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 “형님! 접니다. 영관이!” “어! 그래! 오랜만이다. 잘 지내지?”
“예. 형님 카톡에서 형님 봤습니다. 형님 책 쓰셨네요. 멋지십니다. 대단하십니다. 책 주문했으니까 오 는 대로 사인 받으러 가겠습니다.”
“응 그래 고맙다. 나를 대단하게 인정해주는 네가 더 대단하고 고맙다.”
저는 군대를 방위병으로 복무했습니다. 요즘은 방위라고 안 하고 공익이라고 하죠? 키 178센티에 멀쩡한 허우대를 갖고 있으면서 왜 현역병으로 안 갔느냐 고 묻는 이들이 있겠습니다. 빽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저는 지체부자유 4급 판정을 받은 장애인으로 등록되어 있습니다. 입대를 지원하지 않으면 자 동면제가 되던 시절이었지만 자원하여 방위라도 가게 된 것이지요. 그것이 잘한 일인지 잘못한 일인지, 제 선택에 많은 생각이 교차하기도 했지만 적어도 아이 들에게 부끄러운 아빠는 면하게 되었다는 게 지금의 판단입니다.
1989년 5월 8일부터 방위병으로 18개월간 복무하던 때의 이야기입니다. 저로부터 1년 뒤에 방위병으로 들어온 후배 중에 윤영관이라고, 두 살 어린 동생이 있었습니다. 훈련병 기간 4주를 제외하면 저와 함께 근무한 시간이 5개월밖에 되지 않은 것이지요. 그렇게 짧은 복무 기간을 함께한 후로는 단 한 번도 만 난 적이 없습니다. 각자의 길을 걸어가며 자연스레 잊혀져갔습니다. 그랬던 25년이라는 오랜 시간이 지 난 후 뜻밖에 연락이 온 것입니다.
그는 제가 쓴 책 열권을 들고 사무실로 찾아왔습니다. 눈물만 안 흘렸지 먹먹할 정도의 감동이 가슴 깊은 곳에서 올라왔습니다. 겉으로는 꼴에 유명작가 나 된 양으로 고맙다는 말만 짧게 했을 뿐입니다. 끌어안고 울고 싶을 정도의 감사한 상황이었는데도 말 이지요. 책이 인쇄되어 출판사로 오던 날의 감동과는 비할 바가 안 되었습니다. 25년 전, 5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인연을 맺은 후배가 제 연락처를 알아내어 통화한 뒤 카톡 프로필의 저를 보고 찾아온 것은 정 말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습니다.
‘10:20:70 비밀의 법칙’을 연재하면서 새로운 만남 에만 치중하고 기존 인연은 소홀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새로운 만남이 너무 좋고 감사해서 원래 알던 소중한 사람들과 소원해질까 걱정된 다는 귀여운 투정을 부렸습니다. 사실 저는 오래된 소중한 인연들이 너무 많아서 모두 열거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25년 만에 연락이 온 방위병 후배의 기 억 속에 좋은 제가 있었던 겁니다.
그는 마침 미래에셋생명보험회사에 근무하는데, 제가 쓴 책을 사원들에게 선물한다고 합니다. ‘걱정 우울함 무기력증 나쁜 기억들 모두 다 거절해 버리세 요’라고 쓰고 사인을 열권에 정성스레 해주었습니다. 행복한 순간이었습니다.
며칠 뒤 사랑스럽고 감사한 후배 윤영관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보험회사에 와서 세일즈 특강을 요청하는 것입니다. 열권의 책 주문도 감동이었는데 강연초청까지 해주니 예뻐 죽 는 줄 알았습니다.
기분은 좋으면서도 떨리는 마음으로 강의준비를 해갔습니다. 40명 정도가 앉아 있었고 준비한 자료와 세일즈 경험을 열정적으로 말했습니다. 영업하시 는 분들이라 휴대폰도 울리고 노트북도 볼 법한데 모두 저에게만 집중했습니다. 강남에서 실력자들만 모여 있는 그 곳에서 첫 강의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마상호 이사님과 박제하 지점장님의 환대 속에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두 분 모두 20년 이상 영업 관리자로 근무한 베테랑인데도 저를 높이 평가 해줘 기분은 하늘을 날았습니다. 강의장에 들어오는 순간 아우라가 느껴진다면서 에너지 넘치는 저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고도 해주었습니다. 저도 그 분들의 겸손함과 칭찬해주는 성품을 많이 배웠습니다.
25년 전에 만났고 짧은 만남이었던 윤영관이라는 후배는 저에게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주었습니다. 강의 후로도 점심과 저녁식사에 술자리까지 생겨났고 먼 거리의 제 사무실까지 일부러 찾아주었습니다. 서로 덕담을 나누고 잘되기를 빌어주고 잘된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좋은 만남이 되었습니다. 그 사무실에 서 근무하는 설계사님들도 제 책을 구입하며 사인을 받고 서로 도움주려는 만남으로 지냅니다.
제가 ‘10: 20: 70 비밀의 법칙’이라고 말씀드렸는데 비밀스런 법칙은 다름이 아닙니다. 단 한 번을 만나도 거짓없이 진지한 마음으로 서로 좋은 점을 칭찬해주 고 각자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면 오래도록 기억에 남게 되어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법칙인데 남들이 안 하다 보니 저 혼자만 비밀스럽게 사용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입니다.
누군가 한 사람만을 위해 집중투자 하고 열정 다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면 좋기도 하지만 부작용도 있습니다. 일단 부담이 되고 혹시라도 서로 에게 큰 실망으로 끝날 수 있다는 겁니다.
계산하지 않고, 사람이 좋아서 좋아하고, 자신의 일을 좋아하면서 열심히 하면 저절로 좋은 만남은 생겨나고 발전합니다. 제가 지금 넉 달째 원고를 기고하는 동안 셀 수 없는 새로운 만남이 생겨났습니다. 아주 각별히 친해진 분들도 계십니다. 참 아이러니하죠.
오늘의 제 이야기를 들어보니 새로운 만남 때문에 오래된 좋은 만남이 소홀해지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면 독자님들은 이미 10:20:70의 비밀의 법칙을 완벽 하게 알고 계시다는 겁니다. 무더위에 건강하게 잘 지 내시고 책읽기 좋다는 가을에 뵙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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