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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21 (화)

[전문가 칼럼] ‘세액 0원’인데도 안심할 수 없는 이유...결손금 감액경정과 그 불복의 타이밍

(조세금융신문=빈은솔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변호사)

 

◆ ‘납부할 세액이 없다’는 결과가 곧 ‘불이익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법인세 세무조사가 종료되고 그 결과가 통보되었을 때, 납세의무자가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은 당연히 추가로 납부할 세액의 크기이다. 만약 조사 결과 해당 사업연도의 납부세액이 0원으로 산출되었다면, 납세의무자로서는 다소 안도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세금을 더 낼 일이 없으니 다툴 이유도 없다’고 생각하기 쉬운 것이다.

 

그러나 법인세의 구조를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이러한 안도가 반드시 타당한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특히 해당 사업연도에 결손이 발생한 법인의 경우라면 더욱 그러하다. 해당 사업연도에 납부할 세액이 0원이라는 결과는, 세무조사가 해당 사업연도의 결손금 자체에 대하여는 아무런 조정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실무에서 흔히 마주하는 장면이 있다. 세무조사 결과 부당행위계산 부인 등 다양한 조정을 통하여 해당 사업연도의 결손금 규모를 축소하는 경정이 이루어진 경우, 조정 후에도 여전히 결손 상태가 유지된다면 당해 연도의 납부세액 자체는 0원 그대로 유지된다. 외형상으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해당 사업연도의 결손금이 감액된 상태인 것이다.

 

그러나 결손금은 그 성격상 향후 15년간 발생하는 소득에서 순차로 공제되는 ‘잠재적 자산’이다. 따라서 결손금이 감액되었다는 사실은 당장의 세부담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더라도, 이후 사업연도의 과세표준 계산에 지속적으로 불이익을 미친다. 특히 법인의 실적이 개선되어 흑자로 전환된 시점에 이르면, 과거에 감액된 결손금의 규모만큼 이월공제를 받지 못하게 되어 결과적으로 상당한 세부담의 차이로 현실화되는 것이다. 세무조사의 결과가 ‘세액 0원’이었다 하더라도, 그 내용을 꼼꼼히 확인할 필요가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결손금 감액경정에 대한 불복 시점 - 대법원 2017두63788 판결

 

문제는, 세무조사 이후 결손금 감액경정에 관하여 불복을 제기하지 아니한 채 시간이 흘러간 이후에는, 그 불이익을 사후적으로 회복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에 있다.

 

법인세법 제13조 제1항 제1호 나목은 공제 가능한 이월결손금의 범위를 ‘신고하거나 결정·경정 등으로 확정된 결손금’으로 한정하고 있다. 이러한 취지의 규정은 2010. 1. 1. 이후 최초로 과세표준을 신고하거나 경정·결정하는 분부터 적용되고 있는데, 결손금에 관한 법률관계를 조속히 확정하여 이후 사업연도의 과세표준 계산이 장기간 불안정한 상태에 놓이지 않도록 하는 데 그 취지가 있다.

 

대법원 2020. 7. 9. 선고 2017두63788 판결은 이러한 취지를 법리로 확인하였다. 즉, 과세관청이 결손금 감액경정을 하였음에도 납세의무자가 그 경정 통지를 받은 단계에서 적법성을 다투지 아니한 이상,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후 사업연도 법인세의 이월결손금 공제와 관련하여 ‘종전의 결손금 감액경정이 잘못되었다거나 그 외에 공제될 이월결손금이 있다’는 주장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법리의 실무적 함의는 결코 가볍지 않다. 납세의무자 입장에서 해당 사업연도의 납부세액이 0원이라는 이유로 결손금 감액경정에 대하여 다투지 아니하고 지나쳤다면, 이후 법인의 실적이 흑자로 전환되어 이월결손금 공제의 필요가 현실화되었을 때, ‘과거의 결손금 감액경정이 잘못되었다’는 주장을 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당장의 세액이 0원이라는 외형 때문에 넘긴 불이익의 결과가, 수년 뒤에는 사실상 회복 불가능한 세부담의 차이로 귀결될 수 있는 구조이다.

 

그러므로 이 판결의 취지에 비추어 납세의무자는 ‘납부세액 0원’을 이유로 결손금 감액경정에 대한 검토와 불복 여부의 판단을 미루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유의해야한다. 세무조사 결과가 통보된 시점에 결손금 감액의 실질을 확인하고, 다툴 여지가 있다면 그 시점에서 불복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안전한 대응방안이라고 할 것이다.

 

◆ ‘적법한 통지’가 없었다면 - 대법원 2021두34688 판결

 

그렇다면 이미 오래 전의 결손금 감액경정에 대하여 당시에 불복하지 아니한 경우, 납세의무자는 이후에 전혀 구제받을 길이 없는 것일까? 이 점에서 대법원 2024. 12. 12. 선고 2021두34688 판결은 주목할 만한 법리를 제시하였다.

