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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철의 부동산 돋보기] 공시가격, 과연 공정할까?

(조세금융신문=양기철 (주)하나감정평가법인 부회장·감정평가사) 요즘 ‘공정(公正, justice)’이 화두다. 우리말 사전에서는 공정의 의미를 ‘공평하고 올바름‘으로 정의하고 있다. 우리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공정한 사례들은 잠시 접어두고 범위를 좁혀 복지정책이나 세금부담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부동산관련 공시가격에서의 공정성은 잘 지켜지고 있을까? 그로인해 파생되는 세금부담 등에서 불공정은 없을까?

 

정부는 매년 공시지가, 개별주택공시가격, 공동주택공시가격, 기준시가,

건물기준시가를 산정하여 고시

부동산공시가격이란 말 그대로 ‘부동산에 대하여 국가 등이 가격을 산정하여 일반에게 고시한 가격’ 을 말한다. 현재 토지에 대하여는 ‘공시지가’, 단독주택에 대하여는 ‘개별주택공시가격’, 아파트, 연립, 다세대 주택 등 공동주택에 대하여는 ‘공동주택공시가격’이라는 이름으로 각각 고시하고 있다.

 

국세청에서는 오피스텔, 골프회원권 등의 가격에 대해 ‘기준시가(과세표준으로 적용하기 위해서 고시한 가격)’를 고시한다. 기준시가도 정부가 고시한 가격이므로 넓은 의미에서 공시가격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주택, 오피스텔이외의 기타 건물에 대해서는 매년 ‘건물기준시가’를 발표한다. ‘건물기준시가’는 매년 발표하는 ‘’㎡당 건물신축가격기준액’에 구조별․용도별․위치별지수와 경과연수별잔가율을 곱하여 ㎡당 금액을 계산한 후, 이 금액에 평가대상 건물의 연면적을 곱하여 산출‘한다(부속토지 가격은 공시지가 사용).

 

 

정부 공시가격은 60여개 행정목적에 사용,

잔여재산에 부과되는 보유세는 ‘수평적공평성’이 중요

정부가 산정하여 발표하는 공시가격은 재산세, 종부세, 취득세 등 세금영역에서는 기본이고, 각종 복지분야 제도와도 연관되어 있다. 건강보험료, 기초생활보장 대상자선정, 기초연금 및 장애인연금 지급기준이외에도 학자금장기상환대상자 선정기준, 근로장려금신청 자격기준, 공공주택입주자 자격요건과도 연관되어 있는 등 공시가격과 연관되어 있는 제도가 무려 60여개에 달한다.

 

이처럼 국민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공시가격은 과연 공정한 금액으로 고시되어 있을까? 만약 불공정하다면 세금부담에서 뿐만 아니라, 복지혜택, 건강보험료 부담 등 여러 분야에서 불공정한 차별을 받고 있는 셈이 된다. 그중에서 가장 비중이 큰(매월 부담하는 건강보험료 부담이 더 클 수 있음) 세금부담에 있어서 공정한지를 살펴보자.

 

세무학에서는 세금부담의 공정성을 따질 때 ‘수평적공평성’과 ‘수직적공평성’이 지켜지고 있는지 여부에 주안점을 둔다. ‘수평적공평성’이란 “같은 소득을 가진 사람들은 같은 세금을 부담하여야 한다”는 것이다(‘같은 처지, 같은 부담’). ‘수직적공평성’이란 “소득이 많은 사람은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하여야 한다”는 것으로(‘다른 처지, 다른 부담’) 소득세 누진과세의 근거이다.

 

세금은 크게 소득, 소비, 재산 등 3가지 세원을 대상으로 한다. 이중 재산을 보유함으로서 내는 세금이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이다(이 둘을 합쳐 보유세라 부름). 보유세는 어떻게 설계하는 것이 이상적일까? 보유세는 ‘수직적공평성’보다는 ‘수평적공평성’을 더 중시한다. 왜냐하면 보유세는 실현된 소득이 아닌, 소비하고 남은 잔여재산에 대해 부과되는 세금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공시가격은 부동산 종류별,

지역별로 시세반영율이 달라 불공정

그렇다면 보유세의 ‘수평적공평성’, 즉 토지, 주택, 상가, 공장 등 종류에 상관없이 같은 수준의 재산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세금을 공정하게 부담하고 있을까? 먼저 주택을 살펴보자. 정부는 2020.11.발표한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보도자료에서 2020년 기준 ‘공시가격시세반영율’은 공동주택 69%, 단독주택 53.6%, 토지 65.5%라고 밝혔다. 부동산 종류별로 ‘공시가격시세반영율’이 다르므로 이미 공정이 깨져 있는 셈이다.

