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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철의 부동산 돋보기] 대한민국 '부동산공화국'인가?

(조세금융신문=양기철 (주)하나감정평가법인 부회장·감정평가사) 지난 4월 7일 집권여당의 서울시장 선거참패 원인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주택문제에 대한 불만도 선거패배의 주요원인 중의 하나로 꼽는다. 집 없는 세입자는 오른 집값과 전세금 때문에 불만이고, 집주인은 오른 세금 때문에 불만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급격한 세금인상은 많은 조세저항과 사회적 갈등을 야기했다. “세금인상은 거위의 깃털을 뽑듯이 통증을 느끼지 못하도록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현재의 주택문제에 대해 “세입자와 집주인 모두 불만을 넘어 불공정하다”고까지 생각하고 있으니, 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집권여당에 대한 민심이 싸늘해진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세입자는 오른 전세금, 대출규제로 내집마련 불가능,

하늘의 별따기인 분양당첨으로 정부가 희망사다리를 없앴다고 생각

 

먼저 무주택세입자의 사정을 살펴보자.

전셋값이 지속적으로 오르자 정부와 집권여당은 임차인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하고, 그중 두 가지 정책은 유예기간도 두지 않고 즉각 시행했다. ‘계약만료시 임차인에게 계약갱신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주어 최소 4년 이상의 임대차기간을 보장하는 것(계약갱신청구권)’과 ‘계약갱신시 전월세금 인상률을 최대 5%로 제한하는 것(전월세상한제)’이 주요 내용이었다.

 

이 제도는 과연 잘 정착되고 있을까? 집주인이 집수리 혹은 주인거주를 명목으로 계약갱신을 거부하여 일단 세입자를 내보낸 다음, 다른 사람과 매매계약(혹은 전세계약)을 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여 2년을 더 거주할 수 있게 된 세입자 역시 지금처럼 전셋값이 계속 오르면 “계약기간이 끝나고, 다른 전셋집을 구하려면 어차피 오른 전세금을 준비해야 하므로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오른 전세금을 감당 못해 매매시장을 살펴보면 사정은 좀 나을까? 가파르게 오른 집값도 문제지만, 대출이 막혀 있어 현금이 없는 사람들은 사실상 집을 살 수 없게 되어 있다(과거에는 집값의 20∼30%만 있으면 대출로 내 집 장만이 가능했다).

 

소득이 불규칙한 자영업자 등 집 없는 서민들이 까다로워진 LTV(loan to value ratio, 집값대비 대출 받을 수 있는 금액)와 DSR(debt-service ratio, 소득에서 이자를 감당할 수 있는 비율) 조건을 모두 충족시켜 원하는 금액을 대출받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강화된 대출규제는 현금을 넉넉히 보유하고 있는 사람, 좋은 직장에 다니는 사람, 부모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만 내 집 장만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분양을 받는 것은 쉬운 일인가? ‘가점제청약제도’하에서 당첨가능한 점수를 채워 청약에 당첨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그나마 특별공급 대상자 청약경쟁률은 좀 덜하므로 특별공급 대상자가 되기 위해 위장이혼 등 온갖 편법이 난무하다.

 

실거주 목적의 무주택자 구입 주택에 대한

‘계약갱신청구권’ 배제, 대출규제완화, 분양당첨 기회 늘려줘야

 

무주택세입자들은 오른 전세금을 감당하기도 버겁고, 집을 사는 것도, 청약에 당첨되기도 어렵다보니, 집 없는 세입자 간에도 부모 잘 둔 사람, 월급 따박따박 나오고 신용대출 잘 해주는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 간에 불평등이 생겼다. 정부가 희망사다리마저 없애버린 불공정한 세상이 되었다고 느낀다.

 

무주택자가 실거주 목적으로 구입하는 주택에 대하여는 세입자처지인 것은 같으므로 기존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 행사를 배제시켜 주는 게 합리적이다. 무주택자들에게는 집을 쉽게 살 수 있도록 대출규제를 대폭 완화해야 한다.

 

LTV는 획기적으로 올려주고, DSR은 금융기관 자율에 맡겨 금융기관 책임하에 권한과 리스크를 동시에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특별공급물량은 조금 줄이고 무주택기간에 대한 배점을 많이 두는 등 청약제도를 대폭 손질해서 적어도 20년 이상 인고의 시간을 견딘 무주택자들이라면 분양에 무난히 당첨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다.

 

집주인들, 급격히 오른 보유세·양도세 중과·

그리고 모두를 투기꾼으로 모는 정책에 불만

 

집주인들의 사정은 어떨까?

예를 들어 “평생을 투기 한번 한 적 없이 한집에서만 20년 이상 살아온 1주택자가 있다(지난해 주택공시가격 7억 5천만원)”고 하자. 집값이 올랐다는 이유로, 공시가격을 현실화 시킨다는 명목으로 해마다 공시가격을 올리더니, 급기야 올해는 20% 이상이 올라 9억원을 초과했다. 9억이 초과되니 고가주택이라고 재산세에 더하여 종부세를 추가로 내라고 한다. 의료보험료도 덩달아 오른다. 아슬아슬했던 기초노령연금 수급자격에서도 탈락되어 버린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노후대책을 위해 평생 피땀 흘려 모은 돈과 대출받은 돈을 합한 10억원으로 월세 200만원 나오는 다가구 주택을 부인이름으로 한 채 구입한 사람이 있다(1세대 2주택자)”고 하자. 임대사업자등록을 하고, 임대소득세도 꼬박꼬박 냈다. 공시가격이 9억원이 넘어가자 피부양자로 있던 부인의 건강보험이 ‘지역건강보험가입자’로 전환되고 건강보험료가 매월 25만원씩 꼬박꼬박 나온다.