 

위 판결의 취지는, ‘과세관청이 결손금 감액경정을 하면서 법인세법에서 정한 통지 등 절차를 준수하지 않아 납세의무자에게 방어권 행사 및 불복의 기회가 보장되지 않은 경우에는, 납세의무자가 결손금 감액경정에 대하여 당시에 다투지 않았더라도 이후 사업연도의 법인세 부과처분에 대한 불복절차에서 선행하는 결손금 감액경정의 위법성을 다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앞서의 2017두63788 판결이 제시한 법리가 본래 전제로 삼고 있던 절차적 요건을 명시적으로 확인한 것으로 이해된다. 결손금 감액경정에 대하여 당시에 다투지 아니하면 이후에 다툴 수 없다는 원칙은, 납세의무자에게 ‘당시에 다툴 수 있는 기회’가 실질적으로 보장되어 있었어야 함을 필수적인 전제로 한다. 그리고 그 기회는 법령이 정한 통지 절차를 매개로 제공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므로 적법한 통지가 이루어지지 아니한 경우에는 해당 법리가 그대로 관철되기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는 것이다.

 

여기서 짚어두고자 하는 지점은, 이 법리가 왜 실무상 특별한 의미를 갖는가 하는 점이다. 법인세법 제70조, 같은 법 시행령 제109조 제1항, 법인세 사무처리규정 제70조에 따르면, 납부할 세액이 없는 경우에도 ‘법인세 과세표준 등 결정(경정)통지서(법인세 사무처리규정 별지 제7호 서식)’로 그 결정·경정 내용을 통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실무에서는 해당 사업연도의 납부세액이 0원으로 산출되는 경우, 별도의 통지서 교부가 이루어지지 아니하고 세무조사결과 통지 등으로 사실상 갈음되는 사례가 적지 아니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납부할 세액이 없어 고지서 발부의 외형적 필요가 없다 보니, 결정(경정)통지서 교부라는 절차가 생략되는 경우가 발생해 온 것이다.

 

대법원 2021두34688 판결은 바로 이러한 상황에서 하나의 기준을 제시한 판결로 이해할 수 있다. 선행 사업연도의 결손금 감액경정에 관하여 적법한 통지서가 교부되지 아니한 경우라면, 납세의무자가 당시 결손금 감액경정에 대한 불복을 진행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 위법성을 다툴 가능성이 봉쇄되는 것은 아님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렇다면 한 걸음 더 나아가, 별도의 결정(경정)통지서 교부가 없었더라도 세무조사결과 통지서에 결손금 감액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면, 이를 결손금 감액경정 통지로 보아 이후 사업연도에서는 더 이상 이를 다툴 수 없다고 보아야 하는가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위 대법원 2021두34688 판결의 취지와 최근 하급심 판결의 흐름에 비추어 보면, 이를 긍정하기는 어렵다. 세무조사결과 통지는 본래 과세처분에 관한 '사전통지'로서의 성격을 가지는 것이어서 과세전적부심사청구의 결과에 따라 실제 처분의 내용과 달라질 여지가 있으므로, 최종 처분인 결손금 감액경정에 대한 통지를 갈음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하급심에서도 같은 마찬가지 취지의 판시가 이어지고 있다.

 

◆ 실무적 시사점

 

이상에서 살펴본 법리는 납세자 입장에서 두 가지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는 현재 시점에서의 대응이다. 세무조사 결과 해당 사업연도의 납부세액이 0원으로 산출되었다 하더라도, 결손금 감액의 통지 여부 등 그 실질을 세밀히 검토하는 것이 원칙적 대응이어야 한다. 대법원 2017두63788 판결에 비추어 보면, 당시에 결손금 감액경정의 적법성을 다투지 아니하면 이후 사업연도에 이르러 회복하기 어려울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둘째는 과거의 사례에 대한 재검토이다. 이미 시간이 경과한 결손금 감액경정에 관하여도, 당시의 통지 절차가 적법하게 이행되었는지를 점검할 실익이 있다. 대법원 2021두34688 판결에 비추어 보면, 당시 법령이 정한 서식의 통지서(‘법인세과세표준 등 결정(경정)통지서’)가 교부된 바가 없었다면, 현재 진행 중인 또는 장래에 예상되는 이후 사업연도 법인세 부과처분에 대한 불복절차에서 그 선행 결손금 감액경정의 위법성을 다툴 여지가 남아 있다. 특히 납부세액이 0원인 처분이 이루어졌던 과거 사업연도를 중심으로, 수령한 문서의 종류와 내용을 다시 한번 정리하는 작업이 의미를 가질 수 있다.

 

◆ 맺으며

 

이처럼 법인세 세무조사 결과 당장 납부할 세금이 산출되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장래의 세부담에 차이가 발생하지 아니하리라는 것까지 담보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 2017두63788 판결은 결손금 감액경정에 대하여 당시에 다투지 아니하면 이후에 이를 회복하기 어렵다는 법리를 제시하고 있고, 대법원 2021두34688 판결은 그러한 법리가 적법한 통지라는 절차적 전제 위에서 비로소 작동한다는 점을 확인하고 있다.

 

이러한 법리는 비교적 최근에 이르러서야 그 윤곽이 분명해진 것으로서, 그동안의 과세실무와 맥락을 달리하는 부분이 있다. 그러므로 과거의 결손금 감액경정이 현재 또는 장래의 법인세 부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면, 당시의 처분 관련 문서를 점검해 볼 실익이 있다.

 

 

[프로필] 빈은솔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변호사

• 서울대학교 경제학과(2016)

•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2019)

• 서울고등법원 재판연구원(2019-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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