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코로나19 장기화에 부채로 동원된 유동성이 주식, 부동산 등 자산시장에 집중되고 있다. 일명 '영끌', '빚투' 등 신조어가 더는 남의 문제가 아니다.
금융과 실물 간 괴리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 중장기적인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은행은 24일 ‘금융상황 안정’ 자료를 통해 현 금융시스템 전반에 대한 분석 내용을 전했다.
◇ 가계‧기업 대출 꾸준히 증가…“건전성, 아직은 양호”
가계신용은 지난해말 이후 증가세가 점차 확대됐다. 올해 2분기말 기준 1637조3000억원원으로 전녀동기 대비 5.2% 늘었다.
업권별로는 은행 가계대출이 꾸준한 증가세를 나타냈다. 6월 이후부터 주택 거래량이 늘면서 주택관련 대출 증가세가 확대된 가운데 기타대출도 크게 늘었다. 다만 비은행 가계대출은 감소세가 지속됐다.
현재까지 가계부채의 건전성은 양호한 상황이나, 연체율이 비은행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완만하게 상승하고 있는 점은 주의 깊게 봐야할 요소다.
한국은행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자영업자 매출 감소와 전반적인 고용사정 악화로 가계의 채무상환능력이 저하됐을 가능성이 큼에도, 원리금 상환유예 등 각종 금융지원 조치로 아직은 신용위험이 현재화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취약가구 중심 가계부채 부실이 늘어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가계신용과 함께 기업신용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금융권 기업대출은 올해 2분기 말 기준 2079조5000억원으로 증가세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1930조원, 4분기 1955조4000억원, 올해 1분기 2021조3000억원으로 오름세를 보였다.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데 따른 대응 차원인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 재무건전성의 경우 국내외 경기침체로 실적부진이 지속되면서 다소 악화됐다. 매출 증가율은 항공, 숙박·음식, 조선 업종 등을 중심으로 마이너스 폭이 확대됐다. 자기자본 대비 부채를 나타내는 부채비율은 기업신용이 증가하면서 함께 상승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국내외 경기회복이 지연되면 가계는 물론 기업의 신용위험도 증대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 주식, 민감성 확대…부동산, 매매가 상승 둔화
자산시장별 금융안정 상황을 살펴보면, 주식시장에서 주가(코스피)는 코로나19 전개양상이나 정책대응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지난 3월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외 경기 침체 우려, 국제유가 급락 영향이 급속도로 퍼지면서 주가가 대폭 하락했다. 그러다 3월 하순 이후부터 주요국들이 적극적으로 정책대응에 나서면서 경기 조기회복 기대가 상승했고, 8월부터는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
한국은행은 “그간의 급격한 주가 반등으로 국내외 증시에서 금융, 실물 괴리 우려가 커지고 있어 향후 주가는 세계 경기회복 속도 및 미·중 간 갈등 전개 양상 등에 따라 당분간 높은 변동성을 보일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부동산 시장의 경우 주택매매가격이 올해 상반기 중 상승세가 확대됐다가 8월 들어서는 오름세가 다소 둔화되는 모습이다. 주택거래량 역시 가격상승 기대 등으로 수도권을 중심으로 크게 증가했다가 8월 들어 축소됐다.
◇ 금융 불균형 누적…하방리스크 ‘증대’
금융-실물 간 괴리가 심화되면서 실물경제 하방리스크가 증대되고 이로 인한 ‘취약성 확대’가 예상된다. 기업실적 부진과 실물경기 위축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일부 자산 가격 상승세가 계속되자 ‘고평가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
신용위험 증가에도 불구하고 대출 공급이 증대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방리스크는 경기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요인들을 말하며 금융위기 상황을 사전에 탐지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한국은행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부동산, 주식 시장에서 수익추구성향 강화, 가계‧기업 부문의 신용축적 등으로 금융시스템의 잠재 취약성이 확대되면서 실물경제의 하방리스크가 커진 것으로 평가했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가계와 기업에 공급된 유동성이 자산시장으로 집중되는 현상을 완화하고, 과도한 신용축적을 억제하는 등 정부차원의 중장기적인 리스크 관리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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