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지방종합주류도매업협회 박찬중 회장은 주류냉장고를 비롯해 내구소비재의 무상 제공이 근절돼야 한다는 말로 대화를 시작했다.
박 회장은 “내구소비재의 무상지원 및 관리비용 증가로 도매업체들의 경영 부실이 심각한데도 출혈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며 “내구소비재의 무상지원을 없애는 것이 주류도매 업계의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박 회장의 지적처럼 주류냉장고(냉장쇼케이스) 등 내구소비재의 무상지원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한 수준이다.
내구소비재란 주류를 취급하고 있는 모든 업소 및 소매점에서 사용하는 비품으로 주류냉장고, 냉동고, 제빙기, 와인셀러, 수평쇼케이스, 주방용냉장고 등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대중음식점이나 주류를 취급하는 업소는 주류 거래를 조건으로 주류도매사에 이들 비품의 무상지원을 요구하고 있으며, 주류도매사들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이들 비품을 공급하고 있는 상태다.
주류냉장고는 원래 음식점이나 주류 취급 업소에서 자체 구입하거나 음료, 아이스크림 우유회사 등에서 유·무상으로 공급하는 냉장고를 이용하는 정도였다. 그러다 1994년 두산그룹이 경월소주를 인수하면서 진로와 소주시장 쟁탈전이 시작되고, 진로의 카스맥스 출시로 맥주업계가 3파전이 되면서 주류제조사에서 직접 업소나 소매점에 주류냉장고와 간판 등을 경쟁적으로 공급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후 내구소비재의 무상지원 부담이 커지면서 과도한 마케팅 비용에 부담을 느낀 주류제조사는 과열경쟁 차단 명분으로 정부기관과 합의를 통해 무상지원을 법적으로 중단시켰다. 그 결과 내구소비재 무상지원 부담은 고스란히 도매업체가 떠안게 됐다.
내구소비재 무상지원 중단을 추구하고 있는 박찬중 회장을 만나 주류도매업계의 현안과 해결방안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주류도매업계의 가장 큰 문제점은 단연 냉장쇼케이스 등 내구소비재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과거 주류 제조사에서 제공하던 냉장쇼케이스가 이제는 주류도매업체의 부담이 되어 버렸다. 현재 냉장쇼케이스 등 내구소비재의 경우 제조사에서 매출액의 0.5%만 지원하고 나머지는 주류도매업체가 부담하고 있다. 자영업자의 증가로 늘어나는 업소 수를 생각한다면 이는 엄청난 금액이 될 수밖에 없다.
처음에는 주류냉장고와 간판 정도만 무상지원했지만 이제는 냉동고, 제빙기, 컵 냉장고, 와인셀러, 주방용냉장고, 파라솔 등으로 점점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도매업체 입장에서는 싫어도 거부할 경우 거래 업소들이 대부분 무상지원하는 곳으로 가려고 하기에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을 이용해 자금력을 갖춘 도매업체들이 시장을 독점하면서 다른 업체들은 갈수록 경영 압박을 크게 받고 있다는 실정이다.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한데 대책은 없나
업소에 가보면 주류냉장고가 과잉공급되면서 주류보관이라는 원래 용도 대신 다른 용도로 쓰이는 경우도 많다. 심지어 어떤 업소에서는 물수건, 물병, 야채, 반찬, 주방용 허드레용품 보관용으로 쓰고 있을 정도다. 이는 많은 업소들이 필요한 수량 외에도 추가로 냉장고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처럼 무상지원된 주류냉장고는 관리도 부실하게 되기 마련이다. 그러면 사소한 문제가 발생해도 A/S를 요구하고, 그 과정에서 주류도매업체와 마찰이 생겨 거래가 중단되는 사례도 종종 발생한다.
뿐만 아니라 주류냉장고 과다 사용에 따른 전기 사용량도 엄청나다. 국가적으로 보면 엄청난 에너지 손실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에어컨 보다 주류냉장고 등 업소용 냉장고를 규제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결국 내구소비재는 없애는게 옳다고 본다. 당장 한꺼번에 없앨 수 없다면 현재 법에서 규정한 냉장고만 무상지원해야 한다. 그렇게만 해도 현재 지원금의 절반 수준이면 충분하니 도매업체 입장에서 보면 적잖은 도움이 될 수 있다.
현재 서울지방종합주류도매업협회에서 정기총회를 통해 내구소비재 지원 중단을 추진할 예정이다. 우선 내년 2월까지 내구소비재 지원 관련 법안을 개정하고 도매사의 합의를 이끌어 낼 방침이다. 그런 다음 강력한 규제와 제재를 통해 정착되도록 할 방침이다.
