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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탁과 세법③] 신탁의 진짜 주인은 누구인가? 위탁자과세신탁

 

(조세금융신문=송동진 변호사) 1. 위탁자과세신탁의 도입

가. 수익자과세신탁의 원칙과 위탁자과세신탁의 예외

 

신탁은 위탁자가 신탁계약에 따라 자신의 재산을 수탁자에게 이전함으로써 설정된다. 수탁자는 신탁재산과 그것에서 생긴 소득을 수익자에게 지급한다. 누가 신탁의 수익자가 되는지는 위탁자가 정한다. 수익자는 위탁자 본인일 때도 있지만, 위탁자가 아닌 타인일 수도 있다. 따라서 신탁의 설계자는 위탁자이고, 수탁자는 위탁자의 생각과 계획을 집행하는 자일 뿐이다. 그렇다면 신탁재산에서 생기는 소득에 관하여 누가 납세의무를 져야 할까?

 

우리나라 세법은 2020년 말 이전에는 신탁재산에서 생기는 소득은 원칙적으로 수익자에게 귀속하는 것으로 과세하였다. 이는, 신탁재산이 사법상 수탁자 명의로 되어 있지만, 세법상으로는 수익자의 것으로 취급됨을 뜻한다. 신탁의 경제적 실질상 수익자가 신탁재산의 소유자로 보기에 적합하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던 중 2020년 말 세법의 개정으로 일정한 경우 신탁재산에서 생기는 소득이 위탁자에게 귀속하는 것으로 보아 과세하는 규정이 도입되었다.

 

나. 미국 세법

 

미국 세법에서는 신탁재산에서 생기는 소득에 관하여 원칙적으로 신탁이 납세의무를 지지만, 위탁자가 수익자이거나 신탁에 대한 지배·통제를 가져서 신탁재산의 실질적 소유자에 해당하는 경우, 위탁자가 납세의무를 진다. 이를 위탁자신탁(grantor trust)이라고 한다.

 

그러한 경우로는, ① 위탁자가 신탁의 원본 또는 소득을 받을 권리 중 일정 부분을 갖는 경우, ② 위탁자가 수익자의 수익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경우, ③ 위탁자가 신탁의 집행권한을 갖는 경우, ④ 위탁자가 신탁의 철회권을 갖는 경우, ⑤ 위탁자 또는 그 배우자가 신탁의 소득을 받을 수 있는 경우, ⑥ 위탁자 외의 자가 위탁자를 소유자로 취급하게 하는 통제를 보유하는 경우가 있다.

 

2. 위탁자과세신탁의 요건과 효과

 

우리 세법상 위탁자과세신탁의 유형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첫째는, 수익자가 특별히 정해지지 않거나 존재하지 않는 신탁이고, 둘째는, 위탁자가 신탁재산에 대한 실질적 지배·통제권을 갖는 경우다. 첫째 유형의 신탁을 위탁자과세신탁으로 규정한 것은 입법론상 상당한 문제점이 있는데, 이 글에서는 더 상세히 다루지 않고, 둘째 유형에 관해서만 아래에서 소개하기로 한다. 두 번째 유형의 위탁자과세신탁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요건이 필요하다.

 

① 위탁자가 신탁을 해지할 수 있는 권리, 수익자를 지정하거나 변경할 수 있는 권리, 신탁 종료 후 잔여재산을 귀속 받을 권리를 보유하는 등 신탁재산을 실질적으로 지배·통제해야 한다. 위탁자가 언제든지 신탁을 종료시키고 신탁재산을 반환받을 수 있다면, 그 신탁재산은 위탁자의 소유로 남아 있는 것과 별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② 신탁재산 원본의 수익자는 위탁자로, 수입의 수익자는 배우자 또는 생계를 같이 하는 직계존비속으로 정해져야 한다.

 

위 두 요건은 그 중 하나만 있어도 각각 위탁자과세신탁으로 취급할 만한 것들인데, 우리 세법은 위 두 요건이 모두 있어야만 위탁자과세신탁으로 취급한다. 이는, 위탁자과세신탁을 처음 도입하면서 신중하게 그 범위를 미국 세법에 비해서 좁게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

 

위와 같은 위탁자과세신탁에 해당하는 경우, 위탁자와 수익자는 각각 어떻게 과세될까?

먼저, 위탁자는 신탁재산에서 생기는 소득에 대한 납세의무를 진다. 위탁자과세신탁에서도 수탁자는 신탁의 소득을 위탁자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수익자에게 지급할 것이지만, 세법상으로는 그 소득이 일단 위탁자에게 귀속하였다가 수익자에게 지급된 것으로 과세된다. 그리고 그 신탁재산은 위탁자의 것으로 취급된다. 위탁자과세신탁에 소득을 지급하는 자는 위탁자를 원천징수대상자로 보아 원천징수를 해야 한다.

 

다음으로, 수익자는 신탁의 소득을 직접 취득한 것이 아니라 위탁자로부터 이전받은 것으로 취급되어야 한다. 따라서 수익자가 신탁으로부터 받는 소득의 구분은, 신탁 단계의 소득구분을 따르지 않고, 위탁자와 수익자 간의 관계에 따라 정해질 것이다.

 

가령, 신탁재산이 부동산인 신탁에서 위탁자가 아버지이고 신탁재산에서 생기는 수입(부동산의 차임, 사업소득)의 수익자는 자녀인 경우, 위탁자와 수익자 간에 신탁설정의 대가가 수수되지 않았다면, 자녀인 수익자가 받은 신탁수익은 사업소득이 아니라 아버지로부터 증여받은 것에 해당한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위탁자가 신탁재산을 실질적으로 지배·통제하는 경우 신탁의 수익이 실제로 지급된 날을 증여일로 본다.

 

3. 소결론

 

위탁자과세신탁은 2020년 말 우리 세법에 도입된 후 얼마 되지 않았기 아직 과세실무상 적용된 사례가 많지 않지만, 향후 그 적용례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위탁자과세신탁의 유형은 미국 세법의 예에서 보듯이 앞으로 더 늘어날 여지가 있다. 그리고 위탁자과세신탁에 해당하는 경우 세법상 효과는, 수익자과세신탁과 크게 다르다. 따라서 신탁과 관련한 거래당사자들은 위탁자과세신탁에 해당하는지를 주의깊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 위 글은 필자의 책인 《신탁과 세법, 삼일인포마인(2021)》 중 일부를 발췌하여 정리·수정한 것입니다. 더 상세한 내용은 위 책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프로필] 송동진 변호사

•(현)법무법인 위즈 구성원변호사

•(전)서울중앙지방법원, 서울남부지방법원 판사 등 역임

•제42회 사법시험 합격(사법연수원 32기)

•서울시립대학교 세무전문대학원 박사학위 취득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저서 《법인세법(삼일인포마인, 2020)》, 《신탁과 세법(삼일인포마인,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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