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이지한 기자) 지난 8월 26일 홀리데이인 인천송도 호텔에서는 ‘2024 인천지방세무사회 회직자 워크숍’이 열렸다. 상생과 화합을 다짐하는 이 자리에서는 ‘회직자가 알아야 할 회무 관련 규정’, ‘온라인 전자투표’ ‘GPT를 활용한 전문직의 미래’ 등의 다양한 주제 발표도 이어졌다. 이날 취재를 하면서 생성형 AI를 대표하는 ChatGPT 등을 세무회계 전문가들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고, 또 앞으로 어떤 또 다른 미래가 다가올까에 관심이 더해졌다.
이날 ‘GPT를 활용한 전문직의 미래’ 강의는 인성회계법인 이종헌 회계사가 맡았다. 가장 먼저 소개한 것은 AskUp(아숙업)이다. 카카오톡 채널인 아숙업을 통해 ChatGPT 무료 버전을 활용할 수 있었다. 필자도 바로 채널을 추가해서 활용해 봤다. 변화하는 세상이 한 걸음 더 다가간 느낌이 들었다. 이종헌 회계사를 만나 워크숍 참석한 세무사들의 반응과 함께 세무회계 전문가들이 앞으로 어떻게 AI를 대비하는 게 좋을까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강의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었습니다. 많은 세무사가 AI, 특히 GPT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셨어요. 질의응답 시간에는 실제 업무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들이 많았습니다. AI가 우리 업계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와 함께, 이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감도 느낄 수 있었죠.”
이종헌 회계사가 AI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도 궁금했다.
“AI, 특히 GPT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제 업무 경험과 기술에 대한 열정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우선, 저는 회계사로서 항상 업무 효율성 향상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Excel과 VBA 코딩을 통해 반복적인 작업을 자동화하고 데이터 분석을 개선하는 데 더 큰 노력을 기울여 왔죠. 2012년부터 삼일회계법인 재직시절에 신입 회계사들 대상으로 엑셀 강의 등을 진행하였고, 현재도 세무회계 실무자들을 위한 엑셀 강의를 온라인 등으로 통해 제공 중입니다.
GPT가 등장했을 때, 저는 즉시 이 기술이 우리 업계에 가져올 변화의 잠재력을 감지했습니다. 특히 자연어 처리 능력은 복잡한 세무 규정을 해석하거나 고객 질의에 답변하는 데 혁명적인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GPT가 출시된 직후인 2023년 상반기에 세무사들을 대상으로 GPT 활용 강의를 개설했습니다. 이 강의에서 GPT의 기본 원리부터 실제 세무 업무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설명했죠. 예를 들어, 세법 조항 해석, 간단한 세무 상담, 보고서 초안 작성 등에 GPT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실제 사례를 들어 설명했습니다.
이 강의를 통해 저는 동료들과 GPT의 가능성을 공유하고, 동시에 우리 업계가 이 기술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도 직접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많은 분이 관심을 보이셨지만, 동시에 일자리 대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죠. 이러한 경험은 제가 AI, 특히 GPT에 더욱 깊이 관심을 두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AI가 우리 업무를 완전히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의 역량을 확장하고 더 가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해주는 도구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AI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우리 업계의 미래이며, 우리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결정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 회계사는 AI가 세무회계 분야에 미치는 영향은 이미 현실화되고 있으며,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진단한다. 하지만 이는 세무회계 전문가 직종의 ‘소멸’이 아닌 ‘진화’를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AI는 첫째 분명히 많은 기본적인 세무회계 업무의 자동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자동환급’, ‘자동소득세신고대리’ 서비스처럼, AI는 복잡한 세금 신고 과정을 간소화하고 있습니다. 이는 특히 소상공인, 프리랜서, 개인사업자 등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죠.
둘째, 이러한 변화로 인해 일반 고객들이 기본적인 세무 업무를 직접 처리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AI 기반 서비스들이 사용자 친화적으로 발전하면서, 간단한 세금 신고나 환급 신청은 전문가의 도움 없이도 가능해질 겁니다. 하지만 이것이 세무회계 전문가의 역할이 사라진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의 역할이 더욱 고도화될 것입니다.”
그는 ‘AI를 통한 고도화된 업무 수행 가능성’에 대해 더욱 강조했다.
“AI가 기본적인 작업을 처리하면, 우리는 더 복잡한 세무 전략 수립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일정 규모 이상의 중소기업이나 복잡한 거래(새로운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에는 여전히 전문가의 조언이 필수적일 것입니다.
