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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금융신문=안종명 기자) 미국과 중국이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이후 본격화된 고강도 관세 갈등을 풀기 위한 첫 공식 협상에 착수한다.
오는 10일부터 스위스 제네바에서 진행되는 이번 회담은 상호 100%를 넘는 초고율 보복관세가 교차되는 가운데 양국 경제가 받는 타격을 완화하려는 첫 시도로 평가된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7일(현지시간) 미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청문회에서 “중국과의 무역협상이 10일부터 시작된다”고 공식화했다.
미 재무부와 무역대표부(USTR)는 중국과의 무역협상에 앞서 8일(현지시간) 스위스에서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 등을 만나고, 카린 켈러주터 스위스 대통령과도 만나 무역 협상을 논의할 예정이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 내 대표적인 통상 강경파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고문은 불참할 예정이라고 베선트 장관은 전했다.
◇ 145% 대 125%…트럼프발 ‘세 자릿수 관세전쟁’ 배경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2일 '무역 불균형 해소'를 명분으로 전 세계를 대상으로 상호관세 부과를 전격 선언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중국산 주요 수입품에 145%의 초고율 관세를 부과했고, 중국도 미국산 제품에 125%의 보복 관세를 맞서 부과했다. 다른 교역국들과는 달리 유예 조치 없이 즉각 발효되면서 미중 간 교역이 사실상 단절됐다.
이후 양국 경제는 뚜렷한 충격 신호를 받고 있다. 미국의 경우 2025년 1분기 GDP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전환됐고, 3월 무역적자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중국도 제조업·서비스업 구매자관리지수(PMI)가 급락하며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 "중국이 먼저 협상 제안" vs "미국의 요청 받아들여"
베선트 장관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당초 스위스와의 무역 대화가 예정돼 있었는데, 중국 측이 같은 시기에 방문하겠다는 뜻을 전해왔다”며 “그래서 10~11일 회동이 성사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중국의 자발적 제안이라는 취지다.
그러나 중국 외교부는 같은 날 “허리펑 부총리는 스위스 정부의 초청으로 9~12일 스위스를 방문한다”며 “베선트 재무장관과도 회담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상무부는 “미국 고위급이 여러 채널을 통해 대화를 요청해왔고, 미 업계와 소비자의 호소를 고려해 응했다”고 밝혀, 사실상 미국의 설득에 따른 결정임을 시사했다.
◇ 베선트 “협상 진전? 정반대 생각”
미·중 모두 협상 테이블에는 앉았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베선트 장관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협상 진척 여부를 묻는 질문에 “정반대라고 생각한다”며, 입장 차가 여전히 크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현재 양국은 ▲초고율 관세 인하 ▲소액 면세제도 복원 ▲수출통제 목록 조정 등을 협의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세 자릿수 관세’를 얼마나, 어떤 방식으로 낮출지가 핵심 쟁점이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의 비공식 자문역인 헤지펀드 매니저 빌 애크먼은 “145% 관세를 20%로 즉시 낮추고, 이후 매월 0.5~1.5%포인트씩 단계적으로 인상하자”는 제안을 공개했다. 불공정 무역 관행 개선을 유도하고 공급망 재배치 시간을 벌자는 취지다.
◇ 생활용품 관세 면제도 검토…육아용품 거론
청문회에서는 생활밀착형 관세 조정 가능성도 제기됐다. 아이아나 프레슬리(민주당·매사추세츠) 하원의원이 “부모들이 육아에 필수적인 품목에 대한 관세 면제를 검토하느냐”고 묻자, 베선트 장관은 “고려 중”이라고 답변했다.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도 백악관 집무실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단순한 관세 정책을 유지하되, 해당 사안은 들여다보겠다”며 제한적 유연성을 시사했다.
◇ 중국, 통화정책·보복관세 병행…협상 압박 카드도
한편 중국은 미국과의 협상과 동시에 자국 경기 부양에 나섰다. 판궁성 인민은행장은 7일 기자회견을 통해 “지급준비율(RRR)을 0.5%포인트 인하하고 정책금리와 주택 대출금리를 각각 0.1%, 0.25%포인트 인하한다”고 밝혔다. 약 1조 위안(193조원)의 장기 유동성을 시중에 공급하는 조치다.
아울러 중국 상무부는 인도산 농약에 대해 최대 166.2%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며, 미국의 대중국 무역 제재에 동조하는 국가들에 대한 경고도 병행하고 있다.
◇ 협상 전망은? “장기전 가능성”…“1년 넘게 갈 수도”
세계무역기구(WTO) 사무국에서 중국 측 법률 자문을 맡았던 헨리 가오 싱가포르경영대 교수는 BBC에 “이번 협상도 2018년처럼 끝없는 줄다리기가 예상된다”며 “1년 이상 장기 협상 국면이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양국 간 첫 공식 대화가 긴장을 완화하는 계기가 될지, 아니면 협상 장기화의 출발점이 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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