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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21 (토)


회사 대표이사를 맡으라고 하는데…

  • 등록 2015.03.05 17:38:37

회사 대표이사를 맡고 있었던 기간 동안 모든 책임은 대표이사가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조세금융신문) 어느 회식자리에서 선배가 대표이사를 제안했다. 맡아야 할까 말아야 할까 고민이다. 지금 다니는 직장은 사장은 아니지만, 그래도 회사 내에서 위상도 괜찮고 직원들도 나를 좋아하는 편이어서 회사를 떠나지 않아도 괜찮을 형편이다. 다만 한 가지 다른 동기들은 모두 전무가 되었고, 나만 이상하리만치 풀리지 않아 승진도 포기한 상태이고, 어떤 다른 사업이라도 벌이고 싶은데 요즘 경기도 어렵고 하여 쉽게 나서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회사에서 나를 나가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연봉도 이 직장에서는 꽤 괜찮게 받고 있는 편이라서 회사를 당장 떠나야 할 상황인 것도 아니다. 그런데 선배로부터 제의가 들어왔다. 회사의 대표를 맡으면 어떻겠느냐는 것이다.

선배의 회사를 보면 이렇다. 내가 선배를 아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고향선배이긴 하지만 오랫동안 봐왔던 것도 아니다. 선배들 사이의 모임에서 잠깐 본 것 밖에는. 그런데 선배가 제의를 해온 것이다. 선배를 소개해준, 형처럼 여기는 회사의 사장님은 그 친구 사람 보는 눈이 정확하다고 말을 한다. 딴은 그렇다. 내가 사람을 사귀는 것을 좋아하고, 업무에는 냉철하리만치 치밀할 뿐만 아니라, 대인관계에서는 온화한 편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그 많던 정도 억제하고 냉혹하게 인간관계를 자를 수 있는 사람이니까. 그런데 요즘 회사 내 문제 때문에 소외감도 느끼고, 회사를 떠나야 하겠다는 생각을 몇 년 전부터 해오던 차라, 이런 선배의 제의에 솔깃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표이사를 제안한 선배는 어떤 위치일까? 요즘 우리말의 표현을 빌리자면 말 그대로 회장(Father)이다. 나는 사장이고 대표이사이니 전문경영인이고, 회장님은 회사의 실소유주이며, 명목상 회장이고, 뒷자리에서 내 모든 것을 통제하겠다는 말이다. 나는 회사를 맡아야 할까?

세무나 재무관계의 업무에 종사했던 사람이라면, 이런 경우의 상황에 대하여 분명하게 의견을 제시한다. 관리이사는 괜찮은데 사장을 맡는 것은 신중하게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한다. 그 이유인즉 이렇다.

대표이사는 법인의 등기상 대표이사로서 법인의 모든 업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영업, 재무, 노무, 기타 등 회사의 운영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상황에 대하여 권한을 갖지만 회사의 상황이 어려워질 경우에는 대표이사로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책임을 소화해야 한다. 나는 과연 이런 모든 것을 감당할 능력이 있는가?

전문경영인의 영입은 몇 가지 측면에서 일어난다. 회사의 연혁이 꽤 있고, 회사의 역량 또한 상당한 생존능력을 갖추고 이윤 또한 상당히 많이 발생되는 부채가 거의 없는 우량회사에서 실제적인 경영주가 회사의 경영보다 다른 일에 관심이 많아서 대표이사인 사장을 영입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또 다른 하나는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여 회사의 경영을 전문인에게 맡김으로서 회사를 성장시키기 위해서거나, 회사가 지금 어려운 여건과 상황에 있어 재무적 요건이 거의 퇴출 일로인 경우 회사의 부활을 위하여 전문경영인을 영입하는 경우이다.

회사의 대주주는 회사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하여 전문경영인의 영입을 필요로 하게 되고, 대표이사에게 막중한 권한과 동시에 그 책임을 부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회사가 처한 여건은 업종에 따라 매우 다르겠지만, 제조업이라면, 환경, 노무, 세무, 영업, 검찰, 경찰 등 다양한 인맥과 업무영역을 필요로 하기 마련이다.

