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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국가재정 560조원, 왜 체감 못 하나"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이름표 때문에 곳간에 잠든 정부예산…돈 없는 게 아니라 비효율적
재정혁신의 밑거름은 국민합의, 합의의 밑거름은 재정정보 공개
비용만 들어가고 효과성 낮은 간접지원, 체감하는 재정으로 바뀌어야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우리 국가예산이 10년 만에 거의 두 배 증가했다. 2011년 300조원이었던 국가예산이 올해는558조원이 됐다. 1인당 GDP도 3만불 시대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경제성장의 혜택을 느낀다는 사람들은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

 

나랏돈을 걷고 쓰는 방식에 문제가 있기 때문은 아닐까.

어떠한 시장경제체제로도 시장실패는 발생하며 그 결과물로 양극화가 나온다. 시장실패를 해소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정부재정이다. 국가 재정혁신을 추구하는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을 통해 우리 재정의 문제점과 나아갈 길을 들어봤다.

 

나라살림연구소에 대해 간단히 소개를 부탁드린다.

 

조세 재정분야에는 국가의 역할을 최고화해야 한다는 사람들과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사람들이 서로 양립하고 있다. 그리고 이는 매우 정치적 의제로 다뤄진다. 나라살림연구소는 정치적 의제로서 정책을 다루지 않는다. 대신 실질적인 정부 재정혁신을 위한 세부적인 정책을 연구하는 시민단체다.

 

한국 정부재정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어떤 예산에다가 세금을 쓴다는 이야기는 시장이 해결해주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다.

처음에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예산이 생겼다. 그런데 그 문제가 해결되거나 양태가 바뀌었는데도 과거에 있었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겼던 예산제도는 바뀌지 않고 있다. 사회는 바뀌는데 예산제도는 바뀌지 않는 경우가 매우 많다.

 

한 마디로 굉장히 경로의존적인 예산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해관계자를 위해서 존재하는 예산이 아니라 문제해결형 예산제도로 혁신을 하고 재탄생해야 한다.

 

경로의존적 재정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

 

구체적인 이야기부터 하자면, 재정 칸막이를 없애야 한다. 우리가 돈이 없어서 복지 등 여러 정부 사업을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나라살림연구소에서는 재정개혁 혁신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1순위라고 생각한다. 쓸 돈이 없는 것이 아니라 돈은 있는데 재정의 비효율 때문에 못 쓰는 부분이 대단히 많다. 이것을 재정 칸막이라고 표현한다. 우리 재정을 보면 기금이나 특별회계에 쌓여 있는 여유재정이 많이 있다. 거기에 돈을 많이 쌓아놓고, 돈이 없다고 보니까 국가 부채를 발행하고. 한쪽에서는 돈이 남고 한쪽에서는 돈이 부족하게 된다.

 

재정칸막이 현상에 대한 예를 하나 들어달라.

 

지난해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돈이 없다면서 어마어마하게 국채를 발행했다. 그런데 정부 기금 중에 장애인 고용촉진기금이 있다. 장애인을 고용하기 위해서 만든 기금인데 거기에 쌓여 있는 돈이 1조원 가량이나 있다. 그런데 정작 장애인에게 쓸 충분한 재원이 있을까 하는 걱정 때문에 돈을 쓰고 있지 않고 국채를 발행했다. 국채 발행이나 증세 논의보다 실제 있는 돈을 잘 쓰는 게 가장 급선무다.

 

재정칸막이를 만드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사회변화를 쫓아가지 못하고 과거에 머물러 있는 제도 자체가 문제다. 그 다음에 제도를 적극적으로 바꾸지 못하는 관료, 그 관료가 관행적으로 지출하는 예산 문제에 대해 인지를 못 하는 정치인, 현재 예산제도를 통해 이익을 창출하는 이해관계자들, 이들이 서로 맞아서 바뀌지 않는 것이라고 본다.

 

문제를 바꾸려면 누구부터 바뀌어야 하는가.

 

정치인부터 바꿔야 한다. 이해관계자는 그대로 향유하는 것이 존재목적이고, 관료는 현행법과 제도대로 집행하는 것이 존재목적이다. 정치인은 존재목적이 관료와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 조정하고 관리하는 것이다. 정치인이 장관이 되고 대통령이 되는 이유는 과거의 관행과 법과 제도에 대해 혁신을 하게끔 국민이 요청을 하는 것이다. 관행을 해결하지 못하는 1차적 책임은 정치인이다.

