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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전문가칼럼]부장님에겐 죄가 없다! 시스템이 문제일 뿐

기업문화 패러다임의 변화(6) : 강요에서 존중으로

<전편에 이어>

 

(조세금융신문=김철영 사람과 사람 사이 대표)

우리나라의 강압적인 조직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직원존중주식회사’를 출간하고 난 이후 여러 기업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대부분 조직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활동을 요청하거나 자문을 구하기 위해서였는데요, 저는 이러한 의뢰를 받으면서 한 가지 아쉬움을 느꼈습니다. 아직도 많은 기업들이 일회성 행사를 통

해 조직문화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조직문화는 결코 일회성 행사로 변화되지 않습니다. 아무리 많은 돈을 들여 이벤트를 해봐도 그러한 행사는 ‘조직활성화’는 될지언정 근원적인 ‘조직문화’의 변화로까지 이어지기 어렵습니

다. 조직문화란 “우리가 여기서 (일)하는 방식”1)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역시 큰 변화를 성공적으로 이끈 CEO들을 인터뷰한 결과 “문제의 주범은 문화가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린 바 있습니다.2)

 

HBR이 만난 많은 CEO들은 새로운 프로세스나 구조를 시행한 이후에야 비로소 문화적인 변화가 나타난다고 말했습니다.

 

1) Deal & Kennedy(1982), Paui M. Muchinsky, 산업 및 조직심리학, 시그마프레스, 9th Edition, pp.359 재인용

2) 제이 W. 로쉬, 에밀리 맥타그, 문제의 주범은 문화가 아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 한국어판, 2016.4월호

 

야근의 주범은 과연 부장님일까?

다들 잘 아시다시피 우리는 세계 2위의 근무 시간을 자랑하는 나라입니다. 저는 오히려 우리나라가 1위가 아니라는 사실이 더욱 놀라웠습니다. 우리는 어떡하다 이런 야근의 구렁텅이에 빠지게 됐을까요?

 

우리가 예상하는 것처럼, 제 시간에 퇴근하지 않는 ‘부장님’의 눈치를 보느라 늦은 시간까지 남아 있는 걸까요?

 

자동차 회사에서 인사 업무를 담당했던 저는 근무 시간에 관한 지극히 대조적인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생산 라인에서 근무하는 현장직 근로자들은 제 시간에 칼 같이 퇴근하는 반면,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무직에게 퇴근 시간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습니다. 저는 그 원인을 궁금하게 생각하다가 현장직 근로자들의 급여 업무를 담당하면서 명쾌한 해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현장직 근로자들은 6분 단위로 급여가 산정되는 철저한 ‘시급제’로 운영되는 반면, 사무직들은 ‘연봉제’라는 명목 아래 아무리 야근을 해도 임금에 변동이 없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입니다.

 

사무직은 연장 근로나 휴일 근로 수당 등을 임금에 미리 포함시켜 별도의 초과 근로 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포괄임금제’로 운영되고 있었기에 야근을 밥 먹듯이 하게 됐습니다. 결국 두 직군의 퇴근 시간이 달라지게 된 결정적인 원인은 바로 ‘부장님’이 아니라 ‘임금 제도’에 있었습니다. 부장님은 야근의 주범은커녕 시스템이 만들어낸 피해자에 불과했습니다.

 

‘포괄임금제’라는 늪

2016년 한국노동연구원은 상시 근로자 100인 이상 206개 사업체의 인사 담당자 및 종사자 619명을 대상으로 사무직의 근로 시간에 관한 실태 조사를 실시한 바 있습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사무직의 41.3%가 포괄임금제의 적용을 받고 있었습니다.3)

 

3) 정동관·이경희·정경은·최미나·김훈·김기선, 사무직 근로 시간 실태와 포괄 임금제 개선방안, 한국노동연구원 연구보고서 2016-9

 

놀라운 점은 포괄임금제가 이렇게 널리 활용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근로기준법 어디에도 포괄임금제에 대한 규정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그런데도 포괄임금제가 활발하게 활용될 수 있었던 데에는 법원의 역할이 컸습니다.

 

법원은 70년대부터 내려온 관행을 ‘포괄임금제’라는 명목 하에 인정해왔습니다. 뿐만 아니라 포괄임금제로 지급받은 연장 근로수당보다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연장 근로수당이 더 많은 경우 그 차액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결한 적도 있습니다. 사정이 이러하니 포괄임금제를 활용하는 기업이 급증하기 시작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급여를 주는 것 이상으로 일을 시킬 수 있으면서도 근태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도 되니 포괄임금제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던 것입니다.

 

이처럼 법에서 정한 수당을 지급하지 않고도 마음대로 사람을 쓸 수 있다는 이유로 어느 언론에서는 포괄임금제를 가리켜 ‘인간 자유이용권’이라 표현하기도 했습니다.4)

 

4) 김상윤, [노동자 울리는 포괄 임금제]②헐값에 팔리는 ‘인간자유이용권’, 이데일리, 2012.6.22

 

조직문화, 어떻게 개선해 나갈 것인가?

그렇다면 우리의 조직문화를 어떻게 개선해 나가야 하는 걸까요? 일회성 행사로 개선하기 힘들다면 어떤 시스템을 고쳐 나가야 하는 걸까요?

 

현재의 기업에게 가장 요구되는 역량은 바로 ‘유연성’과 ‘창의성’입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유연함이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고, 끊임없이 새로운 걸 개발해내야 하는 창의적인 조직이 되지 않고서는 시장에서 버티기 힘든 게 현실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기업문화는 유교적 전통과 군사 문화의 잔재로 인해 여전히 수직적이고 경직되어 있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21세기의 급격한 시장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될 가능성이 큽니다.

최근 다수의 기업들은 이러한 위기를 인식하고 자유롭고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앞서 설명했듯이 근본적인 변화 대신, 일회성 행사를 통해 조직문화를 변화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런 노력은 당장에는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흐지부지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결국 조직을 경직시키는 요소부터 찾아야 하는데, 대부분의 국내 기업들 속에는 5가지의 경직된 요소들이 뿌리 깊게 박혀 있습니다. 그 5가지 요소란 바로 회식과 야근, 직장내 성희롱, 강압적인 리더십, 그리고 맹목적인 충성강요입니다.

 

이 요소들을 체계적으로 제거하거나 개선해 나가야만 비로소 조직문화의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납니다. 이 5가지 요소들을 제거하고 창의적인 조직문화를 형성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다음 호에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본 칼럼의 내용은 김철영 대표의 저서 ‘직원존중 주식회사’에서 발췌, 수정한 것입니다.)

 

<다음편에 계속>

 

 

[프로필] 김 철 영

• 콘텐츠 연구소 ‘사람과 사람 사이’ 대표

• 외국계 자동차 회사에서 인사와 노사관계 담당

• 저서 ‘관계를 마시다’ ‘살며 사랑하며 글쓰며(공저)’

• LG그룹, 예금보험공사 등에서 조직문화와 팀워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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