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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체크] ‘자살보험금’ 세금분쟁, 보험사 이겼어도 불씨 ‘여전’

소멸시효 주장 땐 청구일, 세금 낼 때는 판결일...일관성 지적
국세청 “권리의무확정주의 위배, 법인세법 근간 흔들 수 있어”

지난 5일 조세심판원 합동회의에서 자살보험금 세금분쟁에 관해 보험사의 손을 들어주었다. 보험사고는 2004년부터 접수됐지만, 법적분쟁으로 인해 실제 보험금을 준 것은 2016년이기에 보험금을 준 시기에 비용처리를 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국세청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법에서 정하고 있는 납부의무 성립시기를 법적분쟁을 이용해 조정할 여지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살보험금 세금분쟁 2라운드가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편집자 주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자살은 통상적으로 보험금 지급 대상이 아니다. 보험은 우발적 사고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기에 보험금을 받기 위한 고의적 행동에 대해서는 보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난 2016년 대법원에서는 보험사 A와 여타 보험사들에 대해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판결 내렸다.

 

약관이 문제였다.

 

2000년대 초반 보험업계는 유사한 성격의 보험의 경우에는 서로 약관을 베끼는 잘못된 관행이 있었다.

 

A와 보험사들은 상해보험을 팔면서 소비자 자해에 대해서는 보험금을 안 주지만, 정신질환상태에서의 자해나 또는 보험 가입 후 2년이 지난 후 자살했을 때에는 보험금을 준다고 특약을 달아 팔았다.

 

학계에서는 법적으로 문제 있는 특약은 아니라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최승재 전 변협 법제연구원장이 작성한 ‘자살면책특약의 해석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우선 국제적으로 정신질환상태에서의 자살은 재해로 보고 보험금을 주고 있다.

 

또, 자살보험금을 받을 목적으로 가입했어도 잘못된 판단이 2년이나 지속하는 것은 정상적인 판단에서 이뤄진 것은 아니기에 우발적인 재해는 아니지만, 자살보험금 지급에는 문제없다고 보았다.

 

쟁점은 권리의무 확정시점

 

2016년 5월 대법 판결(2016.5.12., 2015다243347)과 금감원의 행정재제 압박에 의해 A와 보험사들은 수천억대의 보험금을 지급했다. 하지만 자살보험금 분쟁은 그것으로 끝난 게 아니었다. 2라운드는 세금이었다.

 

A사와 보험사들은 보험금을 실제 지급한 2016년 비용으로 처리했다. 보험사가 고객에게 보험금을 주면 그만큼 비용이 늘고, 소득이 줄어 법인세를 적게 낼 수 있다.

 

그런데 국세청은 보험금 청구가 있었던 2004년부터 다시 세무처리를 할 것을 요구했다.

 

얼핏 실제 보험금이 지급한 2016년에 비용 처리하는 게 맞아 보이지만, 국세청은 권리의무확정주의에 의해 자살보험금 지급의 원천이 되는 보험청구일이 기준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권리의무확정주의는 돈을 주고받을 의무가 확정된 시기를 기준으로 세무처리를 한다는 법인세의 대원칙이다.

 

고객은 보험사고가 발생하면 보험사에게 알리고, 보험사는 심사를 거쳐 보험금 지급을 확정한다.

 

만일 법적분쟁으로 보험금을 나중에 주더라도 보험금 청구일 기준으로 추가 지연이자를 준다. 보험금 지급이 지연돼 고객에서 손해를 끼쳤기 때문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확정 판결이 났다면, 아무리 법적 분쟁이 길어도 보험금 지급의무는 고객이 보험금을 청구한 시기가 맞다”고 전했다.

 

그는 “보험의 지급사유는 보험사고가 발생해 청구를 한 날이다”며 “비록 법적분쟁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보험사고로 인정하지는 않지만, 법적으로 결론이 나면 청구한 날 지급의무가 발생했다고 보아 지연이자도 지급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A사와 보험사들은 국세청의 논리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앞서 낸 세금을 고칠 수 있는 기간(경정청구기간)은 현재로부터 5년까지다. 국세청 말대로라면, 2014년 이전 지급한 보험금은 비용처리를 할 수 없다.

