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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리뷰] 회색빛 도시를 울리는 ‘천변카바레’의 꿈

(조세금융신문=김명진 기자) 천변 자락을 뛰노는 아이들부터 빨래를 널고 있는 아낙네들까지 인간의 탐욕이 부른 참혹한 전쟁의 결과 속에서도 그들은 평범한 하루를 살아간다. 폐허가 되어버린 일상의 무게는 치장 없는 민낯으로 감내하고, 눈앞에 맞닥뜨린 암담한 현실은 그저 스쳐 지나가기를 바라며 희망 가득한 미래를 꿈꾼다.


1970년대, 천변 거리에는 콘크리트 건물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낸다. 황폐해진 도시의 재건 수단이 목적으로 변색되어 인간의 가치에 앞선 물질만능주의를 만들어냈다. 도시 전체의 얼굴은 변하기 시작했고, 회색빛 도시는 수많은 부자의 탄생을 알렸다.


여기에 서울을 동경하며 물질만능주의에 줄을 선 한 남자가 있다.


가을밤 적막을 넘어 배호 선생의 노래를 흥얼거리며, 서울행 기차에 올라 탄 한 남자의 팍팍한 서울살이를 지켜보자.


화려한 네온사인, 눈부신 천변의 밤거리는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오늘도 춘식은 쟁반위에 술잔을 가득 담아 손님들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한다.


이곳은 춘식을 찾는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오늘도 천변카바레를 찾은 십팔번 테이블 손님은 억지웃음을 강요하고, 시골 촌놈 춘식은 졸지에 화풀이 대상으로 전락해버린다. 청운의 꿈은 춘식을 골방으로 데려가더니 고달픈 생활을 이어가도록 만들었다. 지칠 대로 지쳐버린 춘식은 한달음에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견디고 사는 것도 서울의 삶이라고 생각하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암담했던 춘식은 배호 선생의 죽음을 만나 성공의 기회를 엿보게 된다. 꽃도 피우지 못한 채 쓰러져간 유명 가수의 인기를 등에 업고, 그의 영광을 재연하며 방향도 목표도 잃은 채 그저 성공을 위한 여정을 시작한다.


더 이상 춘식은 시골 촌놈도, 남들의 수모와 멸시를 감당해야 하는 웨이터도 아니었다. 객석을 가득채운 사람들은 춘식을 마주할 때마다 ‘배호’를 연호하기 시작했고, 그의 발길이 닿는 곳은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오랫동안 꿈꾸며 그리던 성공이 가짜 ‘배호’의 눈앞에 놓인 듯 보였다.


하지만 춘식 역시 누군가의 도구에 불과했다. 그에게 웃음 팔기를 강요했고, 가짜 ‘배호’를 통해 자신들의 허영심을 채우기에 급급했다. 결국 수명이 다한 춘식은 헌신짝처럼 내버려지고야 만다. 욕망에 사로잡혀 한참을 달려온 삶이 대본에 쓰인 가짜 인생임을 깨달았고, 춘식은 그제야 허망한 발걸음을 멈춰 선다.


이제 춘식에게 남은 건 텅 빈 지갑뿐이다.


허겁지겁 달려왔지만 그 길이 환상이었음을 깨닫고는 미련 없이 멈춰 섰다. 물론 지름길을 버린 춘식의 미래는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하지만 앞으로 닥칠 어려움에 주저앉지 않고, 진정한 꿈을 향해 나아갈 그의 노력에 아낌없는 성원을 보내본다.


‘천변카바레’는 어른들을 위한 선물 같은 작품이다. 다소 진부한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배호 선생의 노래를 따라 부르고 거기에 배우들의 만담까지 더해져 어린 시절 기억을 공유하며 유대감을 형성해나간다.


원작인 ‘천변풍경’이 휴머니즘을 담고 있다면 뮤지컬 ‘천변카바레’는 결코 극단적이지 않은 원작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당시 사회에 팽배했던 어둡고 음산한 부분을 들춰내 이야기한다.


하늘을 뒤덮은 회색빛 빌딩숲은 물질적 가치를 최우선으로 놓았고, 인간의 소유 욕망은 멈출 줄 몰랐다. 물질만능주의는 수많은 부자들을 탄생시켰지만 혹자는 가난과 치부를 가리기 위해 몸부림치는 고통을 겪어야만 했다.


지금의 우리는 어떠한가. 돈이라는 덫에 걸려 쉴 새 없이 움직이고, 필요에 따라 우선순위가 뒤바뀌는 세상에 살고 있다. 타인에게는 관심도 없이 오직 자신만을 위해 욕망과 야망을 드러내며 돈을 쫓는 매일이 분주하다.


분명 해야 할 일은 많다. 하지만 그것을 핑계로 더 중요한 것들을 놓치지 않았는지 한 번쯤 돌아볼 때가 되지 않았을까.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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