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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가족끼리 일손 돕다 함께 참변"…이천 참사 안타까운 사연들

부자·친척 사이, 20대 신혼도…희생자 대부분 영세업체 소속 비통함 더해
합동분향소에도 조문객 줄 이어…세월호 유가족도 분향소 찾아 유가족 위로

 

"동생이 매제 일 돕겠다고 같이 나섰다가 같이 가버렸어요. 불쌍해서 어쩌죠?"

 

30일 오후 경기 이천시 모가면 물류창고 화재 참사 현장 인근 모가실내체육관에서 만난 A(44) 씨는 가족 둘을 떠나보낸 황망함을 감추지 못했다.

 

숨진 매제(39)의 시신은 확인했지만, 동생 B(35) 씨의 시신은 지문 대조가 불가능해 아직 확인조차 못 했다.

 

누구보다 든든하고 믿음직한 가족들이었다. 두 초등생 자녀를 보살피기 위해 작은 도장업체를 운영하던 매제는 지난 15일 즈음 일손이 부족하다며 경남 거제에 있던 B 씨에게 연락을 넣었다.

 

도장업체라고 직원은 서넛이 고작이었기에 일감을 따려면 급한 대로 일손을 모아야 했다. 그럴 때 힘이 되는 건 가족이었고, 그 때문에 B씨는 매제와 함께 물류창고 신축공사 현장으로 왔다.

 

형제 같던 두 사람은 가족도 뒤로 하고 따로 방을 구해 현장을 오가며 일을 했다고 A씨는 전했다. 그러나 지난 29일 화재 사고로 두 사람은 끝내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A씨는 "현장에서 희생된 영세 작업자들은 제대로 된 업체 경영이 힘들다 보니 가족끼리 일손을 모아 일감을 받는 게 대부분"이라며 "어려운 처지에서 어렵게 생활하던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는데 왜 이리 신원 확인 속도가 더딘지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이처럼 이천 물류창고 화재 희생자 중에는 가족이 함께 현장에 투입됐다가 같이 변을 당한 안타까운 사연이 줄을 이었다.

 

 

사고 당시 지상 2층 설비공사 현장에 함께 투입됐던 아버지(61)와 아들(34)도 이런 경우다. 부자가 함께 작업하던 도중 불꽃이 일어났고 이들은 창문을 통해 지상으로 뛰어내려 대피했다.

 

그러나 아들은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아버지는 현재까지 신원 파악이 되지 않고 있다.

 

부자가 함께 목숨을 잃은 사례도 있다. 체육관에 있던 김모(68) 씨는 "50대 동생과 20대 조카가 이 현장에서 동시에 목숨을 잃었다"며 "집안 살림을 보태려 일찍이 일터에 나선 착한 아이였는데 얼굴을 알아볼 수조차 없게 됐다"고 흐느끼며 말했다.

 

이 밖에도 희생자 신원이 속속 확인되면서 유가족들의 안타까운 사연도 이어지고 있다.

 

이번 사고로 목숨을 잃은 C(29) 씨는 혼인신고를 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은 아내(26)를 두고 떠난 것으로 확인돼 안타까움을 더했다.

 

C씨의 아내는 "5살 난 아이를 두고 이제야 안정을 찾나 싶었는데 너무 허망하다"고 흐느꼈다.

 

아직 신원이 확인되지 않아 시신을 찾지 못한 유가족들도 시간이 갈수록 안타까움을 더해가고 있다.

 

아들을 잃었다는 한 아버지는 "소식을 듣고 병원에 가 시신을 확인했는데 너무 훼손이 심해 지문 감식을 할 수 없다는 설명을 들었다"며 "아들을 눈앞에 두고도 자식이 맞는지 안 맞는지부터 알아봐야 하는 상황이 아들에게 정말 미안하고 죄스럽다"고 울먹였다.

 

이번 사고 사망자 38명 중 현재까지 경찰 조사로 신원이 밝혀진 것은 총 29명이다.

 

경찰은 지문과 DNA 채취·대조를 통해 이중으로 신원 확인 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오후 5시 30분 현재 남은 9명의 신원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천 시내 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 마련된 합동 분향소에도 조문객들이 일부 이어졌다. 현재 분향소는 일반 조문객을 받고 있지 않지만, 유가족의 친지들이 연이어 분향소를 찾아 영정 앞에 헌화하고 고인의 넋을 기렸다.

 

이날 오후 7시께는 세월호 유가족 8명도 분향소를 찾아 물류창고 유가족들을 만나 위로의 말을 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지난 29일 오후 1시 32분께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의 물류창고 공사 현장에서 불이 나 38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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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금융신문=이명구 관세청장) 어린 시절, 여름이면 시골 도랑은 나에게 최고의 놀이터였다. 맨발로 물살을 가르며 미꾸라지와 붕어를 잡던 기억은 지금도 선명하다. 허름한 양동이에 물고기를 담아 집에 가져가면 어머니는 늘 “고생했다”라며 따뜻한 잡탕을 끓여주셨다. 돌과 수초가 얽힌 물속을 들여다보며 ‘물고기가 머무는 자리’를 찾던 그 경험은 훗날 관세행정을 바라보는 나의 태도에 자연스레 스며들었다. 성인이 되어서도 물가에서는 마음이 늘 편안했다. 장인어른께서 선물해 주신 낚싯대를 들고 개천을 찾으며 업무의 무게를 내려놓곤 했다. 그러나 아이가 태어나면서 낚시와는 자연스레 멀어졌고, 다시 낚싯대를 잡기까지 20년이 흘렀다. 놀랍게도 다시 시작하자 시간의 공백은 금세 사라졌다. 물가의 고요함은 여전히 나를 비워내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 되었다. 낚시는 계절을 타지 않는다. 영하의 겨울에도 두툼한 외투를 챙겨 입고 손난로를 넣은 채 저수지로 향한다. 찬바람이 스쳐도 찌가 흔들리는 순간 마음은 고요해진다. 몇 해 전에는 붕어 낚시에서 나아가 워킹 배스 낚시를 시작했다. 장비도 간편하고 운동 효과도 좋아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걸어 다니며 포인트를 찾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