 

A사와 보험사들이 사용한 이론도 권리의무확정주의였다. 분쟁 중인 보험금은 재판이 확정될 때까지 보험금 지급의무가 확정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합당하다는 이유에서다.

 

미리 보험금 지급을 가정하고 세금처리를 했다가 나중에 소송에서 이겨도 소송 장기화로 경정청구기간이 지나버리면, 더 낸 세금은 누가 찾아주느냐는 논리다.

 

심판원 역시 보험금 지급의무는 법원 판결 전까지 확정되지 않았다며 A사의 손을 들어주었다.

 

법적분쟁은 판단 유보, 원천소멸 아니야

 

심판원 결정으로 국세청은 매우 불리한 입지에 놓였다. A사의 건이 다른 보험사들과 비슷한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다만, 심판원 결정은 다른 심판에 참고용으로 쓰일 뿐 A사의 승리가 모든 보험사가 이기는 것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국세청은 대응논리를 재정비하는 등 다른 보험사 건에 대해서는 지지 않겠다며 절치부심하고 있다. 이번 심판결정이 굳어진다면, 세법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국세청 한 관계자는 “법적으로 언제 세금 처리를 하라고 규정이 정해져 있는데, 법적 분쟁이 있다고 세금처리 시기를 미루면 법적 안정성이 무너진다”고 우려했다.

 

납부시점은 정확히 세금을 맞추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부분이다. 소득 크기가 오르락내리락하는 사업의 특성상 소득이 높은 시기에 비용처리를 몰아넣을 수 있다면, 국세청은 거둘 세금이 줄어들게 된다. 그 부담은 꼬박꼬박 세금을 낸 국민에게 돌아간다.

 

법원 확정판결 이후로 보험금의 권리의무확정시기를 보는 것에는 모순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설명한 대로 법적분쟁 이전에는 보험금 지급의무가 성립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법적분쟁기간 동안 보험금 지급의무 판단을 유보한 것이지, 보험금 지급의 원천이 되는 보험사고 발생사실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보험금은 보험사고 발생과 그 청구로 인해 지급의무가 발생하며, 보험업계는 청구시점을 지급의무 발생일로 보아 회계를 처리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서 고시하는 보험업회계처리준칙에도 그렇게 처리할 것을 지시하고 있다.

 

보험사들 역시 보험금을 주지 않기 위해 적극적으로 보험금 지급의무가 청구시점에 확정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2016년 9월 대법 판결(2016다218713)은 자살보험금을 줄 의무가 있는 것은 맞지만, 시효가 지나 자살보험금을 주지 않아도 된다는 보험사들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보험사고가 발생하고 청구한 시점에 지급의무가 생기는 것은 맞지만, 보험금 청구시효가 사고 발생일로부터 2년이기에 고객은 보험금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만일 보험금 지급의무가 보험금 분쟁이 끝난 날 확정이 된다면, 보험금 청구시효는 그 확정일부터 2년간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당시 보험사들은 그렇게 주장하지도 않았고, 대법도 그렇게 판단하지 않았다.

 

또한, 보험금 지급의무가 확정되지 않았다고 표현하는 것도 문제란 지적도 나온다.

 

보험금 지급의무의 원천은 엄연히 보험사고 발생일과 그 청구일인데 법적분쟁이 있다고 해서 보험사고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법적분쟁은 단지 유보상태를 말할 뿐, 의무의 원천 발생일이 법원 확정판결일자에 맞춰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가장 최악인 경우는 보험사가 소송으로 최대한 장기전으로 시간을 끌어버리면, 보험금 소멸시효를 넘겨 보험금을 주지 않거나 정당한 세금납부시기를 임의로 조정하는 것을 허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 금감원은 2016년 9월 보험사들이 보험금 지급의무가 있음에도 소송 장기화로 시효종료 판결을 끌어내자 강력하게 제재압박을 넣어 보험금을 지급하게 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권리의무 확정일을 모두 법원 확정판결 이후로 미뤄버리면, 법에서 정한 납부기한도 의미가 없게 된다”며 “그렇게 되면 성실하게 보험금을 지급하고, 세금을 냈던 납세자들은 손해를 보게 된다”고 전했다.

 

이어 “비록 A사가 이기긴 했지만, 다른 보험사들도 똑같다고 볼 수는 없는 만큼 최대한 법리를 정비해 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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