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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13 (금)


[전문가 칼럼]중년, 그들은 누구인가?

지금 우리나라 중년들이 온갖 시름으로 신음하고 있다. 대학을 졸업해도 미래가 불투명한 자녀를 보살펴야 하고, 부족한 살림에 각종 병치레로 고생하는 부모님들은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데 정작 본인들은 구조조정의 세찬바람에 휘청거리고 있다.


세대의 허리역할을 하는 중년이 강건해야 건강한 사회라 할 수 있을 텐데, 지금 우리 사회의 허리는 곳곳에 피멍을 안고 있다. 그럼에도 청년과 노년의 사이에 끼여 사회적 관심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한 때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를 앞두고 잠시 불던 관심도 이제는 꺼져가는 모닥불 같다.


서울시의 50+재단, 고려대의 액티브 시니어 과정 등 일부 지자체와 대학을 중심으로 중년을 타깃으로 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사회에서 차지하는 중년의 비중을 생각하면 너무나 부족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러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곳도 수도권 등 일부로 한정된다. 지방으로 가면 이마저도 없는 곳이 대부분이다. 중년을 위한 프로그램도 서울집중 현상이 극심한 나라가 우리가 살고 있는 나라다.


베이비붐 세대에 국한된 것이긴 하지만 중년에 대한 관심이 확 달아 올랐다 그마저 금새 식어버린 이면에는 중년이 누구인지, 즉 중년의 정체성에 대한 탐구의 부족이 근본적인 이유로 작용하지 않았을까! 한 학술연구정보 프로그램을 조사해본 결과 중년 관련 논문이 2,800건이 넘을 정도로 나름 학계에서는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학술논문의 특성상 특정 주제에 머무르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중년을 통합적으로 연구한 논문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인터넷 서점에서 ‘중년’을 치니 476건이나 뜬다. 시집·에세이·종교 등 중년 연구와 직접적 관련성이 적은 책들과 번역서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서적 중에는 재테크·창업·노후대비 관련 내용이 주를 이루고, 중년을 입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서적은 그리 많지 않다.


노년학은 있어도 중년학은 없는 시대! 건강한 사회의 주춧돌을 놓기 위해서는 중년에 대한 통합적·전체론적 시각이 필요하다. 한마디로 중년의 정체성, 즉 중년이란 누구인가에 대한 다면적인 연구가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 중년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를 위해서는 중년의 개념 정의가 우선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국어사전에서는 중년을 ‘마흔살 안팎의 나이, 또는 그 나이의 사람. 청년과 노년의 중간을 이르며, 때로 50대까지 포함하는 경우도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과연 오늘날 40세 정도의 사람이 자신을 중년이라 생각할지 의구심이 생긴다. 미국의 저명한 심리학자인 에릭 에릭슨은 40~65세를 중년으로, 옥스퍼드 영어사전에서는 45~64세, 미국 인구조사국에서는 45~65세로 규정하고 있다.


<서드 에이지, 마흔 이후 30년>의 저자 윌리엄 새들러 교수는 40대에서 70대 중 후반을 중년으로 본다.
이처럼 중년에 대한 정의가 다양한 것에 대해 패트리샤 코헨은 <중년이라는 상품의 역사>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중년에 대한 우리의 생각은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중년은 파악하기 어려우며, 시작과 끝도 정해져 있지 않으며, 젊음에 집착하면서도 노년으로 흘러넘쳐 들어가는 시기로 남아 있다고 여겨지는 이유다.” 한마디로 중년의 개념은 매우 유동적이라는 말이다.


생물학적 나이로 끊긴 끊어야 되겠는데, 인간의 수명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다 생물학적 나이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마저 사회적ㆍ문화적 요인에 영향을 받아 변하기 때문에 더더욱 중년을 바로 이것이라고 개념 짓기가 어렵다는 뜻이리라!


이에 용기를 얻어 필자 나름대로의 중년을 정의해보기로 한다. 우리나라의 최초 노동시장 진입연령 평균이 30세에 육박하는 현실과 구조조정의 주요 타깃이 되는 연령대, 법적 정년연령, 신체적 쇠퇴기 등을 감안했을 때 30~44세까지는 젊은 성인, 45~59세까지는 중년, 60~74세까지는 장년, 75세부터는 노년이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공교롭게도 젊은 성인과 중년, 장년 모두 15년간이다.


중년의 나이를 규정짓는 일은 중년의 정체성을 정의함에 있어 어디까지나 출발점에 불과한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들 연령대의 중년들이 어떠한 상황에 처해 있으며 공유하고 있는 생각들은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그래야만 중년이라는 하나의 동질집단(cohort)으로 묶어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중년들이 처해 있는 상황은 서두에서 밝힌 바와 같이 전형적인 낀세대로서 앞뒤 돌볼 곳은 많은데 자신의 처지는 매우 불안하다. 이미 불안이 현실화되어 매우 난처한 상황에 처해 있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이들이 무너지면 우리 사회가 무너진다. 중년의 상황에 맞는 면밀한 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우리나라 중년들이 사회에 첫발을 내디딜 때는 비교적 고도 성장기여서 별 무리 없이 직업을 가질 수 있었다. 지금의 청년들에 비하면 혜택 받은 세대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사회생활 하면서 맞닥뜨린 IMF 금융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등 각종 위기를 온몸으로 이겨내야 했다. 이제는 그들의 자녀가 성장해 어느덧 사회진출을 노리고 있으나 여의치 못하고,


그들의 부모는 생각보다 오랜 삶을 사는 은혜를 입고 있으나 경제적 궁핍이라는 큰 암초에 걸려 있다. 그리고 자신들의 앞날은 시커먼 연기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다. 단맛으로 출발했다 쓴맛을 보고 있는 게 오늘날 중년의 자화상이다.


인생에서 굵직한 단맛과 쓴맛을 다 봤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또 다른 성장을 위한 내적 에너지가 충만한 것을 뜻하지 않을까?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세대가 지금의 중년이다.


새들러 교수는 중년기는 2차 성장을 위한 시기라며, 이를 위한 여섯 가지 원칙을 말한다. 중년의 정체성 확립하기, 일과 여가활동의 조화, 자신에 대한 배려와 타인에 대한 배려의 조화, 용감한 현실주의와 낙관주의의 조화, 진지한 성찰과 과감한 실행의 조화, 개인의 자유와 타인과의 친밀한 관계의 조화가 바로 그것이다.


새들러 교수는 중년 개개인의 내면에 초점을 두고 있는데, 중년의 동력을 사회적 에너지로 끌어내기 위해서는 중년 본인뿐 아니라 사회의 역할도 크지 않을까! 건강한 사회의 주춧돌인 중년이 강건해지는 그날을 위해 사회도 함께 분발하길 기대해본다.



[손성동 프로필]

• 현) 한국연금연구소 대표
• 연금과은퇴 포럼 대표-‘꿈꾸는 은퇴와 연금’ 블로그 운영
• 삼성금융연구소
• 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 미래에셋 은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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