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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규·판례] 대법 "조건부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 포함"…'소정 근로의 대가'

전원합의체 판례 변경…'정기·일률·고정성' 중 고정성 기준 제외
현대차·한화생명 상대 소송서 근로자측 이겨…산업계 영향 불가피

대법원 [사진=ⓒ조세금융신문]
▲ 대법원 [사진=ⓒ조세금융신문]

 

(조세금융신문=박청하 기자) 대법원이 '재직 여부나 특정 일수 이상 근무 조건을 기준으로 지급되는 조건부 정기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놨다.

 

앞서 대법원은 근로자가 받는 각종 수당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할지를 두고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을 기준으로 제시했으나, 대법원은 이 가운데 '고정성'은 합당한 기준이 되지 않는다고 판례를 변경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19일 한화생명보험과 현대자동차 전·현직 근로자가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청구 소송의 상고심을 선고하면서 '고정성'을 통상임금의 요건으로 볼 아무런 근거가 없다며 고정성 기준을 폐기하는 것으로 판시했다.

 

통상임금이란 '소정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금품'을 뜻한다. 근로자가 받을 수 있는 수당·퇴직금 규모가 이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정해진다.

 

대법원은 "근로자가 소정 근로를 온전하게 제공하면 그 대가로서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하도록 정해진 임금은 그에 부가된 조건의 존부나 성취 가능성과 관계없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즉 특정한 조건을 만족할 때만 정기 상여금을 주는 규정을 회사가 자체적으로 시행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해당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배제할 수는 없다는 취지다.

 

구체적으로 지급일 기준 재직자일 것을 요구하는 한화생명보험의 정기 상여금에 관해서는 "근로자가 재직하는 것은 소정 근로를 제공하기 위한 당연한 전제"라며 "재직 조건이 부가돼 있다는 사정만으로 그 임금의 소정 근로 대가성이나 통상임금성이 부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특정 일수 이상 근무를 요구하는 현대차의 정기 상여금에 대해서도 "소정 근로를 온전하게 제공하는 근로자라면 충족할 소정근로일수 이내의 근무 일수 조건이 부가돼 있다는 사정만으로 그 임금의 통상임금성이 부정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두 회사가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배제한 근거는 2013년 12월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다. 당시 대법원은 통상임금의 판단 기준으로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을 제시했다.

 

고정성이란 '소정 근로를 제공하면 추가적인 조건의 충족 여부와 관계없이 당연히 지급될 것이 예정되며 지급 여부나 지급액이 사전에 확정돼야 한다'는 조건이다. 따라서 재직·근무 일수 등 특정 조건을 만족해야만 지급되는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이 아니라는 게 사측의 논리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고정성은 통상임금에 관한 정의 규정인 근로기준법 시행령 6조 제1항을 비롯한 법령 어디에도 근거가 없다"며 "법령상 근거 없이 고정성을 통상임금의 개념적 징표로 요구하는 것은 통상임금의 범위를 부당하게 축소시킨다"고 했다.

 

이에 대법원은 통상임금을 '소정 근로의 대가로서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하기로 정한 임금'으로 재정의했다.

 

이에 따라 재직 조건부 임금은 통상임금에 당연히 포함된다. 근무 일수 조건부 임금은 '미리 정해진 근무일을 충족할 것'이 조건이면 통상임금에 포함되고, '미리 정해진 근무일보다 초과해 일했을 것'이 조건이면 포함되지 않는다.

 

대법원은 성과급의 경우 여전히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봤다. 다만 근무 실적과 무관하게 지급되는 최소 지급분은 통상임금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대법원은 법적 안정성을 위해 새로운 통상임금 법리는 판결 선고일 이후 산정하는 것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다만 이번 사건과 현재 법원에 동일 쟁점으로 계속 중인 사건(병행 사건)에 대해서는 소급해 적용하기로 했다.

 

이번 판결이 산업계에 미칠 영향도 클 전망이다. 앞서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달 10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재직자 조건부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산입될 경우 연간 6조7천889억원의 추가 인건비가 발생한다고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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