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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세무조사의 성패는 사전 점검에 달려

(조세금융신문=오봉신 함께세무법인 대표세무사) 어느 날 갑자기 날아온 노란 봉투, ‘세무조사 사전통지서’는 경영자에게 단순한 행정 문서를 넘어 심리적 압박감과 사업 존립의 위기감으로 다가오기 마련이다.

 

평소 성실히 납세 의무를 이행해 왔다고 자부하는 기업인조차 국세청의 연락 앞에서는 작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세무조사는 기업을 옥죄기 위한 처벌이 아니다. 이는 국가 재정의 근간을 지키기 위한 정당한 행정 절차이며, 기업 입장에서는 그간의 회계 관행을 점검하고 재무적 투명성을 공고히 하는 ‘성장의 성장통’이기도 하다.

 

필자가 국세청 조사국 현장에서 조사를 지휘하며 체득한 경험을 바탕으로, 위기 상황에서 기업의 권익을 지키고 경영의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는 본질적인 대응 전략을 제언하고자 한다.

 

AI가 설계한 촘촘한 그물망, '운'에 맡기는 시대는 끝났다

 

과거의 세무조사가 제보나 특정 혐의에 의존했다면, 현재의 국세행정은 ‘데이터의 과학’으로 진화했다. 국세청은 AI 기반 탈세 적발 시스템을 전면 도입하여 조사 선정의 투명성과 정밀도를 극대화하고 있다. 특히 소득과 재산, 소비 내역을 입체적으로 분석하는 PCI(Property, Consumption and Income) 시스템은 개인과 법인의 모든 경제적 궤적을 추적한다.

 

신고된 소득에 비해 과도한 자산 증식이나 소비 패턴이 포착되면 시스템은 즉각 ‘이상 신호’를 보낸다. 4~5년 주기로 진행되는 정기 세무조사는 물론, 예측 불가능한 비정기 조사가 이 정교한 알고리즘을 통해 결정된다. 이제는 ‘운이 좋아 빠져나갈 수 있다’는 안일한 생각 대신, 우리 기업의 데이터가 과세당국의 시스템에 어떻게 투영되고 있는지를 사전에 진단하는 ‘디지털 리스크 관리’가 필수적인 시대가 되었다.

 

‘20일의 골든타임’, 방어가 아닌 입증의 시간

 

2025년 국세행정 운영방안에 따라 중소납세자의 사전통지 기간이 15일에서 20일로 확대된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20일은 조사의 향방을 가르는 결정적인 ‘골든타임’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경영자는 이 소중한 시간을 단순히 장부를 정리하거나 과거 자료를 훑어보는 식의 ‘수동적 방어’로 허비하곤 한다. 필자가 강조하는 핵심은 이 기간 내에 실제 상황에 준하는 ‘사전모의조사’를 반드시 실시해야 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최근 필자가 수임했던 사례 중에는 사전모의조사의 부재가 얼마나 뼈아픈 결과로 이어지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건이 있었다. 해당 기업은 계약서의 부재 때문에 결과적으로 300억 원이 넘는 세금을 추징당하는 참사를 겪었다. 만약 통지서를 받은 직후 20일의 골든타임 동안 전문가와 함께 모의조사를 진행해 미비점을 보완했더라면, 충분히 소명 가능한 범위 내에서 막을 수 있었던 손실이었다.

 

조사관의 시각으로 기업의 내부 자료를 미리 해부해 보는 과정은 단순한 준비가 아니라 ‘생존 전략’이다. 국세청이 의구심을 가질 만한 항목에 대해 논리적이고 법리적인 ‘소명 시나리오’를 구축하고, 무심한 답변 한마디가 거대한 과세 근거로 돌아오지 않도록 리허설을 마쳐야 한다. 20일 이내에 세법의 테두리 안에서 가장 합리적인 논거를 준비하는 것만이 불필요한 추징과 경영 차질을 막는 유일한 길이다.

 

신뢰라는 이름의 전략

 

세무조사 현장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는 역설적이게도 ‘성실한 협조와 신뢰’다. 조사관은 이미 방대한 데이터를 손에 쥐고 현장에 임한다. 명백한 사실을 부인하거나 억지 변명을 늘어놓는 것은 조사 기간을 연장시키고 범칙조사로 전환될 위험만 키울 뿐이다. 오히려 투명한 자료 제출을 통해 조사관과 신뢰 관계를 형성한다면, 현장조사 기간 단축 제도와 같은 행정적 배려를 이끌어낼 수 있다.

 

만약 조사 후에 억울한 점이 있다면, 과세전적부심사나 심판청구 등 법이 보장하는 권리 구제 절차를 밟으면 된다. 세무조사 대응의 핵심은 단순히 ‘세금을 깎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있다.

 

일부에서는 당장의 세액을 대폭 줄여주겠다는 감언이설로 경영자를 유혹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당장의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바닷물을 마시는 ‘독이 든 성배’와 같다. 진정한 전문가의 역할은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기업의 내일을 지키는 가장 안전한 방파제가 되어주는 것이다.

 

세무조사라는 거센 파도를 넘어 다시 평온한 경영의 바다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조사관의 시각으로 위험을 예단하고 경영자의 마음으로 끝까지 함께하는 동반자가 필요하다. 투명한 경영이 최고의 절세라는 평범한 진리가 다시금 빛을 발할 때, 기업은 비로소 진정한 경영의 자유를 얻게 될 것이다.

 

 

[프로필] 오봉신 함께세무법인 대표세무사

•(현)한국세무사회 윤리위원회 상임위원

•(현)한국디지털거래소 세무자문위원

•(현)한국 생활체육골프협회 중앙세무위원

•(전) 세무대학 3회 졸업, 국세청 경력 33년 

•(전) 서울청 조사2국, 조사4국 등 조사분야 18년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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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상속세제 개편 논의 이어가야
(조세금융신문=이동기 한국세무사회 세무연수원장) 국회는 지난 12월 2일 본회의를 열어 법인세법 개정안 등 11개 세법개정안을 통과시켰는데, 이 중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일부 조문의 자구수정 정도를 제외하고는 실질적인 개정이라고 할 만한 내용은 없었다. 앞서 지난 봄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는 피상속인 기준으로 세금을 계산하는 현재의 유산세 방식에서 상속인 각자가 물려받는 몫에 대해 개별적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전환하는 상속세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사실 우리나라의 상속세제가 그동안 낮은 상속세 과세표준 구간과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세율, 또한 경제성장으로 인한 부동산가격의 상승과 물가상승률 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낮은 상속공제액 등으로 인해 상속세 부담이 과도하다는 지적과 함께 상속세제 개편의 필요성이 계속해서 제기돼 왔다. 이런 분위기에서 기재부가 2025년 3월 ‘상속세의 과세체계 합리화를 위한 유산취득세 도입방안’을 발표하면서, 유산취득세 방식의 상속세제 도입을 위한 상속세 및 증여세법 등 관련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하게 됐다. 이 무렵 정치권에서도 상속세제 개편에 대한 의견들이 경쟁적으로 터져 나왔었는데, 당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