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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12년의 마법' 자살보험금과 조세심판원

고승주 조세팀장
▲ 고승주 조세팀장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2004년 청구한 보험금을 법적분쟁으로 2016년 줬다면, 그것은 2004년 보험금을 준 걸까, 아니면 2016년 보험금을 준 걸까.

 

자살보험금 세금분쟁 관련 심판원의 결정을 두고 논란이다. 심판원 결정요지는 2004년 청구한 자살보험금의 법적분쟁이 2016년 끝났으니 세무처리는 2016년에 맞춰 처리하라는 것이다.

 

일반회계처리는 실제 돈이 들어오고 나갈 때를 기준으로 한다. 하지만 세무는 다르다. 돈을 줄 ‘의무가 발생한 시기’에 세무처리를 한다. 실제 돈이 2016년 나갔다고 해도, 2004년 지출의무가 발생했다면, 2004년 사업연도에 처리한다.

 

심판원은 여기에 법적분쟁이란 개념을 넣었다. 법적분쟁이 끝나야 권리나 의무가 확정된다는 논리다.

 

심판원을 이해할 만한 대목이 있기는 하다. 민사소송에서 소송의 역할은 권리나 의무를 확정하는 법적 절차를 구성한다. 민사 개념으로는 심판원의 판단이 맞다.

 

그러나 세법은 민사와 다른 공법의 영역에 있다. 민사에서는 얼마든지 타협이나 조율할 수 있지만, 공법에서는 기준을 제시하고 엄격한 준수를 요구한다.

 

대법 자살보험금 소멸시효 판결을 봐도 그렇다.

 

2016년 9월 대법은 2004년 자살보험금을 주는 것이 합당하다면서도 보험금을 2년 내 청구하지 않았다면 시효종료로 줄 의무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대법은 2004년 보험금을 주는 것이 바르다고 판단한 것이다.

 

보험사들도 그랬다. 보험사들은 권리의무발생 시점을 2004년이라고 보고 시효소송에서 승소를 얻어냈다.

 

그런데 세금과 관련해서는 정반대다. 법적분쟁이 끝난 2016년에 권리의무가 확정됐다며 심판원에서 승리를 따냈다. 보험사 말대로라면 소멸시효도 권리의무가 확정된 2016년으로 따라가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시효의 권리의무를 따질 때는 2004년을 기준으로 하면서 왜 세무처리는 2016년이라고 보는 걸까.

 

‘보험금이 법적분쟁으로 2016년 지급됐다고 해서 2004년 보험금이 2016년 보험금이 되겠습니까?’

 

보험업계 사람들에게 물어보았을 때 그렇다고 답한 사람이 없다.

 

법을 다루다 보면 형식논리에 빠져 진의를 잊는 일이 발생한다는 말이 종종 들린다. 법원 판결이 일반적인 상식에서 벗어날 때면 어김없이 이 말이 들린다. 이번 자살보험금 심판례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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