▲AI 결과의 검증과 해석: 앞선 여러 사례(환급자동화, 신고자동화 등)에서도 볼 수 있듯이, AI의 결과를 전문가가 이중 검증하는 과정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우리의 역할은 AI의 결과를 해석하고, 고객의 상황에 맞게 올바른 조언을 하는 역할로 변화할 것입니다.
▲고부가가치 컨설팅: 단순 세무 신고를 넘어, 기업과 오너가족의 전반적인 재무 전략과 연계된 세무 컨설팅 서비스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AI는 우리 직종을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역할을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고, AI와 협력하여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AI가 세무회계 전문가를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AI에게 정확한 답변을 얻으려면 매우 구체적이고 전문적인 질문이 필요합니다. 모든 상황을 빠짐없이 설명하고, 관련 법령까지 찾아 제시해야 합니다. 이런 수준의 질문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결국 전문가입니다.
일반인이 이렇게 상세하고 전문적인 질문을 하기는 어렵죠. 따라서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면 여전히 전문가의 지식과 경험이 필요합니다. 일반 고객들이 AI만으로 복잡한 세무회계 문제를 해결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결국, AI는 우리를 대체하기보다는 우리의 업무를 보조하는 도구로 활용될 것입니다.”
회계사나 세무사 등 전문직 종사자의 AI 활용도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도 전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업계 동향을 볼 때 현재 약 30~40% 정도의 전문가들이 어떤 형태로든 AI를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고 추정됩니다. 이러한 추정의 근거를 말씀드리면 ▲대형 회계법인의 선제적 도입: 삼정KPMG의 사례처럼, 대형 회계법인들이 ‘AI를 활용한 디지털 감사’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습니다.
이들 법인에 소속된 회계사들은 필연적으로 AI를 활용하게 됩니다. ▲업무 효율성 향상: AI 활용으로 업무가 70%가량 줄었다는 점은 AI 도입의 강력한 동기가 됩니다. 이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전문가들이 AI를 도입하게 만드는 요인입니다. ▲채용 동향 변화: 기사에서 언급된 대로, AI를 잘 활용할수록 채용에 유리해지는 추세입니다.
이는 신입 회계사들이 AI 활용 능력을 키우는 동기가 되며, 기존 회계사들도 AI 학습에 나서게 합니다. ▲경쟁력 확보: AI를 통해 모든 자료를 검토할 수 있어 정확성이 높아진다는 점은, 경쟁력 확보를 위해 AI를 도입하는 동기가 됩니다.
그러나 AI 활용의 깊이와 범위는 개인과 조직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 단순히 AI 도구를 사용하는 수준부터, 삼정KPMG의 사례처럼 AI와 인간의 역할을 체계적으로 분담하는 수준까지 다양합니다. 향후 5년 이내에 AI 활용 비율은 70~80%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이는 AI를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입니다. 회계사와 세무사의 역할은 AI가 제공하는 데이터를 해석하고, 고차원적인 판단을 내리며, 고객과 소통하는 등 더욱 전문적이고 전략적인 영역으로 진화할 것입니다.”
AI 도입 시 예상되는 문제점에 대해서는 데이터 보안과 정확성을 들었다.
“고객의 민감한 재무 정보를 AI가 처리하는 과정에서 보안 문제가 발생할 수 있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강력한 암호화 기술과 엄격한 데이터 관리 정책이 필요합니다. 또한, AI의 판단 오류로 인한 책임 문제도 있을 수 있어요.
이는 AI의 결과를 항상 전문가가 검토하고, 최종 책임은 자격증이 있는 세무사, 회계사에게 있다는 것을 강조하여야 하며, 이는 각 세무사회, 회계사회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할 것입니다. 실제로 GPT들도 답변 마지막에 관련 전문가의 조언을 들어서 의사결정할 것을 요구하니, 스스로 책임지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그럼 누가 AI를 믿고 일을 맡길 수 있을까요?”
마지막으로 세무회계 전문가가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어떤 점을 준비하면 좋을지 질문했다.
“먼저, AI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필요합니다. 프로그래밍을 직접 할 필요는 없지만, AI의 원리와 한계를 아는 것이 중요해요. 둘째, 데이터 분석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AI는 결국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동하니까요. 마지막으로, 끊임없이 학습하고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AI는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니, 우리도 그 속도에 맞춰 계속 진화해야 합니다.
세 번째,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당장 써보십시오. 그리고 경험하고, 본인에게 맞는 AI의 활용 방안을 스스로 도출해 내보는 것도 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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