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17 (수)

  • 구름많음동두천 3.2℃
  • 구름조금강릉 9.1℃
  • 박무서울 4.7℃
  • 맑음대전 7.1℃
  • 연무대구 9.7℃
  • 연무울산 10.8℃
  • 구름조금광주 9.3℃
  • 맑음부산 12.5℃
  • 구름많음고창 8.1℃
  • 흐림제주 11.3℃
  • 맑음강화 4.5℃
  • 맑음보은 6.3℃
  • 구름많음금산 7.0℃
  • 구름많음강진군 9.4℃
  • 구름조금경주시 9.8℃
  • 구름조금거제 11.2℃
기상청 제공

[인터뷰]이호식 성남세관 관세행정관, "폐기의 패러다임 이제는 재활용이다"

 

(조세금융신문=박가람 기자) 수입 맥주 4캔에 만원 시대. 수입 맥주 인기를 증명하듯 지난해 맥주 수입액은 전년보다 44.9% 늘어난 2억6309달러를 기록했다.

 

이렇게 국내로 들어와 소비되는 맥주도 많지만 유통기한이 짧은 주류의 특성상 폐기되는 맥주양도 상당하다. 2년 전 1046톤이던 수입주류 폐기 중량은 지난해 1816톤이나 폐기됐다. 이렇게 판매되지 못하고 폐기되는 물량은 세재혜택을 받을 수 있을까?

 

관세청은 ‘수입 물품에 대한 개별소비세와 주세 등의 환급에 관한 고시’에 따라 주류수입업체가 변질이나 품질불량 등으로 주류를 폐기할 경우, 수입 시 납부했던 주세와 교육세 등을 환급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수입업체가 세관에 폐기 신청을 하면 세관 직원은 폐기업체에 직접 가서 확인하고 세금을 환급해준다.

 

성남세관에서 심사징수 업무를 맡고 있는 이호식 관세행정관은 직원들이 일주일에 한 번꼴로 가던 폐기업체 방문 등 업무가 많아지자 직접 현장을 찾았다.

 

“캔·병에 담긴 맥주가 그대로 소각·매립되고 있었습니다. 유리랑 알루미늄은 재활용할 수 있는데 말이죠. 게다가 수도권매립지는 이미 포화상태라 하고….”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환급신청을 하러 온 수입업체 측이 말하길, 창고에 폐기해야 할 재고는 쌓였는데 소각 일정 잡기가 너무 어렵대요. 한 업체는 창고료만 2억원이 든다고 토로하더라고요.”

 

이 관세행정관과 직원들이 현장에서 확인해본 결과, 폐기처분될 맥주처럼 불연성 물질은 소각하면 미세먼지·다이옥신 등이 배출되기 때문에 1일 투입 허용량을 제한하고 있었다. 그런데 소각업체들이 단속을 피하기 위해 10~15일치를 모아서 한꺼번에 투입하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수입업체가 소각 일정을 잡기 어려웠던 것이다.

 

“더 좋은 방법이 없을까 해서 지역 재활용 센터며 사업장폐기 업체 등 적합한 폐기업체를 수색했지만 마땅한 곳이 없었습니다. 환경공단에도 직접 가서 물어봤는데, 아무리 찾아도 적합한 폐기업체가 없대요. 난관에 봉착한 거죠.”

 

현장의 문제점을 알아낸 이 관세행정관과 직원들은 이 같은 상황을 그냥 내버려 둘 수 없었다.

 

 

“어떻게 하면 내용물과 포장 용기를 분리할 수 있을까 연구를 많이 했습니다. 병따개 달인 영상을 찾아보기도 했어요. 인터넷에서 규모가 큰 재활용 업체를 찾아서 새로운 분리 폐기방안을 제안했지만 대부분 거절했어요.

 

그러던 중 올해 1월에 경기도 포천의 한 폐기업체로부터 새 폐기방안을 수용하겠다고 연락을 받았습니다. 직접 만나서 수차례 설득한 결과가 통했습니다.”

 

 

삼고초려 끝에 얻어낸 ‘친환경’

이 관세행정관과 직원들이 고안해 낸 폐기방안은 포천의 한 폐기업체가 재활용 설비를 제작하며 실현됐고 이후 개량과정을 거쳐 이 업체는 현재 재활용 관련 허가와 장비 특허도 받았다.

 

성과도 대단했다. 알루미늄과 유리는 재활용하고 맥주 원액은 퇴비화해 환경문제를 해결했고, 신속한 폐기처리도 가능해졌다. 기존에는 1회 10~20톤, 월 최대 20~40톤 가능했던 폐기 처리가 이제 1회 100톤, 월 처리횟수 제한 없이 가능하다.

 

자연스레 주류업체 측이 부담해야 했던 창고 보관료는 줄어들었고, 직원의 출장도 줄게 돼 행정비용도 절감효과까지 톡톡히 보고 있다. 소각비용도 이전보다 절반 정도 저렴해졌다.

 

성남세관을 찾아와 어려움을 호소했던 기업체에서는 관세청 홈페이지 ‘칭찬합시다’ 게시판에 글을 남겨 감사 표시를 했다. 이 같은 사례는 지난 9월 열린 ‘2018년 관세청 정부혁신 우수사례 공유대회’에서 우수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관세행정관의 노력으로 이제는 내용물이 들어 있는 모든 용기를 폐기하는 대신 일부는 재활용할 수 있게 됐다.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사실 이 사례뿐만 아니라 폐기되는 물품들 중에 재활용해서 쓸 수 있는 것들이 꽤 있습니다. 예를 들면 검역불합격한 수입 소고기 같은 경우엔 사료로 쓸 수 있죠. 이 부분은 검역본부와 협의해 한 번 진행해 볼 예정입니다. 전국 세관에도 이미 몇 차례 방법을 전파했고, 앞으로도 폐기의 패러다임을 재활용으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하려 합니다. 지역의 경우 사업체나 폐기업체들이 마음을 열고 새로운 방안을 받아들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문가 코너

더보기



[이명구 관세청장의 행정노트] 낚시와 K-관세행정
(조세금융신문=이명구 관세청장) 어린 시절, 여름이면 시골 도랑은 나에게 최고의 놀이터였다. 맨발로 물살을 가르며 미꾸라지와 붕어를 잡던 기억은 지금도 선명하다. 허름한 양동이에 물고기를 담아 집에 가져가면 어머니는 늘 “고생했다”라며 따뜻한 잡탕을 끓여주셨다. 돌과 수초가 얽힌 물속을 들여다보며 ‘물고기가 머무는 자리’를 찾던 그 경험은 훗날 관세행정을 바라보는 나의 태도에 자연스레 스며들었다. 성인이 되어서도 물가에서는 마음이 늘 편안했다. 장인어른께서 선물해 주신 낚싯대를 들고 개천을 찾으며 업무의 무게를 내려놓곤 했다. 그러나 아이가 태어나면서 낚시와는 자연스레 멀어졌고, 다시 낚싯대를 잡기까지 20년이 흘렀다. 놀랍게도 다시 시작하자 시간의 공백은 금세 사라졌다. 물가의 고요함은 여전히 나를 비워내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 되었다. 낚시는 계절을 타지 않는다. 영하의 겨울에도 두툼한 외투를 챙겨 입고 손난로를 넣은 채 저수지로 향한다. 찬바람이 스쳐도 찌가 흔들리는 순간 마음은 고요해진다. 몇 해 전에는 붕어 낚시에서 나아가 워킹 배스 낚시를 시작했다. 장비도 간편하고 운동 효과도 좋아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걸어 다니며 포인트를 찾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