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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평-탑건 매버릭] ‘무기’보다 ‘군인’…맞는 말이지만 ‘1등주의’ 강박부터 벗어야

— 흔들리는 미국 중심 단극체제에서 개봉한 미국 영화…베테랑 파일럿의 신념만 부각
— 지금 선진국도 천년 뒤 영속할 수 없어…더불어 공존하는 지구 추구해야 존경받는다

 

(조세금융신문=이상현 기자)  권선징악, 그것도 자국 중심의 선악관이 너무 선연해, 한국식으로 표현하자면 ‘국뽕(극단적 애국주의)’에 해당하는 미국 영화를 최근 봤다. 헐리우드 영화 취향이 아닌데, 봐야 할 불가피한 정황이 있었다.

 

사실 미국인다운, 정적인 미모의 톰크루즈가 주연을 맡은 영화가 줄 수 있는 재미와 감동의 폭은 넓지 않다.

 

한국 나이로 올해 환갑을 맞은 그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불굴의 도전정신으로 미 해군 전투기 조종사의 긍지와 자부심을 오늘에 되살려줬다는 영화다. 작품성을 떠나 이런 미국 영화를 보고 영화평을 쓸 거라고는 생각 못했다.

 

격변하는 지구촌 외교안보 현실, 구체적으로 미국의 일극적(unipolar) 지배구조가 도전받고 있는 최근 이 영화를 보게 돼 불현듯 그런 맥락을 기록해 두자고 결심했다.

 

최고의 파일럿이자 전설적인 인물 매버릭(톰 크루즈)은 동기들보다 훨씬 진급에서 뒤쳐진 해군 대령. 전투비행기를 무인기로 대체하려는 해군 사령부의 지시를 어기고 마하 10.2 이상의 비행에 성공한다. 천문학적 전투기가 폭발했지만, 비상탈출로 살아 남은 매버릭은 징계를 앞둔 시점에 자신이 졸업한 전투비행훈련학교 교관으로 발령이 난다. 임무는 테러지원국에서 진행되는 비인가 핵시설을 폭파하는 것. 정확히는 그 폭파를 담당할 해군 전투조종사들을 가르치라는 명령이었다.

 

매버릭은 자신은 교관이 아니라 전투 조종사라며 거부의사를 밝혔지만, 수락하지 않으면 군복을 벗어야 하기에 받아들인다. 최고의 젊은 정예 전투기 조종사들에게 실전을 방불케 하는 상공 훈련을 보여준 그는 자녀뻘 되는 후배들에게 자신이 전설적인 전투 비행사(1986년에 탑건 1편)임을 똑똑히 보여준다.

 

매버릭의 지휘 아래 견고한 팀워크를 쌓은 팀원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테러지원국을 쑥대밭으로 만든 임무를 성공리에 마친다는 게 영화의 줄거리다. 당연히 씨줄 날줄의 갈등구조도 있고, 남녀간의 사랑도 곁들여져 있다.

 

기자가 주목한 건 이 영화의 이야기가 아니라 영화의 설정이다.

 

영화 속에서 비인가 핵시설을 구축한 테러지원국은 이란으로 추정된다. 눈 덮인 계곡이 작전의 시공간으로 설정돼 있다. 이란은 중동 국가이긴 하지만 테헤란 북부에 해발 3000m 고지에서는 매년 12월부터 4월 중순까지 스키를 즐길 수 있다. 그러니 가상의 테러지원국이 이란이라고 추정하는 데 무리는 없다.

 

영화에 직접 거론된 5세대 전투기는 러시아 항공우주군의 수호이57(Su-57)다. 미국에는 아직 없고 테러지원 적국에만 있다는 설정이다. 실제 수호이57은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에도 투입된 기종으로 알려졌다. 미 해군 스텔스 전투기들을 무력화 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매버릭은 차세대전투기(수호이57)가 없는 미 해군의 현실을 말한다. 코신스키 감독은 다만 자신이 규정을 어기고 마하 10.9까지 비행하다가 폭발한 다크스타가 곧 실전 배치되면 다시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암시를 잊지 않고 있다.