모든 세상사가 다 그렇기 마련이겠지만, 이 모든 일들은 인맥 관계와 아주 부드러운 인간관계와 신뢰에 의하여 형성되는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특히 재무적 상황에서 회사의 대주주는 전문경영인에게 모든 사업을 맡겼다하더라도, 정기적으로 재무적 보고를 받으려 할 것이고, 전문경영인은 회사의 영업 전략과 모든 회사의 경영상황을 보고하는 것이 맞다. 여기까지는 교과서가 기술하고 있는 전문경영인과 대주주의 관계이다.

그렇다면 실제는 어떨까? 우리나라의 경영관례상 대주주는 회장이란 이름으로 모든 서류에 사사건건 결재하고, 경영의 전반에 간여를 하고 권력을 행사한다. 이것까지도 좋다. 그렇다면 재무적 관점에서는 어떨까? 대주주인 회장이 전권을 행사하지만, 그 책임은 경영인의 책임으로 돌아가는 구조로 갈 수가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회사의 자금에 대한 사적 사용이다. 이는 고질적인 우리나라 기업의 재무적 병폐이다. 기업의 돈은 기업의 것이다. 법인은 상법상 독립된 인격으로써 모든 돈의 흐름이 지출원인행위에 따라서 지출되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 기업의 재무구조를 들여다보면 대부분의 법인들의 내부 상황은 대표이사의 가지급금과 가수금 형태로 법인의 돈이 들락거림을 알 수 있다. 이는 기업의 경영투명성 문제와도 관련이 있지만, 기업의 도덕성 문제와도 관련이 있다. 법인의 이러한 형태의 자금운영은 어느 특정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부분의 기업의 흐름이 그렇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모든 기업의 대부분이 이런 재무 흐름을 보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회계처리와 세무처리상 조치는 가지급금에 대하여 인정이자를 부여하고 회사의 수익금으로 계상토록하여 법인세를 부과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세무회계 처리의 문제일 뿐이다. 법인의 돈이 임의로 들락거렸다는 것, 영업상 로비자금으로 여기저기 썼다는 것, 세무회계상은 가지급금 인정이자의 수익금 계상, 대표이사의 상여금으로 지급된 것으로 보아 인정상여 처분 등으로 고액의 세금을 부과하고 끝날 일이지만, 형법의 법리상으로는 공금횡령과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빠져나갈 수 없는 법적 책임을 떠안을 수 있는 것이다.

기업의 역사가 오래된 회사이고, 앞으로도 탄탄한 재무적 구조를 가지고, 영업이익도 지속적으로 창출될 수 있는 회사라면 문제가 없겠지만, 회사가 노무적 문제에 시달리고, 법적 구속력을 지속적으로 받는 회사라면, 이 분야의 최고 전문가가 아니라면, 좀 더 대표이사를 맡는 일에 신중에 신중을 더하여야 한다.

기업 경영이 조금 불안하고, 언제 부도날지 모르거나, 회사의 경영이 위기적 상황에 있다면, 그 분야의 최고 전문가라 하더라도 회사가 문을 닫을 때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회사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었던 기간 동안의 모든 책임은 대표이사에게 고스란히 떠안기게 되는 것이다. 회사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었던 기간 동안 예기치 않은 로비자금이나, 지출원인이 없었던 곳에 대한 자금의 지출 등이 일어나고 회사가 폐업된 경우에는 후일, 예기치 않은 대표이사에 대한 인정상여 처분으로 고액의 세금을 부담할 수 있음도 알고 대표이사직을 수락하여야 한다는 점은 꼭 명심하여야 할 일이다. 

이일화 도봉세무서 재산법인납세과장

학 력 : 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계획학 석사, 경영학 석사
이 력 : 국세청 법인납세국, 서울지방국세청 징세법무국 등
저 서 : «부자의 습관부터 배워라» 등
이메일 : ihlee2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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