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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태 교수의 관세 이야기] 독일의 관세범죄에 대한 법리 해설(18)

 

(조세금융신문=김용태 건국대 경제통상학과 교수) 독일 조세기본법(AO) 제370조 제1항 제1호 조세(관세)포탈죄의 직접 정범성이 긍정되려면, 범행자가 조세법률관계에서 기인되는 납세신고(의사표시)의 내용을 실질적으로 결정(지배)하며, 그 범행자가 해당 신고의 행위 주체로 인정될 수 있어야 한다.

 

바꾸어 말하면, 조세(관세) 포탈 행위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행위자(종업원)가 단지 허위신고(의사표시)를 세무 당국에 (물리적으로) 전달하거나 또는 세무 당국의 수령이 가능하게 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가령, 종업원(전달자)은 자신의 상사(고용주) C가 작성·서명한, 허위 기재된 소득세 신고서를, C가 허위로 기재한 사실을 인식하면서도 세무 당국에 제출하였다.

 

이 경우, 종업원(전달자)을 세무 당국에 납세신고를 하는 자로 볼 수는 없다. 왜냐하면 그 종업원은 자신의 의사와 무관한 상사(고용주)의 납세신고(의사표시)를 전달할 뿐, 본인 스스로는 아무런 신고(의사표시)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종업원의 전달 행위 그 자체는 세무 당국이 고용주 C의 납세신고를 받는 절차에서 과세자료의 근거로 삼을 수 없다는 점에 의해서도 그 법리가 입증된다.

 

이런 점에서 납세신고(의사표시)와 그 신고자(의사표시자) 사이의 관계는 법적 관계이지, 단순한 사실적 관계(즉, 의사표시의 전달)로 해석될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투자설명서의 인쇄업자는 독일 형법 제264조 a의 의미에서 투자설명서상 자본투자의 허위 사실을 설명한 자로 볼 수는 없다.

 

그런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우리 EDI 통관 시스템을 통하여 화주로부터 위임(상업서류 등)을 받아 세관 당국에 수입(납세)신고를 하는 관세사도 그 납세신고(의사표시)를 결정한 자로 볼 수 없게 된다.

 

따라서 허위로 납세신고를 하는 자는 오직 의사표시의 내용에 관하여 그 결정을 내리는 자만 해당한다.

 

결정을 내리는 자는 그 의사표시(납세신고)의 배후에 서 있는 자이며, 이런 의미에서 그 의사표시(납세신고)는 그의 것으로 귀속된다. 즉, 그는 그 의사표시(납세신고)의 작성자(원저자)가 된다.

 

의사표시의 결정권은 그 의사표시를 자신의 법률행위로서 표명하고, 그로 인해 법률 행위상 그에 대한 보증책임을 부담하고, 또한 부담하여야 하는 자에게 귀속된다.

 

문제는 누가 허위 기재를 물리적으로 작성하였는가―예컨대 세무 신고서를 기재하였는가―가 아니라, 누가 그 의사표시를 자신의 의사표시인 법률행위로 표명(납세신고)하였는가이다.

 

예를 들어, 여직원이 상사 C의 지시에 따라 세무 신고서를 허위로 기재하고, C는 그 신고서에 서명한 후 이를 세무 당국에 제출했다고 하자.

 

그 여직원은 세무신고서의 허위 기재를 자신의 권리능력으로 한 것이 아니므로, 조세 포탈의 행위자가 아니다. 오히려 그 신고(의사표시) 내용에 관한 결정은 전적으로 상사 C가 내렸다.

 

이는 상사 C가 그 납세신고(의사표시)에 서명하지 않거나 이를 제출하지 않았다면, 구성요건적 결과(조세 포탈)의 발생은 어렵지 않게 저지될 수 있다는 점만 보아도 분명해진다.

 

이와 마찬가지로 독일 형법 제267조 문서위조죄에서도, 문서 작성의 물리적 행위자를 문서의 작성자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그 문서에 담긴 의사표시가 법률 관계상 귀속되는 자가 그 문서의 작성자로 평가된다.

 

따라서 문제는 누가 그 의사표시를 ‘정신적으로’ 고안하거나 착상하였는가가 아니라, 자신의 결정에 기초하여 그 의사표시를 법률관계에 편입시키고, 그로써 이를 자신의 의사표시로 승인하는 자가 누구인가라는 점이다.

 

예컨대, 여직원이 상사 C로부터 구체적인 지시를 받지 않은 채 허위 기재가 포함된 C의 세무 신고서를 작성하고, C는 그 허위성을 인식한 상태에서 서명한 후 이를 세무 당국에 제출했다고 하자.

 

법적으로 보면, 그 여직원이 초안한 허위 의사표시는 상사 C의 서명을 통해 C의 의사표시가 된다. 이에 따라 그는 법률 관계상 해당 의사표시에 대한 보증책임을 인수하게 된다.

