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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1억넘는 신용대출 전면중단까지…내주부터 은행대출 '바늘구멍

KB, 소득 등 상관없이 1억초과 신용대출 막기로…갈아타기 대출도 금지
신한, 전문직 신용대출 한도 3억→2억…일반 신용대출도 다음주 중 제한

연말을 앞두고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은행들이 사상 유례없는 강도로 가계대출을 조이고 있다. 단순히 대출 문턱을 높이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1억원 초과 신용대출을 전면 중단하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올해 은행의 가계대출이 급증한 것은 근본적으로 저금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생활고,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빚투(대출로 투자) 등이 겹쳐 그만큼 대출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출 자금의 부동산 등 자산시장 유입을 걱정하는 정부가 시중은행의 대출 총량 관리에 문제가 있다며 끊임없이 '자율적 규제'를 압박하면서 은행이 예년에는 쓰지 않던 카드까지 꺼내 드는 실정이다.

 

 

 

◈ 하나도 전문직 한도 하향 검토…12월 5대은행 신용대출 1천235억↓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14일부터 연말까지 1억원이 넘는 모든 가계 신용대출을 원칙적으로 막는다.

어떤 소비자가 새로 신청하거나 증액을 요청한 신용대출(집단 신용대출·마이너스통장 포함)이 기존 신용대출 건과 더해 1억원을 초과하면 대출 승인을 내주지 않겠다는 얘기다.

아울러 KB국민은행은 같은 날부터 다른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을 금리 등을 이유로 KB국민은행 주택담보대출로 갈아타는, 이른바 '타행 대환 주택담보대출'도 연말까지 중단하기로 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가계여신의 한도(총량)를 선제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일부 대출 상품의 한도를 줄이거나 조건을 까다롭게 조정하는 일은 더러 있지만, 은행 전체적으로 1억원 초과 신용대출을 전면 중단한 것은 비슷한 사례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매우 드문 일"이라고 덧붙였다.

KB국민은행의 조치는 지난달 30일부터 시행된 금융당국의 '연봉 8천만원이 넘는 고소득자의 1억원 초과 신용대출에 대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이하 규제' 지침과 비교해도 월등히 강도가 높은 것이다.

신한은행은 14일부터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에 대한 신용대출 한도를 일제히 2억원으로 낮춘다. 기존 전문직 신용대출 한도는 각 특정 직군별 상품에 따라 2억5천만∼3억원이었다. 최대한도가 3억원에서 2억원으로 1억원이나 줄어드는 셈이다.

신한은행은 이뿐 아니라 다음 주 중 전문직 외 일반 직장인 대상 신용대출 제한 방침도 내놓을 예정으로, 현재 내부적으로 구체적 조건을 논의하고 있다.

 

하나은행 역시 조만간 전문직 대출한도를 더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앞서 9일부터 KB국민은행은 대출상담사를 통한 주택담보·전세대출 모집도 전면 금지했다. 대출 상담사는 카드 모집인과 비슷하게 은행 외부에서 대출 상담창구 역할을 하며 실제 은행과 차주(돈 빌리는 사람)를 연결해주는데, 이들을 통한 대출 신청을 당분간 받지 않겠다는 얘기다. 역시 이례적 조치라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우리은행은 11일 비대면 신용대출 주력 상품인 '우리 WON하는 직장인대출' 판매까지 중단했다.

한편 잇따른 대출 규제의 영향으로 11월 사상 최대 폭으로 불어난 가계대출은 이제 어느 정도 증가세가 진정되는 분위기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10일 현재 133조5천689억원으로, 지난달 말(133조6천925억원)보다 오히려 1천235억원(0.09%) 줄었다. 주택담보대출 잔액도 같은 기간 470조4천238억원에서 469조9천292억원으로 4천946억원(0.11%) 감소한 상태다.

 

 

◈ 당국 "관리 안 된다" 질책…"코로나 등 고려 않고 대출 총량만 강조" 지적도

 

다음 주부터 추가 대출 규제까지 실행되면, 금융소비자들은 연말까지 은행에서 억대 신용대출을 포함한 가계대출을 받기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이처럼 은행권이 거의 모든 수단을 동원해 필사적으로 가계대출을 조이는 데는 금융당국의 압박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4일 금융감독원은 부원장보 주재로 시중은행 가계대출 담당 임원(부행장급)들을 모아 '가계 대출 관리 동향 및 점검' 화상회의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금감원측은 지난달 신용대출을 포함한 가계대출이 다시 급증한 사실을 지적하며 "10월과 달리 11월 가계대출 관리가 잘되지 않은 것 같다. 당초(9월) 제출한 연내 가계대출 총량 관리 목표를 반드시 지켜달라"고 경고했다. 금감원은 특히 가계대출 속도 조절에 실패해 연내 총량 관리 목표 달성이 거의 불가능해진 2개 은행을 지목, 강하게 질책하며 '개별 면담'까지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1월 한 달에만 9조4천196억원(657조5천520억→666조9천716억원) 급증했다. 10월 증가액(7조6천611억원)보다 약 2조원 많은 규모다.

특히 신용대출의 경우 금융당국이 지난달 13일 연봉 8천만원 초과 고소득자의 1억원이 넘는 신용대출 등에 대한 규제를 예고한 뒤 '규제 시행에 앞서 일단 받아 놓자'는 가(假)수요가 몰리면서 4조8천494억원(128조8천431억→133조6천925억원)이나 불었다.

하지만 은행은 은행대로 할 말이 많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코로나 사태에 따른 생활자금 수요, 부동산·주식 가격 상승에 따른 투자 수요가 많은데 무조건 대출 총량만 줄이라고 하니 은행으로서도 마땅한 방법을 찾기 어려운 난감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출 부실 위험이 있기 때문에 선별적으로 대출을 제한할 필요는 있다"면서도 "이런 측면에서는 부실 위험이 가장 큰 부분부터 대출을 규제하는 게 맞는데, 지금처럼 고소득·고신용자 위주로 대출을 줄이는 것은 '부실 위험'보다 '대출 총량'에만 집중한 규제라고 봐야 한다. 좋은 규제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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