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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대담-下] 세금 그랜드슬래머 이용섭 “축소 지향적 재정정책으론 복합위기 극복할 수 없다”

-감세와 긴축재정에서 탈피해 적극적 재정정책 필요
-작은 정부보다 일할 수 있는 정부 지향해야
-윤석열 정부 기간 중 조세부담률 23%대 유지해야
-종합부동산세법에서 진영논리 빼내야
-상속세 과세방식 유산취득세로 전환해야
- 대한민국의 가장 시급한 개혁과제는 정치개혁
-의료대란, 고르디우스 매듭 푸는 결단 필요

(조세금융신문=김종상 발행인 겸 대표이사) 

 

조세금융신문은 추석 연휴 중에 본지 논설고문인 조세재정 전문가 이용섭 전 광주광역시장(법무법인 율촌 고문)을 만나 최근 정부가 발표한 내년도 예산안과 향후 5년간의 국가재정운용계획, 그리고 세재개편안 등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들어봤다. 특히 현 정부가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4대 개혁(연금·교육·의료·노동개혁)이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오히려 국민들로 부터 외면을 당하고 있는 원인과 해법도 여쭤봤다. <편집자 주>

 

[특별대담-上] 세금 그랜드슬래머 이용섭 “축소 지향적 재정정책으론 복합위기 극복할 수 없다”

<下>편으로 이어집니다.

 

 

◇ 대담 : 김종상 본지 발행인/대표이사
◇ 정리 : 구재회 기자

 

Q : 일부에서는 상속세를 폐지하거나 대폭 세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들을 하는데, 이번 정부의 상속세제 개편에 대한 의견은?

 

A : 상속세 부담을 적정화하는 상속세제 개편은 꼭 필요하지만, 폐지에는 적극 반대한다. 상속세는 세금 없는 부의 세습 억제와 부의 재분배를 통한 양극화 완화 그리고 과세의 공평성 제고 및 기회균등 제고를 위해 필요한 세금이다.

 

과거에는 상속세가 재벌과 고액재산가만 내는 세금으로 생각하였으나 그간 부동산 가치는 꾸준히 상승하였으나 세율과 각종 공제 제도가 20년 넘게 거의 변화 없이 유지되면서 이제 서울에 아파트 한 채만 상속받아도 과세될 수 있게 되었다. 사망자에게 자녀와 배우자가 있을 경우 일괄 공제 5억원, 배우자 상속 공제 최소 5억원 등을 적용해 상속 재산 10억원까지는 무조건 세금을 내지 않는다. 반면 고인이 남긴 아파트 등 재산이 10억원을 넘으면 상속세 과세 대상이 된다. 상속 재산에서 공제액을 뺀 금액에 10∼50% 세율(5개 구간)을 곱해 세금을 매긴다. 또한 우리나라 상속세 및 증여세 부담은 총조세 대비 2022년 2.1%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2022년 피상속인(사망자) 348,159명 중 15,760명(4.5%) 과세

 

상속세 개편은 크게 세율 수준의 적정화와 과세방식이 큰 쟁점이다. 먼저 우리나라 명목 최고세율은 50%로 주요국 중 일본(55%) 다음으로 높다. 프랑스(45%), 미국(40%), 영국(단일세율 40%)) 등보다 최고세율이 높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번에 최고세율을 40%로 내리고 과세표준을 조정하는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과세방식은 현재 고인이 남긴 재산 전체에 세금을 매기는 ‘유산세’ 과세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데, 물려받는 사람 각자를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유산 취득세’ 방식으로 전환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8개국 가운데 상속세가 있는 나라는 24개국이다. 이 중 유산세를 택한 곳은 한국과 덴마크, 미국, 영국 등이고 나머지 국가들은 ‘유산 취득세’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유산세는 정부가 세금 걷기가 간편한 반면, 유산 취득세는 합리적이라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번 정부 세법개정안에서는 유산취득세로의 전환이 빠져 있으나 정부는 내년 상반기 중에 이를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상속세와 관련한 국제적 동향을 보면 1970년대 캐나다와 호주가 상속세를 폐지하였고 이후 2000년대 초반 상속과세가 부를 창출하기 위한 창의적 경제활동을 저해하고 또한 상속과세로 경제적 기회균등을 실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논리로 스웨덴 등 주로 유럽 국가들이 상속세제를 폐지하고 자본이득세를 도입하였다. 그러나 그동안 상속세 부담을 줄여온 국가들에서도 최근 ‘반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부의 대물림에 대한 ‘슈퍼 상속세’를 통해 청년 세대들의 세금부담을 줄여주고 불평등·불공평을 해소하자는 논의가 제기되고 있다.

 

위의 관점들을 종합적으로 감안하여 국회에서 상속세법을 심의해주기 바란다.

