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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체크] ‘견제 vs 독자운영’ ESG 시대의 노동이사제와 혈연경영

한국 ESG의 아킬레스 G…혈연 지배주의가 발목
사외이사제 유명무실, 노동이사제 부상
노동이사 객관성‧공정성‧자격이 쟁점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4일 공공부문 노동이사제 도입을 담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이하 공공기관운영법 개정안)을 의결하자 찬반 의견이 재차 맞부딪혔다.

 

공공부문 노동이사제는 공기업, 준정부기관에 한해 시도하는 실험적 시도다.

 

이번에 상임위 문턱을 넘은 법률은 근로자대표의 추천이나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은 3년 이상 근무한 인원을 이사회 비상임이사로 맞아 들이는 내용이 담겨 있다.

 

노동이사제는 OECD 36개 국가 중 18개 국가가 법률로 보장하고 있으며, 18개국 모두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이다. 영미계, 아시아계, 남미계 국가 중 노동이사제를 채택한 나라는 없다.

 

아시아계 국가로서는 중소기업 강국이라고 알려진 대만이 노동이사제를 적극 채택하고 있다.

 

노동이사제의 핵심은 추천권이다. 노동이사 후보 추천권은 대주주나 이사회가 아닌 노동자 단체에 있다. 경제계 단체에서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다. 거꾸로 말하면 노동이사 후보 추천권이 대주주에게 쥐어진다면 반대할 명분이 크게 떨어지게 된다.

 

노동이사의 역할은 기존 사외이사들과 같다. 목표는 기업 이익 확대며 경영진들에 대한 견제와 감시는 수단이다.

 

노동이사는 이사회 멤버 중 한 명에 불과하여 다수결 의결체인 이사회 내에서 독자적 결정권을 가졌다고 할 수 없다.

 

한국의 경우 2016년 서울시를 출발점으로 해서 일부 지자체들이 지분 출자를 한 기관들 일부가 노동이사제를 시행하고 있다.

 

민간 기업에서는 금융권을 국책은행 중심으로 노조가 추천하는 이사를 이사회 멤버로 구성하려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올 9월 수출입은행에서 첫 노조추천이사가 탄생했다. 기업은행은 노조추천이사제를 유관기관과의 협의 테이블로 올렸다.

 

제도적으로는 2020년 11월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내에서 노동이사제에 합의했다.

 

경사노위는 1998년 발족했으며, 근로자 대표 5명, 사용자 대표 5명, 정부 위원 2명·공익 위원 4명, 그리로 대통령이 직접 임명하는 위원장과 상임위원 각 1명으로 구성된다.

 

현재 대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모두 찬성하고 있다.

 

 

◇ 한국기업의 아킬레스 건 ‘G’

 

한국은 경영진이 주주를 대리해서 회사 이익을 극대화하는 영미계 주주자본주의, 경영진‧노동자‧지역주민 등 기업과 관련된 이해관계자들을 고려하는 유럽식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와 완전히 다른 형태를 갖고 있다.

 

한국은 출자구조를 복잡하게 꾸며 소수의 지분을 가진 대주주가 100% 전권을 행사하는 혈연 지배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적게는 1~2% 밖에 안 되는 지분으로도 ‘회사의 주인(오너)’라고 하며 주식회사를 개인이 100% 소유한 개인회사처럼 여긴다.

 

경영권을 자녀에게 넘기는 것을 왕권승계권과 동일시하여 경제학‧경영학에 없는 승계권(경영권)이란 관습적 용어가 ‘코리안 스탠다드’처럼 통용되고 있다.

 

대주주의 강한 주인의식 자체를 나쁘다고 할 수는 없으나 현대 자본주의는 소수의 혈연에 의한 가문이 지배하기에는 너무 복잡해졌다.

 

한국의 혈연 지배주의 역시 이를 보완하기 위해 유능한 경영진을 대거 영입하고 있으나, 대주주 일가에 결정권이 종속되어 있다보니 대주주 일가가 회사이익에 반하여 개인 사리 사욕을 챙기는 것을 견제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예를 들어 회삿돈으로 콘도를 사고 개인 별장처럼 쓴다던가 회삿돈을 지분투자로 꾸며 다단계 페이퍼컴퍼니의 정점에 있는 자녀 회사를 지원하여 실질적인 횡령구조를 만든다던가 등의 행위다.

 

대주주 일가가 오판한 경우 책임을 물리기도 어렵다. 영미계나 유럽식 구조에서 무능한 경영자는 쫓겨나지만, 한국의 혈연 경영은 무능한 경영자를 배제하는 장치가 없다. 영미나 유럽에서 대규모 횡령을 한 경영자는 감옥에서 머물지만, 한국 대기업 대주주 횡령 재판의 경우 집행유예로 대부분 풀려나며 형을 살아도 중간에 사면되는 경우가 상당수다.