만약 합의대로 시행하지 않는 업체에 대해서는 불이익을 주는 등 강력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어 내년 3월부터는 주류 냉장고를 제외한 내구소비재와 각종 비품의 무상지원을 중단하고, 2016년 3월에는 주류 냉장고를 포함한 모든 내구소비재의 무상지원을 중단하도록 할 계획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 자신부터 바뀌는 것이다. 현재 도매업계 중에서도 제조사가 100%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과 무상지원을 없애야 한다는 입장이 나뉘어 있다. 본인은 당연히 무상지원을 없애야 한다는 입장이다. 무상지원이 존속되면 도매업체나 제조사 모두에게 피해가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제조사의 수익률 및 경영상황이 예전같지 않은 상황에서 과연 제조사가 무상지원에 따른 부담을 지려고 할지도 의문이다.
서울지방종합주류도매업협회 차원에서 중점 추진하는 바는
협회가 구심점 역할을 하면서 회원들이 협회의 중요성을 느끼고 한 울타리 의식을 갖도록 하는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내부적으로는 인적 쇄신을 도모하고, 외부적으로는 회원들이 불편하게 느끼는 것이 있다면 찾아가서 해결함으로써 협회가 분열되는 일이 없도록 하고 있다.
회장으로서 현재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은 앞서 언급한 내구소비재 무상지원을 없애는 것이다. 이는 반드시 임기 내 성사시킬 생각이다. 또한 가격정책도 중점적인 추진사항으로 생각하고 있다. 안정된 가격 정책을 통해 제값받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이와 함께 부족한 협회비를 보충하기 위해 수익사업으로 차량보험과 꽃배달 서비스를 추진 또는 전개하고 있다. 더불어 공병 수수료 문제도 이슈화해 10년 동안 올리지 못한 수수료를 현실화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또한 협회지를 통한 회원과의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신문고를 통해 대응하는 방안도 실행하고 있는 중이다.
수도권 주류유통정상화위원장도 맡고 있는데
수도권 주류유통정상화위원회는 서울, 경기남부, 경기북부, 인천지역협회가 참여하고 있다. 수도권위원회에서는 회원간 조정신청이 들어오면 1차로 해당 지역의 협회장들끼리 조정을 하고, 만약 조정이 되지 않을 경우 21명으로 구성된 정상화위원회에서 조정을 하게 된다. 한마디로 영업에 있어 모든 역할을 하는 기구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수도권 소속 회원사가 전국 매출액의 51%를 차지한다. 즉, 전국의 16개 협회 가운데 4개 협회가 주류 매출을 좌지우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4개 협회가 정책을 같이해야 한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서울, 경기남부, 경기북부, 인천회장의 동의와 협조가 있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
회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바가 있다면
앞서 언급했지만 가격정책을 지키는게 중요하다. 특히 냉동고, 제빙기 등 내구소비재를 법대로 해야 한다. 내구소비재 무상 지원은 도매업 모두에게 피해가 되고 있다. 주류 마진은 그대로이거나 줄어들고 있고, 게다가 술 소비까지 정체되어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도매업체 대표들의 마인드부터 변해야 한다. 이들의 인식만 제대로 바뀌어도 업계의 사정이 훨씬 나아질 것이다.
사실 그동안은 협회를 구심점으로 하는 조정이 잘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직접 방문해 해결하고 있다. 지금까지 한 건도 미결사항이 없다는 것이 달라진 서울주류협회의 모습을 잘 말해주는 대목이다.
이와 함께 회원사 서로간의 신뢰가 부족한 실상을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같은 업종이 가장 가까워야 하는데 현실적으로는 그렇지 못하다. 내부적으로 아무리 경쟁이 치열해도 냉장고 등 내구소비재 문제와 같은 현안은 상호 신뢰와 협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나 자신부터 내가 회원에게 믿음을 줄 수 있도록 공약대로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다. 그러면 한사람 한사람 따라오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박찬중 회장은 회장의 직무에 좀더 집중하기 위해 최근 자신이 운영하는 대성주류판매(주)의 경영을 맡을 전무이사를 외부에서 영입했다. 이는 “나를 위해 종업원이 있는게 아니라 종업원들을 위한 회사가 되어야 한다” 는 평소 지론처럼 좀더 경영에 충실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박 회장은 앞으로 대성주류판매를 업계에 모범이 되는 도매업체로 운영하면서 프랜차이즈 사업에서도 어느 정도 인정받는 업체를 만들고 싶은 바람을 갖고 있다. 주류와 프랜차이즈는 같이 가기 마련이라는 지론 때문에 이미 몇몇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그이지만 “앞으로 프랜차이즈 분야에서도 론칭한 브랜드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그런 브랜드가 되게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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