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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모뉴엘'…수출가 1만배 부풀려 1천522억 대출

월세 1800만원 빌라 거주하며 호화생활 즐겨

(조세금융신문=김태효 기자) 수출가격을 1만 배로 높게 조작해 1500억 원대의 무역금융을 부당하게 대출받은 업체가 세관에 적발됐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금융권에 엄청난 피해를 안긴 중견 가전업체 ‘모뉴엘’과 비슷한 사기수법이 사용됐으며, 대출금 중 미상환 금액이 300억 원대에 달해 대출해 준 시중은행의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서울본부세관(세관장·서윤원)은 허위·위장 수출을 통해 1522억원대의 무역금융을 부당하게 대출받고, 28억 상당을 국외로 빼돌린 혐의로 H사 대표 A씨를 관세법 및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혐의로 구속한데 이어, 해당 회사 자금담당 과장을 불구속 입건했다 11일 밝혔다. 

서울세관에 따르면, 구속된 A씨는  지난 2006년부터 올해 3월까지 291회에 걸쳐 생산원가 2만원에 불과한 플라스틱 TV 캐비넷을 개당 2억원, 총 1천563억원으로 부풀려 일본 M사로 수출신고하고, 정작 물품을 A씨의 처 명의로 설립한 미국의 P사로 발송한 후 국내은행에 허위 수출채권을 매각해 자금을 유용해 왔다. 또 채권 만기가 도래하면 다시금 위장수출을 반복해 대출금액을 상환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A씨는 특히 은행으로부터 대출받은 자금을 수입대금 명목으로 자신이 관리하는 일본 소재 페이퍼컴퍼니 명의의 계좌로 송금한 후, 이 가운데 28억원을 미국에 거주하는 본처와 자녀 2명의 주택구입비 등으로 빼돌렸다. 

또한 월세 1800만원, 관리비만 350만원인 고급 빌라에서 내연녀와 생활하면서 페라리 2대, 람보르기니 1대 등 외제차량 10여대를 리스했으며, 법인카드로 60억원의 명품·상품권 및 금괴 등을 사적으로 구매·사용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세관 관계자는 "A사는 지난 2010년부터 291회에 걸친 수출거래를 통해 1500억원 상당의 무역금융을 부당하게 수령했다“며 ”이중 347억원 상당의 금액이 현재까지 미상환돼, 금융기관의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설명했다.

또 “이번 사건이 적발되지 않았다면 금융권 피해는 계속 커질 수밖에 없었다”며 “앞으로도  ‘국부유출 수사전담팀’을 중심으로 무역금융을 부당하게 수령하고, 재산을 해외로 도피하는 국부유출사범을 집중 단속하기 위해 수출가격과 외환거래 실적 차이, 수출가격 조작 가능성 여부를 정밀 분석하는 등 면밀한 모니터링 및 추적조사를 실시하여 비정상의 정상화를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위장 수출 및 재산도피 사건 흐름도.jpg
위장 수출 및 재산도피 사건 흐름도 <자료제공=서울본부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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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금융신문=이명구 관세청장) 어린 시절, 여름이면 시골 도랑은 나에게 최고의 놀이터였다. 맨발로 물살을 가르며 미꾸라지와 붕어를 잡던 기억은 지금도 선명하다. 허름한 양동이에 물고기를 담아 집에 가져가면 어머니는 늘 “고생했다”라며 따뜻한 잡탕을 끓여주셨다. 돌과 수초가 얽힌 물속을 들여다보며 ‘물고기가 머무는 자리’를 찾던 그 경험은 훗날 관세행정을 바라보는 나의 태도에 자연스레 스며들었다. 성인이 되어서도 물가에서는 마음이 늘 편안했다. 장인어른께서 선물해 주신 낚싯대를 들고 개천을 찾으며 업무의 무게를 내려놓곤 했다. 그러나 아이가 태어나면서 낚시와는 자연스레 멀어졌고, 다시 낚싯대를 잡기까지 20년이 흘렀다. 놀랍게도 다시 시작하자 시간의 공백은 금세 사라졌다. 물가의 고요함은 여전히 나를 비워내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 되었다. 낚시는 계절을 타지 않는다. 영하의 겨울에도 두툼한 외투를 챙겨 입고 손난로를 넣은 채 저수지로 향한다. 찬바람이 스쳐도 찌가 흔들리는 순간 마음은 고요해진다. 몇 해 전에는 붕어 낚시에서 나아가 워킹 배스 낚시를 시작했다. 장비도 간편하고 운동 효과도 좋아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걸어 다니며 포인트를 찾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