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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황병찬 삼일회계법인 노조위원장, 노조의 생명은 ‘존중과 협력’

회계업계 틀 바꾼 감사인지정제·주52시간제
외부감사인 책임성 강화, 직원복지향상·저가수임근절
노사협력 중요성 확대…인적 자원→인적 자본으로 진화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회계 업계가 바뀌고 있다. 감사인지정제는 회계사들을 분식회계의 협력자에서 투명한 회계정보 전달자로 되새겼다. 진화하는 전산 프로세스는 회계사의 숙련도가 더욱 중요해짐을 입증하고 있다. 주52시간제는 회계법인과 회계사 간 관계를 장기 파트너십으로 바꾸고 있다. 책임, 숙련도, 장기 파트너십. 황병찬 삼일회계법인노조위원장이 노사협력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18년 11월 업계 최초로 삼일회계법인에서 노동조합과 노사협의회가 생겼을 때 주변에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았다. 대부분의 오해는 노조를 회사와 대립관계로만 여기는 고전적 인식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2년간 삼일회계법인에서 노조·노사협의회에 함께 해온 황병찬 삼일회계법인 노조위원장의 답변은 달랐다.

 

“노조든 경영진이든 회사가 있어야 존재해야 합니다. 양자의 일차적 목적은 회사의 건전한 존속입니다. 양자가 대립할 수는 있지만, 대립이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둘의 진정한 목표는 신뢰와 협력적 파트너십이 돼야 하기 때문입니다.”

 

회계업계는 전문직종이고, 이직률이 높다. 협력을 말하기에 여건이 어렵지 않은가 하고 묻자 황 위원장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여건이 바뀌었습니다. 과거 자유수임제에 기반을 둔 외부감사제도는 독립적이어야 할 외부감사인을 피감대상인 기업에 종속시키고, 분식회계란 사회적 부패를 낳았습니다. 분식회계를 막기 위해 감사인지정제가 도입됐고, 외부감사인의 권한과 책임이 강화됐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과제가 발생합니다.”

 

“외부감사인의 책임과 권한이 무거워졌다는 것은 회계사 개인의 역할이 중요해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회사 역시 직원이 자괴감 없이 제 구실을 하게 해주려면 회사에서 일하는 것이 살 만하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끼게 해줘야 합니다. 삼일회계법인과 삼일회계 노조는 노사협의를 통해 적극적으로 주52시간제를 도입하고, 직원복지를 개선했습니다.”

 

황 위원장은 감사인지정제와 주52시간 제도가 삼일회계법인을 포함,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고 설명했다.

 

감사인지정제로 감사보수가 정상화되면서 회계법인들은 비적정 의견으로 크게 화제가 된 아시아나 항공 회계감사 파동에서처럼 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제 목소리를 내도 일감을 잃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회계업계는 높은 책임성도 부여받았다. 회계사 한 명의 성실한 판단이 중요해졌다. 회계사가 중요해지면서 대우가 달라졌다. 과거 회계사들은 법에서 정한 초과근로를 인정받지 못했다. 그러나 주52시간제 도입으로 초과근로수당을 보장받으면서 일에 대한 만족도가 올랐다.

 

감사보고서, 1분기 기업 실적 시즌이 끝나는 5월 중순의 풍경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사무실에서 졸린 눈을 비비며 일하던 시기였지만, 지금은 유럽 휴양지에서 한국인 회계사들이 우연히 만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적게는 이주일, 많게는 한 달동안 유급휴가가 주어진 덕분이다.

 

빅펌에서 소규모 저가수임 관행도 거의 사라지고 있다. 초과근로수당을 인정하지 않았던 때에는 파트너 회계사들이 거의 무조건 수임액 중 일정 비율의 소득을 가져갔다. 대신 직원들은 대가없는 강제노동에 투입됐고, 회사에 대한 불신과 높은 이직률을 야기했다.

 

주52시간제 도입은 대가 없는 야근을 몰아냈고 불합리한 저가수임을 줄여줬다. 소규모 일감들은 좀더 합리적인 형태로 소규모 회계법인으로 흘러들어 가고 있다.

