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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20년 만에 퇴직연금 틀 손본다…노사정, 사외적립 의무화 추진

기금형 퇴직연금 활성화·전 사업장 사외적립 단계적 의무화

 

(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노사정(노동계, 경영계, 정부)이 퇴직연금 제도 구조 개편 방향에 합의했다. 퇴직급여를 회사 내부에 적립해 두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금융기관 등 사외에 적립하도록 하고, 전문가가 운용하는 기금형 퇴직연금을 도입 및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다. 2005년 퇴직연금 제도 도입 이후 노사정이 제도 틀 자체에 대해 공동 선언 형태로 합의한 것은 처음이다.

 

고용노동부는 6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퇴직연금 기능 강화를 위한 노사장 태스크포스(TF)’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번 선언은 지난해 10월 28일 TF 출범 이후 약 3개월간 총 10차례 회의와 이견 조율을 거쳐 마련됐다.

 

조사정은 퇴직연금이 근로자의 노후소득을 안정적으로 보장하는 제도로 기능하기 위해선 수급권 보호와 제도 선택권 확대가 병행돼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 이에 따라 공동선언에서는 ▲기금형 퇴직연금 활성화 ▲퇴직급여 사외적립 의무화가 핵심 과제로 담겼다.

 

기금형 퇴직연금은 확정기여형(DC)에 한해 도입된다. 기존 계약형 퇴직연금을 폐지하거나, 기금형으로 일원화하지 않고 계약형과 기금형을 병행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근로자는 확정급여형(DB)을 유지할 수 있으며 DC형을 선택한 경우에도 기금형은 여러 운용 방식 중 하나로 선택하게 된다.

 

노사정은 기금형 퇴직연금의 도입 방식으로 ▲은행·증권·보험사가 별도의 수탁법인을 설립해 다수 사업장의 적립금을 공동 운용하는 금융기관 개방형 기금 ▲복수의 사용자가 연합해 공동 수탁법인을 구성하는 연합형 기금 ▲근로복지공단이 운영 중인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푸른씨앗)의 가입 대상을 300인 이하 사업장까지 확대하는 공공기관 개방형 기금 등을 제시했다.

 

기금 운영과 관련해서는 가입자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원칙을 명확히 했다. 공동선언문에는 기금이 가입자 이익과 무관한 정책 수단으로 활용돼서는 안 된다는 점과 함께 수탁자 책임 법제화, 이해상충 방지, 내부통제 강화,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 등의 원칙이 포함됐다.

 

퇴직급여 사외적립 의무화와 관련해 노사정은 모든 사업장에 퇴직연금 도입을 의무화하는 방향에 합의했다. 다만 사업장 규모와 여건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시행하기로 했다. 의무화는 시행 이후 발생하는 근속 기간에 대해서만 적용되며, 중도인출이나 일시금 수령 등 근로자의 수령 방식 선택권은 현행 제도와 동일하게 유지된다.

 

영세·중소기업의 부담을 고려한 보완책도 함께 논의됐다. 노사정은 실태조사를 통해 구체적인 단계와 시행 시기를 결정하고, 정부의 재정 지원과 행정 부담 완화 방안을 병행 추진하기로 했다.

 

이번 공동선언에는 구체적인 시행 시기나 제재 방식, 사각지대 해소 방안은 포함되지 않았다. 1년 미만 근로자에 대한 퇴직급여 사각지대 문제와 의무화 이행 관리 방안은 향후 노사정이 참여하는 사회적 협의체를 통해 추가 논의할 예정이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환영사에서 “이번 노사정 공동선언은 퇴직연금제도 도입 이후 20여년간 해결하지 못했던 핵심과제에 대해 노사정이 처음으로 사회적 합의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역사와 시대를 바꾸는 의미 있는 변화는 사회적 주체들의 대화와 공감, 그리고 상호 존중을 통해 가능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 장관은 “이번 선언에는 근로자의 노후소득보장을 위한 노동계, 경영계의 염원이 담겨있다”며 “정부는 노사정이 합의한 사항들이 제도적으로 구현될 수 있도록 구체적 개선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고 관련 법률 개정이 국회에서 원활히 논의, 처리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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