심판결-서울남부지방법원 2014.10.30. 선고 2014나6287 판결)
원심은 A씨에 대한 소멸시효 중단의 효력이 특별승계인인 B씨에게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구분소유권의 특별승계인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전 구분소유자의 채무를 중첩적으로 인수하므로 전 구분소유자와 부진정연대관계에 있고, 부진정연대채무에 있어서는 채무자 1인에 대한 이행청구 등 소멸시효 중단사유가 다른 채무자에 대하여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대상판결의 요지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심 판결을 파기하였다.
민법 제169조는 ‘시효중단의 효력은 당사자 및 그 승계인 간에만 효력이 있다’고 정하고 있다. 여기서 당사자라 함은 중단행위에 관여한 당사자를 가리키고, 승계인이라 함은 시효중단에 관여한 당사자로부터 중단의 효과를 받는 권리 또는 의무를 그 중단 효과 발생 이후에 승계한 자를 뜻하며 포괄승계인은 물론 특정승계인도 이에 포함된다(대법원 1997. 4. 25. 선고 96다46484 판결 등 참조). 피고는 전 구분소유자로부터 시효중단의 효과를 받는 의무(관리비 납부의무)를 그 중단 효과 발생 이후에 승계한 자로서, 위 조항에 따라 시효중단의 효력을 받는다.
대상판결의 의미...'집합건물 낙찰시 관리규정 꼼꼼히 살펴야 낭패 안본다'
원심판결이 선고된 뒤, 집합건물을 낙찰 받은 이들의 관리비 승계 범위에 관한 논란이 많았다. 관리비 채무의 승계 자체가 자기책임의 원칙에 반하는 규정임을 고려할 때 원심판결과 같이 승계범위를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도 있었다. 그러나 집합건물 관리자 입장에서는 소멸시효 중단 조치를 취했음에도 소유자가 바뀌게 되면 시효 중단 주장을 할 수 없게 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대상판결은 전 소유자에 대한 소멸시효 중단의 효력을 새로운 소유자에게도 주장할 수 있다고 판결함에 따라 논란을 잠재웠다.
결국 대법원은 소멸시효 중단의 효력을 받는 자의 범위에 관한 종래의 입장에 충실한 판결을 내린 것이다. 집합건물에 새로이 입주하려는 사람이 관리규정을 제대로 살피지 않으면 전 소유자가 오래 전에 미납한 관리비까지 모두 부담할 위험이 있다. 이번 판결은 임의경매절차에서 낙찰을 받아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입주자로서는 입주하기 전에 관리규정과 미납관리비에 대해서 자세히 확인 할 필요가 있다. 잘못하면 사용하지도 않은 관리비를 부담하는 억울한 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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