 

같은 법리에서 공증 계약에 서명하는 당사자들이 그 계약의 작성자(발행자)이지, 개별 계약 조항을 고안한 공증인은 그 계약의 작성자가 아니다.

 

납세신고를 하는 자는 오직 의뢰인이며, 그는 자신의 서명(또는 위임)을 통해 해당 (허위)기재를 법적으로 자신의 의사표시(납세신고)로 만든다.

 

어떤 사람이 자신의 서명(또는 위임)을 통해 외부적으로 하나의 의사표시를 자신의 것으로 인수하는 경우, 그 납세신고를 하는 자는 서명(또는 위임)자 한 사람뿐이다.

 

그렇다면 위 사례의 범행자 이외의 행위자에 대하여 직접정범으로서의 책임이 인정되려면 간접정범 또는 공동정범에 관한 법리에 따라서만 가능할 뿐이다.

 

가령, 교사자(敎唆者)가 선의(善意) 납세자로 하여금 허위 세무신고서에 서명하도록 유도한 경우, 이는 전형적인 간접정범의 사례이지, 직접정범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교사자에게는 그 납세자의 신고(의사표시)가 귀속될 뿐이며, 그 자신이 직접 어떠한 신고(행위)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것이 곧, 자신의 이름으로 의사표시(납세신고)에 서명하거나 여타 방식으로 작성자 자신을 드러낸 사람만이 직접정범이 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독일 AO 제370조 제1항 제1호(세무 당국에 부당한 또는 불충분한 조세신고)의 행위자는, 허위 또는 불충분한 기재의 작성자(귀속 주체)인 사람이다.

 

즉, 교사자는 스스로 작성자로 드러나지 않더라도, 그의 도구(신고 행위자)가 행한 의사표시(납세신고)가 법률상 그에게 귀속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형상 의뢰인(납세자)이 행사한 것처럼 보이는 의사표시(납세신고)를 세무 당국에 제출하더라도, 실제로 그 의사표시(납세신고)의 작성자(가령, 우리의 관세사나 세무사)가 자신인 경우에는 그 역시 허위 기재를 한 것으로 간주된다.

 

따라서 누군가(가령, 우리의 관세사나 세무사)가 실제로는 자신이 작성한 의사표시(납세신고)임에도 그것이 겉보기에는 의뢰인(납세자)이 행사한 것처럼 가장하여 위조하고, 이를 제출하는 경우에는, 그는 AO 제370조 제1항 제1호의 구성요건적 행위를 자기 자신에 의하여 실현한 것이 된다.

 

 

[프로필] 김용태 건국대 경제통상학과 교수

· 성균관대 독어독문학과 졸업

· 서울시립대 일반대학원 법학과 석사과정/박사과정(행정법전공)

· 독일 Giessen대학교 경제형법연구소 객원연구원(2001.4∼2001.9)

· 관세청 FTA집행기획관실·조사감시국 관세행정관

· 서울본부세관 조사국 외환조사팀장

· 법무법인 화우 관세팀 파트너 관세사

· 관세사 자격시험 출제(34·38회)·채점(34·35·37·38회) 위원

· 국세공무원교육원 외환조사기법 및 사례연구 담당 외부교수

· 건국대(글로캠) 경제통상학과 겸임교수/덕성여대 국제통상학과 겸임교수

· (현) 한국관세법판례연구회 사무총장/(사)한국FTA원산지연구회 사무총장

· (현) 법무법인 『린』 관세통상팀장

 

[주요저서]

·FTA원산지이야기(2022)

·관세행정법 with 관세형사법(2023)

·외국환거래법 with 외환형사법(2024)

·관세평가의 법리와 판례연구(2024)

·국제통상법(공저,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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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상속세제 개편 논의 이어가야
(조세금융신문=이동기 한국세무사회 세무연수원장) 국회는 지난 12월 2일 본회의를 열어 법인세법 개정안 등 11개 세법개정안을 통과시켰는데, 이 중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일부 조문의 자구수정 정도를 제외하고는 실질적인 개정이라고 할 만한 내용은 없었다. 앞서 지난 봄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는 피상속인 기준으로 세금을 계산하는 현재의 유산세 방식에서 상속인 각자가 물려받는 몫에 대해 개별적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전환하는 상속세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사실 우리나라의 상속세제가 그동안 낮은 상속세 과세표준 구간과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세율, 또한 경제성장으로 인한 부동산가격의 상승과 물가상승률 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낮은 상속공제액 등으로 인해 상속세 부담이 과도하다는 지적과 함께 상속세제 개편의 필요성이 계속해서 제기돼 왔다. 이런 분위기에서 기재부가 2025년 3월 ‘상속세의 과세체계 합리화를 위한 유산취득세 도입방안’을 발표하면서, 유산취득세 방식의 상속세제 도입을 위한 상속세 및 증여세법 등 관련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하게 됐다. 이 무렵 정치권에서도 상속세제 개편에 대한 의견들이 경쟁적으로 터져 나왔었는데, 당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