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세금융신문=양학섭 편집국장) “AI가 내 일을 빼앗을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 질문은 다소 막연한 미래 이야기처럼 들렸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다르다. 인공지능은 더 이상 화면 속에서만 존재하지 않는다. 공장에서 물건을 옮기고, 물류센터에서 상품을 찾고, 식당에서 음식을 나르고 있다.
AI가 생각하는 시대를 넘어 일하는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지난 몇 년 동안 인공지능 혁명의 중심에는 생성형 AI가 있었다. 보고서를 쓰고, 번역을 하고, 코드를 만드는 기술이다. 많은 사람들이 지식 노동의 미래를 걱정했다.
그러나 산업 현장에서 더 큰 변화를 만드는 것은 따로 있다. 로봇과 인공지능이 결합한 ‘피지컬 AI(Physical AI)’다.
생성형 AI가 문서와 데이터를 처리한다면 피지컬 AI는 현실 세계의 노동을 수행한다. 그리고 이 두 기술이 동시에 확산되면서 인류는 역사상 처음으로 지식 노동과 육체 노동이 동시에 자동화되는 시대에 들어섰다.
데이터는 이미 그 변화를 보여준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제조업 현장에서 운영되는 산업용 로봇은 350만 대 이상이다.
특히 한국은 이 변화의 최전선에 있다. 한국 제조업의 로봇 밀도는 노동자 1만 명당 1012대로 세계 1위다. 세계 평균의 약 7배 수준이다.
한국의 공장은 이미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사람 중심 공장’에서 ‘로봇 중심 공장’으로 바뀌고 있는 산업 현장이다.
노동시장 전망 역시 충격적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은 향후 노동시장에서 전체 직업의 약 23%가 2027년까지 변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또 AI와 자동화 확산으로 8300만 개 일자리가 사라지고 6900만 개 일자리가 새로 생길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았다.
일자리가 완전히 사라진다기보다 일의 구조 자체가 바뀌는 것이다.
특히 빠르게 줄어드는 직무에는 공통점이 있다. 대부분 반복적이고 규칙적인 업무다. 데이터 입력 업무, 단순 사무직, 은행 창구 업무, 조세 업무, 일부 제조 조립 노동 같은 직무가 여기에 포함된다.
반면 AI를 설계하고 운영하는 직무는 빠르게 늘고 있다. AI·머신러닝 전문가, 데이터 분석가, 사이버보안 전문가, 자동화 시스템 엔지니어 같은 직업이다. 세계경제포럼은 AI 관련 직업 수요가 향후 4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결국 노동시장은 점점 두 방향으로 나뉘고 있다.
기술을 만드는 사람과 기술에 의해 대체되는 사람이다.
이 변화 앞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단순하다.
앞으로 어떤 직업이 사라질까가 아니라,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까.
첫 번째 과제는 기술 이해 능력이다.
AI가 모든 일을 대신하는 시대는 오지 않는다. 대신 AI와 함께 일하는 시대가 온다. 기술을 이해하지 못하는 노동자는 점점 설 자리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두 번째는 문제 해결 능력이다.
기계는 정해진 규칙에 따라 작동한다. 하지만 새로운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능력은 여전히 인간의 영역이다.
세 번째는 평생 학습이다.
과거에는 한 번 배운 기술로 평생을 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직업의 수명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 앞으로는 한 사람이 평생 여러 번 직업을 바꾸는 시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AI 시대의 경쟁력은 단순한 학력이나 직업이 아니라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이 될 것이다.
AI 혁명은 이미 시작됐다.
그리고 그 변화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AI가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사람들은 기술의 가능성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AI가 공장에서 일하고 물류센터에서 움직이기 시작한 지금 우리는 더 중요한 질문 앞에 서 있다.
앞으로 인간은 어떤 일을 하게 될 것인가. 그리고 그 질문의 답은 결국 하나로 모인다.
AI 시대에 살아남는 사람은, 가장 똑똑한 사람이 아니라 가장 빠르게 변화하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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