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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금융신문=김종봉 세무법인 더택스 대표세무사) 얄궂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보니 야릇하고 짓궂다는 의미의 형용사라고 나온다. ‘야릇하다’는 ‘무엇이라 표현할 수 없이 묘하고 이상하다.’ ‘짓궂다’는 ‘장난스럽게 남을 괴롭고 귀찮게 하여 달갑지 아니하다’로 설명한다.

 

요즘 세금이 얄궂다. 부동산 시세가 올랐으니 세금도 오른단다. 정부는 지나친 가격상승을 막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지만, 뭐라 표현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묘하고 이상하게 흘러간다. 무주택자든 1주택자든 다주택자든 달갑지 않다. 괴롭고 귀찮은 일이 계속 생길 것 같다는 우려의 소리가 들린다.

 

재산이 늘어 세금을 더 내는 현실이 딜레마가 되었다. 이런 현상은 악의가 아닌 우리의 무지에서 비롯되었다고 본 사람이 있다. 24세기를 되돌려 좋‘ 은 세금’에 대해 테스 형과 묻고 답하다.

 

(테스 형)세금은 무슨 뜻인가? 법적인 측면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인가?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세금이란 법적 의무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내 주머니 사정을 먼저 고려하게 되니까요.”

 

그러니까 세금은 법적인 의미 이상이다?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으로 세금을 정의하는가?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법률로 세금의 종류와 부담할 세율이 정해지고 그에 따라 납세의무를 지고 있지요.”

 

그렇다면 내 주머니 사정이 어렵다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건가?

“그렇지는 않습니다. 세금이라는 것은 국민의 의무 중 하나이니까요.”

 

법률에 따라 지게 되는 세금과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야 하는 세금은 무엇으로 구분한단 말인가?

“다수의 국민이 공감하는 것이죠. 세금을 세금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우리 국민의 공감을 얻어야 하니까요.”

 

좋아. 대답이 마음에 들어. 물론 다시 ‘공감’을 정의해야 하겠지만 그건 다음으로 미뤄두기로 하세. 우리는 좋은 세금이 필요하다고?

“네, 그럼요. 정말 그렇습니다.”

 

좋다는 건 무슨 뜻인가?

“이로운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롭지 못하다면 좋은 세금이 될 수 없다는 것인가?

“그렇습니다.”

 

누구에게 이롭다는 것인가? 세금을 많이 내는 사람이나 아예 내지 않는 사람, 대사업가나 영세사업자, 정치인과 일반 백성 모두에게 그렇다는 것인가?

“우리는 세금이 이롭다고 배웠는데, 누군가에게는 누군가를 위한 희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공감을 얻는 것과 이로운 것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

“국민의 공감을 얻는 것이 더 우선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만약 공감을 얻지 못한 세금도 이로울 수 있는 것인가?

“이로울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공감을 얻었지만 이롭지 못한 세금과 공감을 얻지 못했지만 이로운 세금이 있다면 어떤 게 더 좋은 세금이라고 생각하는가?

“공감을 얻었다면 설령 이롭지 못하더라도 좋은 세금이라고 생각합니다.”

 

자네는 ‘좋은 세금’이 무엇인지 확실히 잘 모르고 있어. 그렇지 않은가?

“…….”

 

을박(乙駁)을 위해서는 먼저 갑론(甲論)이 있어야 한다. 그저 을박(乙駁)한 적은 없는가. 한 가지 법을 세우면 한 가지 폐단이 생기는 것은 고금의 통환(通患)이라고 했다. 세금을 내는 것과 세금에 대해 논하는 것은 확실히 다른 문제다. 우리는 ‘좋은 세금’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환영을 쫓아 헤매고 있는 것은 아닐까.

 

[프로필] 김종봉 세무법인 더택스 대표세무사

 ‧ 서울청 국선세무대리인
 ‧ 중부청 국세심사위원
 ‧ 가천대학교 겸임교수

 ‧ 법무법인 율촌(조세그룹 팀장)
 ‧ 행정자치부 지방세정책포럼위원

 ‧ 가천대학교 경영학 박사/ ‧ 국립세무대학 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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