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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기획특집) 낙하산 인사와 관치금융 언제까지 할 것인가

요즘 금융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팽배하면서 신뢰하락이 과거 어느 때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오죽하면 최근 금융연구원에서 토론회를 개최하고 그 원인과 대응방안을 논의하였겠는가.

부정적인 인식이 팽배해진 원인은 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168조원에 달하는 공적자금이 투입하여 국민들의 삶이 피폐해진 것,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금융자본의 탐욕문제가 전 세계의 언론 헤드라인을 장식한 것, 그리고 최근 금융권에서 발생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을 비롯하여 과거의 카드대란 사태, 저축은행 부실사태, 동양그룹 사태, 키코 사태, 그리고 이어지는 부당대출, 사기대출, 부실채권 불완전판매 등일 것이다. 그러나 이는 결과로 나타난 현상일 뿐 그 근본적인 이유가 될 수 없다.

토론회에서도 지적된 바와 같이 근본 이유는 금융감독당국의 감독부실 문제와 금융기관 경영진의 실적밀어내기와 금융특성에 대한 이해도 부족이다. 이렇게 감독부실과 경영실패를 만들어낸 장본인은 바로 관치금융과 낙하산 인사이다.

관치금융과 낙하산 인사는 정상적인 금융감독을 어렵게 하여 대형부실사태를 잉태시키고, 낙하산인사는 전문성과 책임성에 기반한 경영이 아니라 과도한 실적지향주의를 지향함으로써 IT 등 금융기반시설과 임직원에 대한 투자를 소홀하게 한다.

관치금융의 역사를 보면, 1961년 5.16군사정변 직후 경제개발계획 추진을 위해 국가자원의 효율적 동원도모라는 명분 아래 ‘금융기관에 관한 임시조치법’ 제정, ‘한국은행법’ 개정을 통해 정부의 개입을 적극화하였다. 금리결정, 신용배분, 예산 및 인사 등 금융기관의 전반적인 운영이 행정부에 예속되었으며, 금융시장의 자율적 기능을 무시한 채 금융을 성장주도산업 지원의 정책적 도구로 이용하였다.

관치금융은 사실 어느 나라에서나 일정 부분 일어나고는 있다. 시장에 모든 기능을 맡겨버리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 로 집행하기 위해 정부의 개입이 필요했던 경제 개발 초기 시대에는 경제발전에 기여하는 부분이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문제는 관치금융이 IMF 외환위기 이후에도 여전히 강하게 존속되어 금융산업이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금융산업은 매우 까탈스러운 특성을 가지고 있다. 경제정책의 하수인로 간주되어서도 안 되고 그렇다고 독자적인 산업으로 키워 금융투기와 경제버블을 만들어서도 안 된다. 관치금융은 금융감독기능을 무력화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법과 원칙, 그리고 시장이 요구하 는 정책을 펴서 소비자, 투자자 등의 불확실성을 제거해 주는 것이 금융산업의 역할이다.

금융감독기능을 국민들이 강하게 요구하는 이유는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지는 않지만 국민 경제의 혈맥역할을 하고 있고, 금융시장이 부실 해지면 국민들의 세금이 들어가야 하는 특성 때문이다. 그런데 낙하산 인사와 관치금융은 금융 감독기능을 약화시켜 대형사고의 씨를 잉태시킨다. 낙하산 인사와 관치금융이 접목되면 강력한 파괴력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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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모피아’ 등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막대 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기업조직문화의 후진성을 만들어낸다. 한국 관료사회는 다른 나라에서 보기 힘든 특 이문화를 가지고 있다. 각종 인맥을 상당히 존 중하면서 경제사회 전반에 걸쳐 많은 영향력 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이다.

특히 1994년 재무부와 경제기획원을 통합하여 재정경제원을 만들 당시 명분은 소통을 통해 통합에 의한 효율성을 강화한다는 목적이었다. 그러나 실질적인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서로 견제관계에 있던 재무부 관료와 경제기획원 관료들이 한 몸이 되기 시작하면서 대표적 관 료네트워크인 소위 ‘모피아’가 탄생하였다.