 

 

Q : 그동안의 말씀을 종합해 보면 주로 감세를 주장하는 보수 쪽보다는 재정의 역할을 강조하는 진보 쪽의 주장에 가까운데 진보주의자 이신가요?

 

A : 나는 진보도 보수도 아닌 혁신주의자이다. 진보나 보수와 같은 이분법적 가치나 진영논리로는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복합위기나 양극화를 극복할 수 없다. 진보와 보수를 넘나드는 융복합정책과 창조적 파괴, 소위 혁신만이 정의롭고 풍요로운 선진한국으로 가는 길이다.

 

Q : 윤석열 대통령은 4대 개혁( 연금·교육·의료·노동개혁)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데 큰 진전이 없고 사회적 갈등만 고조되고 있다. 혁신전문가인데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시급한 개혁과제는 뭐라고 생각하는가? 난관에 직면한 의료개혁의 해법은? 개혁과 관련하여 조언을 한다면?

 

A : 대한민국에서 가장 시급한 개혁과제는 정치개혁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거대 양당을 중심으로 국민이 두 진영으로 나뉘어 내전을 치르는 위기적 상황이다. 5년마다 바뀌는 새로운 정부는 앞선 정부를 적폐대상으로 몰아세우고 정책과 성과는 단절되는 나라에서 어떻게 백년대계가 가능하겠는가? 극한대립의 양당 독과점 진영정치는 망국병이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4대 개혁과제가 매우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이지만, 정치가 개혁되지 않으면 지금처럼 성과를 내기 어렵다.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양대 축은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이다. 민주주의 작동원리는 ‘합의’이고 자본주의 작동원리는 ‘시장’이다. 정치권이 민주적 합의를 통해 다양한 시장의 질서와 경기규칙을 정해주어야 시장은 신속하게 변화에 대응하고 경쟁력을 가질 수 있으며 공정성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 정치는 거대 양당의 독과점 진영정치로 인해 자기 진영 이익에만 매몰되어 갈등을 성장에너지로 전환하는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다당제에 기반을 둔 대화와 타협의 협치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우리 정치가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양 극단으로 치닫는 원인은 정치인 개개인의 자질부족 영향도 크지만, 저질정치를 부추기는 정치제도와 시스템이 더 큰 문제이다. 5년 단임의 제왕적 대통령제와 승자독식의 소선거구 그리고 정당 혁신 등을 골자로 하는 정치개혁을 통해 나라의 기본과 사회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 지금처럼 정치가 계속 사회곳곳의 갈등을 조장하고 국민의 역동성을 끌어내린다면 대한민국의 발전은 여기까지이다.

 

많은 사람들이 ‘정치개혁이 곧 국가개조의 길’이라는 점에 인식을 같이 하고 있지만 정치개혁의 동력은 너무나 약하다. 대통령과 정치 지도자들이 역사적 사명감을 갖고 개헌 등 정치개혁에 나서야 한다. 지금이 골든타임이다. 다가오는 지방선거와 대선 그리고 총선을 감안할 때 지금 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

 

지금 의료개혁은 얽히고설킨 실타래와 같다. 정상적으로는 풀 수가 없다. 정부는 고르디우스 매듭을 푸는 것처럼 체면이나 나쁜 선례에 구애받지 말고 역사와 국민만 보고 가위로 매듭을 자르는 것과 같은 과감한 발상의 전환과 결단을 해야 한다.

 

개혁과 관련하여 감히 조언한다면 “개혁관리는 전문영역이다. 강한 의지와 추진력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저항이 없는 개혁은 개혁이 아니라고 할 정도로 모든 개혁에는 저항과 갈등이 따른다. 따라서 개혁관리의 핵심은 저항관리이고 갈등관리이다.

 

아무리 개혁의 목표가 정당성을 지니고 있다하더라도 충분한 소통을 통해 이해관계자의 공감을 얻지 못하면 중도에서 실패할 확률이 높다. 또한 개혁은 그 자체가 강한 속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수단과 방법은 부드러울수록 강하고 성공확률이 높아진다. 지시하고 명령하는 식의 밀어부치기식 개혁은 성공하기 어렵다.


감사합니다.

 


[프로필] 이용섭 전) 광주광역시장은 1973년 제14회 행정고시에 합격하여 공직에 입문한 후 50여년을 청장, 장관, 청와대 수석비서관, 국회의원, 광역자치단체장 등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그리고 입법부에서 다양한 공직을 거쳤다. 특히 그는 정부 조세정책을 총괄하는 재정경제부 세제실장, 조세불복업무를 다루는 국세심판원장, 국세집행업무를 전담하는 국세청장과 관세청장, 지방세를 총괄하는 행정자치부장관에 이어 국회의원으로서 세법을 제·개정하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까지 사상 처음으로 국세와 지방세에 관한 정책·행정·입법·심판 분야를 모두 거친 조세재정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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