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두천 14.2℃맑음
  • 강릉 11.9℃맑음
  • 서울 13.4℃맑음
  • 대전 15.1℃맑음
  • 대구 15.0℃맑음
  • 울산 10.9℃맑음
  • 광주 13.3℃맑음
  • 부산 11.2℃맑음
  • 고창 10.5℃맑음
  • 제주 12.7℃구름많음
  • 강화 9.9℃맑음
  • 보은 14.5℃맑음
  • 금산 14.8℃맑음
  • 강진군 13.1℃맑음
  • 경주시 12.3℃맑음
  • 거제 10.9℃맑음
기상청 제공

2026.03.25 (수)


[이슈체크] 농협, 이번엔 달라질까…‘셀프 개혁’ 시험대 올랐다

13개 과제 내놨지만 선출 방식은 끝내 유보
법 개정 변수에 개혁 성패 갈릴 전망

 

(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농협중앙회 개혁 논의가 ‘선거·지배구조·사업구조’ 전반을 건드리는 방향으로 구체화됐다. 다만 가장 핵심 쟁점이던 중앙회장 선출 방식은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남았다. 개혁의 윤곽은 나왔지만, 알맹이는 입법과 후속 설계에 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농협중앙회가 조직 전반의 쇄신을 위해 만든 농협개혁위원회(개혁위)가 지난 24일 ‘농업인과 국민의 신뢰 회복을 위한 농협 개혁 권고문’을 채택했다. 지난 1월 개혁위 출범 이후 약 두 달간 논의를 거쳐 마련된 이번 권고안은 선거·인사제도, 책임경영·내부통제, 경제사업·자금운용 등 3개 축, 총 13개 과제로 구성됐다.

 

◇ 회장 되려면 조합장 사퇴해야…선출 방식은 결론 못 내

 

권고안의 출발점은 선거 구조다. 중앙회장 선거를 둘러싼 금권선거(금품으로 표를 사는 부정 선거 형태) 논란과 기득권 구조를 동시에 건드렸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현직 조합장 사퇴 의무화’다. 지금까진 조합장 신분을 유지한 채 중앙회장 선거에 출마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출마 시 직을 내려놓도록 했다. 이해관계 충돌과 조직 동원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진입 장벽도 낮춘다. 후보자 등록 요건이던 ‘조합장 50~100명 추천제’를 폐지하도록 했다. 대신 후보자 토론회와 권역별 합동연설회를 도입해 정책 경쟁을 강화한다. 선거범죄 공소시효 연장과 제재 강화도 병행된다.

 

다만 가장 중요한 쟁점은 비껴갔다. 바로 중앙회장 선출 방식 개편이다. 위원회 내부에서 중앙회장 선출 방식을 두고 의견이 갈렸다. 조합장 직선제를 유지하거나 이사회가 선출하는 방식으로 바꾸자는 다수 의견과, 조합원 직선제 도입과 무보수 명예직화를 요구하는 소수 의견이 맞섰다.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해 해당 사안은 권고안에 반영되지 않고 부대의견으로만 남았다.

 

◇ 지배구조 재편…독립이사제 도입하고 실질 권한 부여

 

내부통제 파트에서는 이사회 기능 정상화가 핵심 사안으로 꼽혔다. 독립이사제를 도입해 이사회 내 외부 인사 비중을 전체 이사의 약 30% 수준까지 끌어올리고, 내부통제 안건 상정권 등 실질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동시에 외부 전문가 중심의 범농협 준법감시위원회를 설치해 그룹 전반의 윤리·통제 체계를 총괄하도록 했다. 감사·준법 기능을 내부 조직이 아닌 외부 견제 축으로 재편하겠다는 방향이다.

 

이는 최근 농협 내부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된 공금 유용, 특혜성 거래, 인사 편중 논란 등을 고려한 조치로 해석된다. 기존 내부 인사 중심 감시 구조로는 통제 기능이 작동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이 반영된 셈이다.

 

◇ 경제사업 구조 재편…중앙회로 권한 집중

 

사업 구조도 손질 대상에 포함됐다. 경제사업 부문에서 중앙회와 경제지주로 나뉜 지도 및 지원 기능을 중앙회로 일원화하고, 경제지주 지역본부는 단계적으로 폐쇄해 기능을 재편하도록 했다. 중복 조직을 줄이고 의사결정 라인을 단순화하기 위한 조치다.

 

이와 함께 조합 간 합병을 유도해 규모화를 추진하고 산지 생산 및 유통시설 디지털화, 농작업 대행 확대 등을 통해 비용 구조를 낮추는 방안도 함께 제시됐다.

 

유통 구조 측면에서는 온라인 도매시장과 로컬푸드 직매장을 확대해 유통단계 축소를 추진한다. 지원자금은 운용 정보 공개를 확대하고 성과평가 체계를 도입한다.

 

 

◇ 방향은 나왔지만…핵심은 비워둔 개혁

 

농협은 이번 권고안을 기반으로 즉시 추진 가능한 7개 과제는 빠르게 실행하고, 법령 개정이 필요한 6개 과제는 정부 및 국회와 협의를 거쳐 구체화할 계획이다. 4월 초까지는 과제별 실행 로드맵과 단계별 점검 체계를 마련한다.

 

이광범 농협개혁위원회 위원장은 “이번 권고안은 농협이 농업인과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협동조합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한 제도 개선 방향을 제시한 것”이라며 “권고사항이 차질 없이 이행될 경우 농협의 경영 투명성과 책임성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개혁의 큰 방향은 제시됐지만, 핵심을 비켜간 채 한계를 넘어서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개혁의 핵심으로 꼽히는 중앙회장 선출 방식이 끝내 결론 없이 유보되면서, 금권선거와 권한 집중이라는 고질적 문제를 건드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상당수 과제가 법령 개정을 전제로 하고 있어, 실제 실행 여부는 국회 논의와 정치 일정에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내부 의지만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 영역이 제한적인 만큼 개혁 동력이 중간에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뒤따른다.

 

특히 독립이사제 도입, 경제지주 구조 개편 등 핵심 과제 역시 구체적 실행 설계보다는 방향 제시 수준에 머물러 있어, 실제 현장에서 어느 정도까지 구현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과거에도 농협이 자정 노력을 내세웠지만 조직 내부 이해관계에 가로막혀 흐지부지된 전례가 반복될 수 있다는 시선이다.

 

결국 이번 권고안은 개혁의 출발선을 그어놓은 단계에 가깝다. 제도 설계와 입법, 그리고 조직 내부의 실행력이 맞물리지 않는다면, ‘셀프 개혁’이라는 한계를 넘지 못한 채 선언에 그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93건의 관련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