 

상가는 어떨까? 예를 들어 명동에 소재하는 10층짜리 상가건물(아파트처럼 구분소유건물)이 있다고 하자. 현재의 ‘기준시가산정방식’으로는 해당 건물의 1층에 상가를 가진 사람이나, 10층에 상가를 가진 사람이나, 보유한 토지 면적이 같다면 공시지가로 산정된 토지가격이 같으므로 ‘토지분재산세’는 동일하게 부담한다(층별 가격 차이는 건물가격에서 일부 반영). 토지는 어떨까?

 

정부발표대로 공시가격이 시세대비 과연 65.5%수준이 될까? 개발이 불가능한 토지라면 몰라도, 대도시의 도심지 토지는 공시가격이 시세대비 아마도 절반이하에 불과할 것이다. 같은 재산인데 부동산 종류별, 지역별로 시세반영율이 다르므로 보유세의 ‘수평적공평성’은 깨져 있다고 보아야 한다.

 

보유세의 ‘수직적공평성’, 즉 더 많은 재산을 가진 사람은 더 많은 보유세를 부담하고 있을까? 원래 ‘수직적공평성’이란 벌어들이는 소득에 대해 부과하는 소득세에서 유래했다. 소득이 아닌 재산에 부과되는 보유세는 ‘재산은 많지만 소득이 없는 사람’이 있을 수 있으므로 그 부담이 납세자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 집값 잡는 정책으로 징벌적 누진세율을 부과하고 있는 현재의 종합부동산세 누진세율은 너무 과하다. 논리에도 안 맞을 뿐더러, 정책목적을 달성하기도 쉽지 않다. 공시가격 적정성에 대한 많은 민원만 증가시키고 민심만 악화시킬 뿐이다.

 

공시가격이 공정하려면 공시가격과 과표의 분리, 공시업무는 전문가가 담당,

비주거용건물 공시가격제도 도입을 서둘러야

현재의 공시가격이 공정하게 산정되기 위한 정책대안은 무엇일까?

첫째, 공시가격과 세금부과의 기준이 되는 과표(과세표준)를 분리하여 다루어야 한다. 공시가격은 시세의 일정수준(시세반영율)으로 균일하게 공시되도록 추진하되, 과표는 시세반영율이 공정(균일)해지기 전까지는 지역별, 종류별로 각기 다른 시세반영율 등을 고려하여 ‘공정가액보정치’와 같은 별도의 보정치를 적용하여 산정해야 한다. 즉 중앙정부는 공시가격과 시세반영율을 공표하고, 지방정부가 해당 지역의 시세반영율, 지역특성 등을 고려하여 각기 다른 ‘공정가액보정치’를 적용해서 과표를 정하는 방법이다. 재산세의 본질은 “지방정부가 제공하는 행정서비스, 복지 등에 대한 대가의 성격”이므로 지방정부가 과표결정 권한을 갖는 것이 합리적이다.

 

둘째, 공시가격이 신뢰를 얻으려면 ‘공시업무는 전문가인 감정평가사가 담당해야 한다. 똑같은 공시가격인데 토지는 감정평가사가 주택은 공기업이 하는 것이, 토지는 감정평가금액으로 하고 주택은 조사․산정가격으로 하는 것은 누가 봐도 이상하지 않는가? “공동주택은 표준화되어 있는 주택이므로 감정평가사가 아니어도 전문성이 있다”는 주장은 “의사가 아니어도 진료할 수 있다”는 말과 다를 바 없어 설득력이 약하다. 약 20년 전 사회적 갈등이 심했던 의약분업의 본질도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이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셋째, 주택이외의 오피스텔, 공장, 상가 등 비주거용건물에 대한 공시가격제도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 1층에 상가를 가진 사람이나, 10층에 상가를 가진 사람이나 거의 똑같은 재산세를 낸다면 누가 봐도 불공정하다.

 

시세반영율 90%목표는 실현 불가능할 뿐 아니라 바람직하지도 않아,

시세반영율 70%를 목표로 “공시가격 평가는 전문가에게 과표결정은 과세권자에게”가 해결책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시가격시세반영율’ 목표달성(15년 후 90%)을 위해서는 그때까지 부동산가격이 안정적으로 관리된다는 전제조건이 있어야 가능하다. 과표산정 방법은 그대로 둔 채 조세저항을 뚫고 지금처럼 연간 20∼30%오르는 시세를 무슨 수로 공시가격에 반영할 수 있을까? 정부가 발표하는 모든 공시가격(‘기준시가’포함)은 시세반영율 90%가 아닌 70%를 목표(그래야만 공시가격의 안정성이 유지됨)로 전문가인 감정평가사에게 맡겨 공정하게 평가하도록 하되, 과표는 ‘공정가액보정치’를 적용하여 지방정부가 산정하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공시가격 평가는 전문가에게, 과표 결정은 과세권자에게’ 가 해답이다.

 

 

[프로필] 양기철 (주)하나감정평가법인 부회장

• 감정평가사/경영학박사

• 가천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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