 

놀라운 대목은 이직률이다. 구체적인 숫자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삼일회계법인은 올해 신입회계사선발 수를 대폭 줄일 예정으로 알려졌다. 업무 만족도가 올라가면서 이직률이 획기적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황 위원장은 감사인지정제와 주52시간제가 불러일으킨 가장 긍정적 변화를 노사 존중으로 꼽았다. “신뢰와 협력은 상호존중 속에서만 꽃을 피울 수 있습니다. 개별 인격의 존귀함은 모두 똑같기에 연령과 학연, 지연과는 무관합니다. 그리고 존중은 받아본 사람만이 베풀 수 있죠. 삼일회계법인의 노사협의회의 장점을 존중이라고 생각합니다.”

 

“삼일회계법인 노사협의회가 생긴 이후 업계에서 많은 우려가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유명무실할 거라는 생각이 적지 않았습니다. 노조위원장이 업계의 대선배격인 회사 임원들과 제대로된 소통을 할 수 있겠는가 하는 의문도 있었습니다.”

 

“부담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만, 김영식 전 회장을 포함한 삼일회계법인 임원진 분들께서는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최대한 수용하는 열린 자세를 보여주셨습니다. 노조도 회사와 신뢰구간을 형성할 수 있었습니다. 협력을 통한 시너지는 회사와 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회사가 직원을, 직원을 회사가 존중하면서 협력적 파트너십이 형성된 것입니다. 이직률이 줄고, 회사에 대한 불신도 줄어들었습니다.”

 

 

삼일회계법인은 자사의 인사부서를 인적 자본부(Human Capital, 총칭 HC)라고 부르고 있다. 통상의 회사가 인사부서를 인적 자원(Human Resource, HR)으로 이름 짓는 것과 다르다. 자원은 쓰면 고갈되는 개념을 말한다. 자원은 한계가 유한하다. 그러나 자본은 투자를 통해 새로운 가치 창출의 수단이 된다. 자본은 더 많은 자본을 만들기 위해 쓰이며, 좋은 자본은 유통될수록 더 많은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다.

 

과거 고동 경제성장기에서 회사의 업무와 책임 형태는 다소 단순했다. 지도자의 지휘에 따라 척척 맞춰 움직이면 됐다.

 

노동력은 자원 그 이상의 의미가 있기 어려웠다.

반면 복잡하게 분화된 현대 사회에서는 인적 자본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과거와 같이 업무와 역할이 고정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미래에 대비하는 회사에게는 책임성, 숙련도, 장기적 파트너십을 갖춘 인재들이 필요하다.

 

황 위원장은 미래의 회계사 역시 고도의 전문성과 책임성, 숙련도 등을 요구받는 직종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인공지능이나 데이터기술이 도입되어 회계사가 사라질 직종이라고 예단하는 미래학자들이 있지만, 현실은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원칙중심의 회계에서는 회계사의 판단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은 아직은 정형화된 데이터를 정리해서 보여주는 범위에 머무르고 있다.

 

인적 자원 대신 인적 자본을 말하는 삼일회계법인, 협력적파트너십을 말하는 노조위원장, 둘의 매칭은 단순한 우연이 아닌 필연적 과정일 수도 있다. 다만, 황 위원장의 이야기에서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노사가 협력이 잘 된다면 굳이 노조가 있을 필요가 없는 것이 아닌가. 이에 황 위원장은 다음과 같이 답했다.

 

“회계감사 업무는 자본시장의 등대 역할을 하는 준공공재입니다. 선발이나 운영에 있어서도 투명함과 공정함이 필요합니다. 삼일회계법인 노조에 대해 여러 이견과 불신, 우려가 있는 것은 압니다. 그러나 지금은 당장 협력이 잘된다고 해도 그것이 영원하다는 법은 없습니다. 과거로 돌아가지 말란 법도 없습니다. 그때 최후의 보루가 되는 곳은 어디인지 자문해야 할 것입니다.”

 

“노조가 무조건 좋은 모습만 보이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부당한 일이 있다면 노조는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공정함과 상호존중의 틀이 유지되는 내에서 협력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소홀히 하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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