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14 (일)

  • 흐림동두천 -1.9℃
  • 맑음강릉 3.3℃
  • 서울 -0.9℃
  • 맑음대전 -0.5℃
  • 구름조금대구 2.8℃
  • 맑음울산 4.0℃
  • 광주 2.9℃
  • 맑음부산 4.2℃
  • 구름많음고창 2.0℃
  • 흐림제주 8.7℃
  • 흐림강화 -0.9℃
  • 맑음보은 -1.0℃
  • 맑음금산 0.2℃
  • 흐림강진군 5.0℃
  • 맑음경주시 3.3℃
  • 맑음거제 4.3℃
기상청 제공

문화

[전문가칼럼]직장 내 성범죄,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①

(조세금융신문=김철영 사람과 사람 사이 대표) 연극과 영화계는 물론 정치판까지, 유명인들에 의해서 자행되던 추악한 행동들이 미투(#MeToo) 운동이라는 이름으로 봇물 터지듯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이렇게나 추악한 일들이 행해지고 있는 동안 ‘과연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 하는 자괴감마저 듭니다. 피해를 받은 그녀들은 지금까지 왜 침묵하고 있었을까요?


우리는 그 이유에 대해 깊이 생각해 봐야 합니다. 그건 가해자가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사람인 동시에 그 주변에 있는 자들이 침묵을 강요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추악한 일들이 알려지면 자기들이 속한 조직의 명예가 실추된다고 생각해 꼭꼭 숨겨지기를 원했던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의 추악한 짓들은 온 천하에 드러났으며 가해자들은 이제 응당한 처벌을 받게 될 것입니다.


가해자들은 처벌을 받겠지만, 가해자 편에서 침묵을 강요했을지도 모르는 우리들 역시 앞으로 그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특히 우리가 일하고 있는 직장에서는 더욱 그러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막아야 하겠지요.

 

이런 일은 성범죄의 주된 피해자라 할 수 있는 여성들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합니다. 주변 사람 모두의 도움과 협조가 필요합니다. 그런 일을 철저히 막겠다는 조직 전체의 의지가 모여 ‘문화’로 정착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앞으로 몇 회에 걸쳐 우리 모두가 이런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직장 내 ‘성범죄’ 결국 ‘권력’의 문제
직장 내 성범죄의 근본적인 원인은 가해자가 가진 ‘힘’입니다.
가해자들은 자기보다 힘 있는 사람에게는 절대 성범죄를 저지르지 않습니다. 자기가 가진 힘 때문에 ‘이 정도는 해도 되지 않을까’ 또는 ‘이런 짓을 해도 별 문제가 없을 거야’ 하는 생각이 성범죄의 시작입니다.

 

그런 생각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교육이 필요합니다.
모든 신체적 접촉이나 부적절한 시선이 성희롱에 해당될 수 있으며, 여직원과 단 둘만의 자리를 마련하거나 지위를 남용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철저히 교육해야 합니다. 지금처럼 형식적인 교육에 그쳐서는 성범죄가 근절되지 않습니다. 특히 조직의 임원 또는 협력업체를 관리하거나 상당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담당자에 대해서는 더욱 철저하게 교육을 진행해야 합니다.


가해자보다 더 무서운 ‘침묵 강요’
“뭘 그런 걸 가지고 그래?”, “남자가 그 정도는 할 수 있는 거지, 뭐”라는 말씀을 하셨다구요? 그렇다면 당신도 공범입니다.


피해자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경우 암묵적으로 범죄를 용인한 것과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가해자가 당신과 가까운 상사 또는 친구일 경우에는 이런 침묵의 강요는 더욱 심해집니다.


그러나 우리는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침묵을 강요하는 당신도 결국 공범이라는 사실을.
한편 피해자를 더욱 괴롭게 만드는 건 인격적으로 가해지는 2차 피해입니다. “그 여자가 먼저 꼬리를 쳤다면서”와 같은 인신공격은 피해자를 더욱 괴롭게 만듭니다. 우리가 침묵해야 하는 건 이런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경우뿐이라는 사실도 기억합시다.


가해자에 대한 ‘명확한 징계 규정’ 마련과 피해자-가해자 ‘격리’에 만전을
대기업과는 달리 중소기업에서는 성범죄가 발생했을 경우 명확한 징계 규정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피해자가 어려움을 겪는 일이 많습니다. 심지어 가해자와 피해자를 계속해서 같은 공간에서 근무하게 내버려 두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이번 미투 운동의 확산을 계기로 가해자에 대한 명확한 징계규정을 마련하고 피해자를 위한 구제 방안을 마련하도록 합시다.


대기업의 경우에는 자사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사건 무마’에만 열중합니다. 하지만 대기업일수록 사건 발생 ‘초기’에 가해자에 대한 ‘무관용의 원칙’을 준수해서 엄벌하는 것이야말로 자사의 명예를 지키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합니다. 적당히 사건을 무마하려고 하다 더 큰 역풍을 맞을 수 있습니다.


피해사실을 알리거나 상담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
조직 내부에 언제든지 피해사실을 알릴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합니다. 아울러 피해자들이 심리적 안정을 취한 다음 업무에 복귀할 수 있도록 상담사를 배치하거나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충분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이번 회에서는 조직 전체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살펴보았는데, 다음 회에서는 피해자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프로필] 김 철 영

• 콘텐츠 연구소 ‘사람과 사람 사이’ 대표

• 외국계 자동차 회사에서 인사와 노사관계 담당

• 저서 ‘관계를 마시다’ ‘살며 사랑하며 글쓰며(공저)’

• LG그룹, 예금보험공사 등에서 조직문화와 팀워크 등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전문가 코너

더보기



[이명구 관세청장의 행정노트] 낚시와 K-관세행정
(조세금융신문=이명구 관세청장) 어린 시절, 여름이면 시골 도랑은 나에게 최고의 놀이터였다. 맨발로 물살을 가르며 미꾸라지와 붕어를 잡던 기억은 지금도 선명하다. 허름한 양동이에 물고기를 담아 집에 가져가면 어머니는 늘 “고생했다”라며 따뜻한 잡탕을 끓여주셨다. 돌과 수초가 얽힌 물속을 들여다보며 ‘물고기가 머무는 자리’를 찾던 그 경험은 훗날 관세행정을 바라보는 나의 태도에 자연스레 스며들었다. 성인이 되어서도 물가에서는 마음이 늘 편안했다. 장인어른께서 선물해 주신 낚싯대를 들고 개천을 찾으며 업무의 무게를 내려놓곤 했다. 그러나 아이가 태어나면서 낚시와는 자연스레 멀어졌고, 다시 낚싯대를 잡기까지 20년이 흘렀다. 놀랍게도 다시 시작하자 시간의 공백은 금세 사라졌다. 물가의 고요함은 여전히 나를 비워내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 되었다. 낚시는 계절을 타지 않는다. 영하의 겨울에도 두툼한 외투를 챙겨 입고 손난로를 넣은 채 저수지로 향한다. 찬바람이 스쳐도 찌가 흔들리는 순간 마음은 고요해진다. 몇 해 전에는 붕어 낚시에서 나아가 워킹 배스 낚시를 시작했다. 장비도 간편하고 운동 효과도 좋아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걸어 다니며 포인트를 찾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