 

작전 투입 전 매버릭은 수차례 “전투기가 아니라 조종사”라는 점을 강조한다. 아무리 좋은 첨단 전투기도 뛰어난 조종사가 모두 극복할 수 있다는 신념이다. 매버릭과 제자 루스터가 적지에서 훔쳐 탈출할 때 탑승한 F-14A 톰캣은 미국이 개발했지만 이란 혁명수비대가 현재도 실전배치 한 전투기다. 구닥다리 전투기종으로도 강한 집념과 뛰어난 조종술로 차세대 전투기를 격추시키고 무사히 항공모함으로 귀환한다는 설정은 매버릭의 신념을 지지하는 중요한 장치가 된다.

 

이런 모티브는 그러나 미국의 처지나 의도를 보여준다. 과거 같으면 최첨단 무기에서 러시아 등 경쟁국에 뒤져본 적이 없는 미국이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이미 첨단무기 경쟁에서 뒤져있다. 물론 뒤져 있는 것으로 보이고 싶어하는 것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절대 패권을 쥐고 활약해 왔던 미국이 그럴 이유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입시가 교육의 전부가 된 한국 학생들에 견주자면, 미국은 이제 당연히 전교 1등을 하는 유일무이한 초격차 수재가 아니다. 화려했던 과거 무용담 속 베테랑을 그리워 할 뿐이다. 부모가 사교육을 위해 무제한 돈을 대줄 형편도 아니다. 쪽집게 과외와 같은 첨단 무기보다 결연한 자기주도학습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위축되지 말자”며 멘탈관리도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 “필살기를 준비하고 있으니 기 죽지 말자”고 다독이는 학부모의 격려가 자못 애처롭다.

 

하지만 미국은 차제에 자신만이 꼭 ‘전교일등’이라는 식의 강박에서 벗어나면 좋겠다. 그런 강박은 교육의 진정한 가치 실현을 위한 정책을 아직 제대로 찾지 못한 한국에서나 어울리는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인생과 마찬가지로, 국가들도 출발선이 달랐다. 표방하는 수사(Rhetoric)와 달리, 어떤 나라는 여전히 제국주의로 다른 나라위에 군림하는 것을 당연히 여기며 살아가고 있다. 수천년 인류역사를 보건대, 지구촌을 호령했던 나라들이 최빈국이 돼 있기도 한다. 지금 선진국이라고 천년 뒤에도 선진국이란 보장은 없다.

 

매버릭은 군인이니까 “탁월한 ‘정신력’을 갖춘 전투기조종사가 최첨단 전투기보다 중요하다”고 말할 수는 있다. 하지만 매버릭의 조국 미국은 초격차 일등이 없어도 더불어 공존하는 지구촌을 만들어 나가는, 그래서 모든 지구인들이 진정 존경하는 나라가 되길 바란다.

 

러시아 항공우주군의 수호이57(Su-57)를 이란이 보유하고 있다는 설정은 폴란드 출신 감독이 이란과 러시아를 가상의 적으로 여겨 극도로 경계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현실에서 러시아와 외교안보적 협력을 돈독히 하고 있는 이란은 실제로 시리아, 북한, 쿠바와 함께 미 국무부가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한 나라다.

 

조셉 코신스키 감독은 폴란드계 미국인이다. 1974년 밀워키 출신으로 1999년 감독 데뷔에 앞서 광고 제작자로도 명성을 날린 그는 폴 스탠퍼드 대학교 출신의 수재인데다 키도 193cm로 훤칠한 완벽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스토리보드나 작품성과 별도로 장면 배치(미장센)와 영상미(Visual)의 완성도를 추구하는 감독이다.

 

코신스키 감독이 장차 지구촌의 대세가 되길 바란다. 다만 뛰어난 영상과 디자인, 미장센 능력이 ‘신냉전(New Cold War)’ 고착화에 기여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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