지금은 한국 경제권과 예산권을 가진 기획재정부 출신 관료들이 탄탄한 인맥을 통해 금융위원회는 물론 금융감독정책에 대한 견제를 담 당할 금감원마저도 장악하고 있다. 인적 네트 워크를 중시여기는 사회에서 어떻게 소신 있는 정책을 만들 수 있고 감독을 집행할 수 있겠는가.

둘째, 낙하산 인사들은 한탕 업적주의에 집중 하고 금융기관의 중장기적 경영에는 관심이 없다. 성장성보다도 안정성이 가장 중요시 되는 금융산업에서 실적밀어내기로 실적을 확대하고 비용을 최대한 줄여 당기순이익을 많이 내는 것이 그들의 목표이자 사명이다. 때문에 실적 밀어내기로 부실채권이 대량 발생해도 경영실 패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

이는 민주사회 에서 ‘권한과 책임’이라는 기업지배구조의 원칙을 벗어날 수 있게 해준다. 모든 책임은 금융 소비자와 성실한 직원, 그리고 세금을 내는 국 민들이 질 뿐이다.

셋째, 靑治, 官治의 인사들은 전문성과 능력을 갖추었다기보다는 자신의 인적 네트워크와 정 보를 활용하여 정관계 로비를 담당한다. 금융회사 사외이사 몇 년으로 금융을 전부 이해한다는 논리를 사용하여 대형 금융기관을 좌지우지 한다.

또는 금융당국에서 감독업무 경험이 있다고 금융기관 경영진 자격이 있다고 한다. 이들은 금융기관의 수장이 되면 경영 을 어떻게 한다는 것이 아니라 금융정책 및 감 독당국과 교류하고 소통함으로써 규제를 회피 하는 편법을 활용하거나 자신의 이익을 확대 하기 위해 금융정책을 마음대로 바꾸는 것에 관심이 있을 뿐이다.

MB정권 당시 금융지주회사 회장의 황제경영이 언론지상을 장식하기도 했다. 낙하산 인사를 위해 지주회사와 자회사 수장간의 충돌을 조장하는가 하면 표적검사와 언론을 동원해 특정 임원에게 사퇴를 종용하는 방식은 공공연한 관행으로 자리 잡고 있다.

얼마 전 밀켄연구소에서 발표한 국가별 불투명성지수가 말해 주듯 한국의 부패지수가 핀란드의 40배, 회계 및 지배구조가 30배 낮은 점수를 회득한 것은 낙하산 인사를 통한 관피아들의 먹이사슬 구조가 만들어낸 결과이다.

이런 관행을 그대로 두고서는 G20이니 남북한 통일 후 G7 진입 이니 하는 기대는 바람으로 끝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정명희_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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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금융신문=이명구 관세청장) 어린 시절, 여름이면 시골 도랑은 나에게 최고의 놀이터였다. 맨발로 물살을 가르며 미꾸라지와 붕어를 잡던 기억은 지금도 선명하다. 허름한 양동이에 물고기를 담아 집에 가져가면 어머니는 늘 “고생했다”라며 따뜻한 잡탕을 끓여주셨다. 돌과 수초가 얽힌 물속을 들여다보며 ‘물고기가 머무는 자리’를 찾던 그 경험은 훗날 관세행정을 바라보는 나의 태도에 자연스레 스며들었다. 성인이 되어서도 물가에서는 마음이 늘 편안했다. 장인어른께서 선물해 주신 낚싯대를 들고 개천을 찾으며 업무의 무게를 내려놓곤 했다. 그러나 아이가 태어나면서 낚시와는 자연스레 멀어졌고, 다시 낚싯대를 잡기까지 20년이 흘렀다. 놀랍게도 다시 시작하자 시간의 공백은 금세 사라졌다. 물가의 고요함은 여전히 나를 비워내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 되었다. 낚시는 계절을 타지 않는다. 영하의 겨울에도 두툼한 외투를 챙겨 입고 손난로를 넣은 채 저수지로 향한다. 찬바람이 스쳐도 찌가 흔들리는 순간 마음은 고요해진다. 몇 해 전에는 붕어 낚시에서 나아가 워킹 배스 낚시를 시작했다. 장비도 간편하고 운동 효과도 좋아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걸어 다니며 포인트를 찾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