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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작년 실손보험 99.9% '재래식 청구'...IT 강국 무색

전산 청구는 0.1%…앱 청구도 데이터 아닌 사진 전송
/ 전산화법 추가 발의로 논의에 '탄력'…10일 국회 공청회

 

(조세금융신문=최주현 기자) 사회 전반에서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지만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청구는 여전히 재래 방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손해보험 실손보험 청구량 총 7천944만4천건 가운데 데이터 전송에 의한 전산 청구는 9만1천건, 0.1%에 그쳤다. 사실상 보험금 청구 전부가 완전히 재래 방식이거나 영수증 사진을 찍어 보내는 부분적 디지털 방식에 의존하고 있다.

영수증 등 증빙서류 사진을 찍어 보험사나 핀테크업체의 보험 애플리케이션·웹사이트로 전송한 청구 형태가 34.2%로 가장 많다. 앱을 이용하지만 사진을 전송하는 것일 뿐 결국 보험사가 다시 데이터로 전환해야 하므로 전산 청구로 볼 수 없고 이 과정에서 의료기관·보험사에 상당한 행정비용이 든다.

팩스 청구와 보험설계사를 통한 청구가 각각 27.5%와 17.3%로 뒤를 이었고 방문 청구도 10.9%나 됐다. 즉, 완전한 재래 방식이 59.6%에 해당하고, 종이서류를 사진으로 촬영하는 부분적 디지털 방식이 40.2%로 파악됐다.

 

가입자는 실손보험 보험금을 청구하려면 병원에서 종이서류를 발급한 후 보험설계사, 팩스, 방문, 우편으로 청구하거나 사진을 찍어 전송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겪고 있다.

전산 청구 비율 0.1%도 그나마 일부 대형병원과 보험업계가 별도로 제휴를 추진한 결과 2018년보다 60배 넘게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전국에 있는 소형 의료기관까지 일일이 이러한 시스템을 구축하기는 불가능하다.

이러한 불편 탓에 진료비가 소액인 경우 청구를 포기하는 가입자가 적지 않다. 최근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와 금융소비자연맹 등 소비자단체가 외부 조사기관에 의뢰한 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2년간 실손보험 가입자의 절반가량이 진료비 청구를 포기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정부와 보험업계도 그동안 꾸준히 청구 전산화를 시도했으나 번번이 의료계의 반발에 무산됐다. 의료계는 보험금 청구가 전산화되면 건강보험처럼 실손보험에서도 비급여(건강보험 미적용) 등 상세한 의료행위 정보가 투명하게 노출돼 제한을 받게 된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청구 전산화 법안에는 이러한 의료계의 우려를 반영해 청구 데이터를 다른 목적으로 조회하거나 활용할 수 없게 하는 내용을 담았으나 그동안 의사단체를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

 

지난해 청구 전산화를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 3건(고용진·전재수·윤창현 대표발의)이 여야 양측으로부터 발의돼 입법 기대가 커졌으나 정무위원회 법안소위 논의 과정에서 최대집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정무위원들을 일일이 접촉해 합의 처리를 저지했다.

지난달 여당 김병욱 의원에 이어 이달 초 정청래 의원까지 청구 전산화법을 발의, 관련 논의에 다시 탄력이 붙었다. 김 의원은 10일 국회에서 청구 전산화 공청회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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