 

재산세, 종부세, 건강보험료 내고나면 월세수입의 절반이 사라진다. 팔려고 내놓으니, ‘1세대 2주택’자이고 양도소득은 불로소득이라면서 양도차익의 60∼70%를 세금으로 내라고 한다. 그럴 바엔 차라리 자식들에게 증여하고 말지, 남에게 팔지 않는다. 시장에 매물이 안 나오니 집값은 내려가지 않는다.

 

노년에 귀촌하려고 농가주택을 한 채 장만하려고 하니, 1세대 2주택자가 되어 현재 살고 있는 집의 비과세 혜택이 없어진다. 지방소도시(혹은 농촌마을)에 가보면 빈집이 천지인데, 세금을 생각하면 그림의 떡일 뿐이다.

 

정책실패로 인한 집값상승분만큼 종부세 기준액 상향해야,

농촌주택 등 주택 수에서 제외하고, 2주택자까지는 세금부담 완화해야

 

이런 현상을 배부른 집주인들의 하소연쯤으로만 치부할 수 있는 일인가? 누구나 꿈꿀 수 있는 노후대책일 수 있지 않는가? 그들은 투기꾼도 아니고, 그들도 무주택세입자를 거쳐 성실히 살아온 서민들이었다. ‘1세대 1주택자’들에 대한 종부세 부담은 더 감면하고, 소도시(혹은 농촌지역)내 일정금액 이하 주택은 주택 수에서 제외시켜 주는 것이 합리적이다(이것은 농촌지역, 지방소도시의 공동화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함).

 

노후대책을 위해 장기간 보유해온 ‘1세대2주택자’들까지 투기꾼으로 취급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지역건강보험료 부과체계도 손질하여 재산만 있고, 소득은 없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더 세심한 정책적 배려를 해야 한다. 과세형평성을 위해 공시가격 현실화가 불가피하다면 종부세 대상인 고가주택의 기준금액을 현재의 9억에서 12억 이상으로 올리는 것이 합리적이다. 정부정책 실패로 인한 집값상승분을 고스란히 국민에게만 전가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와 같은 제도개선이 없는 한 재산평가금액(공시가격)의 공정성에 대한 민원은 필연적이고, 그 강도는 점점 더 거세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현 정책 ‘열이 나는 환자에게 해열제만 계속 처방하는 꼴’,

대출규제는 지역중심에서 사람중심 규제로 바꾸어야

 

그렇다면 이와 같은 현상은 왜 일어났고, 올바른 정책방향은 무엇일까?

 

우리나라에서 부동산(특히 집값)문제는 모든 욕망의 결정체고, 전 국민이 이해당사자다. 이런 이유로 아무리 선하고 정의로운 집값정책이라도 돈의 속성에 터 잡은 시장기능이 그 기초에 없는 한 정부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지금의 정책은 “열이 나는 환자에게 근본적인 치료는 하지 않고 계속 해열제만을 처방하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전세시장과 매매시장이 자연스럽게 순환될 수 있는 ‘시장메커니즘’을 복원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시적인 부작용이 있더라도 대출규제는 지역중심에서, 사람중심의 규제로 과감히 바꾸어야 한다(1주택 구입용 대출규제는 폐지, 2주택 구입부터는 규제, 3주택 이상 구입부터는 대출 불가 방식). 전국 대부분의 도시를 ‘조정대상지역(규제지역)’으로 묶여놓은 지금의 규제는 누가 봐도 비정상적이지 않는가? 지역중심의 대출규제는 풍선효과만 점점 더 키울 뿐이다.

 

보유세 강화하려면 양도세 완화해 매물 늘리고,

공공과 민간 협업으로 새집 공급 꾸준히 늘려야 '부동산공화국' 끝낼 수 있어

 

한 사람이 여러 채의 주택을 소유하는 것을 막기위해 보유세(재산세 및 종부세) 부담을 늘리려면, 양도세는 완화하여 출구를 열어주어야 한다. 매물이 늘어나야 집값은 내려간다. 지금처럼 앞, 뒤 퇴로를 다 막아놓은 상태에서는 거래절벽만 가져올 뿐 집값은 내려가지 않는다. 현재의 집값 혹은 전셋값 상승율 둔화는 적은 거래량으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이자, 착시효과일 뿐이다. 투기세력 잡자는데 반대할 국민은 없다. 기왕 추진할거면 투기감독기구(가칭 ‘부동산거래분석원’) 설립도 서둘러야 한다.

 

민간과 공공이 협업하여 정책을 추진하여야 한다. 사회적 약자, 소외계층을 위한 임대 및 분양주택은 LH를 개편하거나 소위 ‘주택청’을 신설하여 공공이 담당하고, 중산층 이상이 선호하는 중고급형 주택(임대 혹은 분양)은 민간이 담당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공급자가 집값을 좌지우지하려면 필요한 전체물량의 약 20% 이상을 공급할 수 있어야 가능하다.

 

그 많은 물량을 무슨 수로 공공 혼자서 감당할 수 있겠는가? 민간과의 협업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2015년 기준으로 전체주택대비 공공임대주택 비율은 한국 6.4%, 유럽 15∼25%).

 

부동산(집값)이슈가 모든 이슈를 덮어버리는 ‘부동산공화국’인 현실을 이제는 그만 끝내야 한다. LH투기문제 등이 불거져 있는 지금이 적기다. “대한민국, 부동산공화국인가?” 더 이상 이 질문을 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오길 소망해 본다.

 

 

[프로필] 양기철 (주)하나감정평가법인 부회장

• 감정평가사/경영학박사

• 가천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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