 

이러한 횡령과 배임 끝에 1997년 외환위기 당시 IMF는 사외이사제도를 도입, 혈연 대주주 독주를 방지하려고 했다. 그러나 교수나 전직 고위공무원 등으로 구성된 사외이사들은 역으로 대주주와 결탁해 더욱 견고한 혈연 지배주의를 만들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사외이사 선임이 형식적으로는 주주총회 의결을 거치지만, 후보 추천권은 사실상 대주주 손에 쥐어져 있고, 인원도 소수라서 거수기 역할만 한다는 의심이다. 모 유력 대선후보 역시 사외이사 시절 거수기 논란에 빠진 바 있다.

 

이러한 한국 기업 지배구조는 전세계 기업투자계를 뒤흔들고 있는 E(환경)S(사회)G(지배구조)에서 지배구조 부문에서 큰 약점으로 꼽힌다. 국내 주요 로펌, 대형회계법인들은 ESG 세미나를 앞다투어 열면서도 한국의 G에 대해 가장 어렵고도 약점이 되는 부문이라며 말을 꺼린다.

 

모 대형로펌 ESG 관계자는 “환경이나 사회는 여러 법률적 쟁점을 극복하면, 국제적으로 결코 부족함 없는 수준으로 올라설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지배구조는 그 결정권을 갖는 대주주가 가장 받아들이기 곤란하고, 의지도 약한 부분이다. 공개적으로는 지배구조에 대해 언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모 회계법인 ESG 관계자 역시 “ESG경영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대주주의 의지”라면서 “다른 ESG분야들도 어렵지만, 그래도 환경이나 사회는 법제도 변화에 따라 맞추는 게 가능한데 지배구조는 대주주들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분야다”라고 전했다.

 

 

◇ 노동이사제의 부정 측면

 

노동이사제는 이사회 인사권을 장악한, 사외이사제를 유명무실하게 만든 한국의 혈연 지배주의의 대안으로 부상되고 있다.

 

노동이사제가 노동자적 관점에서 회사이익을 올리고, 노사간 소통 가교로서 기능하는 것이 가능하느냐는 의문도 나온다.

 

한국의 기형적 노조체계가 첫 지적대상이다. 한국은 사회 전반적으로 노조문화라는 것이 없고, 일부 대기업이나 제조업군에서 노조가 결성되어 있고, 노조조직률은 2016년 10.3%, 2017년 10.7%, 2018년 11.8%, 2019년 12.5%, 2020년 14.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7.8%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2020년 기준 300인 이상 사업장은 노조조직률이 53.9%지만, 100~299인은 12.3%, 30~99%는 2.7% 수준이다.

 

일부 노조의 철밥통 챙기기 수단으로 노동이사제가 전락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노조는 고용과 임금에서 노동자 권익을 대표하는 데 일부 노조의 경우 먼저 들어간 사람들의 고용과 임금만 챙기다보니 신입자들에게 상대적으로 불리하게 구조를 만든다는 것이다.

 

 

◇ ESG시대의 기업 경영

 

최근 전 세계 유통망 대란 등은 특정 기업의 경영과 노동 이슈가 아니라 전 세계를 뒤흔들 수 있는 위력을 가진 사건이라는 것을 입증했다.

 

노동이사제는 기업 경영이 특정 대주주, 또는 주주 이익만을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넓은 이해관계자까지 그려하는 ESG경영과도 일부 맞닿는 측면이 있다.

 

노동이사제가 그 자체로 ESG에서 지배구조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대안까지며, 보완수단 중 하나 정도다.

 

이번 대선에서 여야 유력 후보가 모두 필요하다고 말할 정도로 사회적 요구가 높은 상황이다.

 

여론에서는 노동이사제에 대해 결사 반대와 결사 찬성간 대립만 오가고 있다. 한국 혈연 지배주의의 부작용 해소에 도움이 되는지 또는 아닌지에 대한 연구와 논의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일부 있기는 하지만, 반대 논리는 사적 자치는 대부분 우월하고, 최소한을 넘어서는 법 제도는 비효율을 낳는다는 개념이나 노동이사제가 유럽에서도 축소된다는 단순 추세 비교에서 결론을 내리고 있다.

 

찬성 논리는 혈연구조에서 대주주가 회삿돈을 가로채거나 혈족 승계나 오판으로 회사 가치를 깎아 먹는 것을 방지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주주와 노동자 측면에서 주주권과의 충돌을 최대한 피하는 한편, 다른 채권자(노동자도 일종의 채권자)들과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한 조정 대안(이해관계자형 노동이사제)에 대한 연구가 눈에 띄지만 이 역시 여론을 통해 알려져 있지는 않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5일 입장문을 통해 “강성노조가 공공기관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공의 이익은 노조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뒷전으로 밀릴 것이 자명하다”며 “코로나19로 유례없는 경제난 속에서 (중략) 부작용 우려가 큰 노동이사제 도입을 위한 입법절차를 부디 중단해주기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공부문 노동이사제는 여야 대선후보 모두가 찬성하고 노정 간 사회적 합의를 이룬 사안임에도 정쟁의 수단으로 활용돼 국회 논의가 속도를 내지 못했었다”며 “이제 한단계를 넘었다. 공공기관의 투명 경영과 공익성 확보를 위해 기재위와 법사위, 본회의까지 무사히 통과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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