 

정치인이 재정혁신을 하지 못한 이유를 무엇이라고 보는가.

 

첫 번째는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알지 못하는 측면이 있고, 두 번째 측면은 기존 이해관계자는 타협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모르는 정치인은 몰라서 못 바꾸는 거고 아는 정치인은 타협해서 못 바꾸는 것이다.

 

그러면 해결이 너무 어려운 것이 아닌가.

 

앞에서 모르는 사람과 아는 사람이라고 전제를 했지만, 사실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유능하고 많은 개혁을 했다고 생각을 한다. 생각해보면 굉장히 많이 바뀌었다. 다만, 시간이 좀 부족했다. 산업의 기틀은 70년대, 민주화의 기틀은 80년대 마련됐다고 하지만, 정부재정은 2000년도 넘어서 기틀이 만들어졌다. 국가재정법이 2000년 초반에 만들어지면서 정부재정에 대한 틀이 마련됐는데 그 기간이 20년도 채 안됐다. 그간 가만히 있었던 것이 아니라 눈부시게 발전했다. 정치인들이 많은 노력도 하고, 많은 변화를 일구어왔지만, 사회는 그보다 더 많은 발전과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재정혁신의 관점에서 현 구조에는 어떤 문제점이 있나.

 

정보공개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 놀랍지만, 정부재정을 세부 사업 단위로 공개한 것이 현 정부에서야 생겼다. 지난 정부에서도 공개하긴 했는데, 찾아보고 분류하고 분석할 수 있게끔 데이터 형식, 즉 엑셀 형식으로 볼 수가 없었다.

 

현재 예산은 세부 사업 단위로 볼 수 있지만, 결산은 아직도 세부 사업 단위의 엑셀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는다. 관료들만 보고 학자나 시민들은 못 본다. 관료들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다. 결산 데이터 자체는 공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디에프 형식으로 수만 페이지에 달하는 것을 분류하고 분석할 수 없다. 분석이 가능해지려면 엑셀 형식으로 제공돼야 한다.

 

왜 공개하는 의미가 없도록 공개를 하는가.

 

이것도 시간 격차 문제가 있다. 노무현 정부 이전에는 정부가 아니라 가계부였다. 민간에서 연구할 수도 없었고, 자료도 없었다. 노무현 정부 때 국가재정법을 만들면서 재정 관리의 기틀을 마련했고, 박근혜 정부도 재정 측면만 보면 상당히 괜찮은 정부였다. 예를 들면 노무현 정부에서는 연간 단위로 공개하던 재정지출 집계가 월간 단위로 세분화돼 공개됐고, 노무현 정부 때 5년 중장기 재정계획을 공개했는데, 박근혜 정부는 30년 최장기 계획까지 내놓았다.

 

흐름으로 보면, 역대 정부를 거치면서 점점 환경이 개선되고 있다. 그러나 결산이 세부산업 단위 공개가 안 되는 건 조금 많이 심각한 문제다. 그래도 여태까지 개혁된 추세를 본다면 이것도 조만간 바뀔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재정 칸막이, 칸막이를 해소해야 할 정치인, 그 정치인에게 올바른 재정 정보를 제공하는 정보공개 체계까지 말씀 주셨다. 추가적인 혁신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깔끔한 개혁이란 없다. 개혁을 하다 보면 문제점도 분명히 생긴다. 이 문제까지 공무원이 책임을 져서는 관료의 협조를 얻을 수 없다.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인식해야 한다. 공무원이 책임을 지지 않고, 국민적 합의를 통해서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전월세 임대차보호기간을 80년대까지 1년이었다. 그러다 2년, 그리고 지금은 4년으로 연장했다. 그때 임대차보호제도 때문에 전셋값이 올랐다는 비판이 있었는데 실제 그런 영향이 없었던 것이 아니다. 80년대 임대차보호기간을 1년이었다가 2년으로 바꾸니까 집주인들이 제도가 바뀌기 전에 1년 짜리를 받겠다고 해서 세입자들보고 나가라고 했고, 이 때문에 자살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그런 부작용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1년으로 있어야 했었나. 그렇지 않다. 늘리는 것 자체는 잘 한 일이지만, 잘 했다고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정치인은 항상 정파적으로 생각해서 서로 자신들의 정책이 깔끔한 무결점의 정책인 듯 말하지만, 무결점의 정책은 없다.

 

부작용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국민과 합의를 통해서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단점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세밀하게 정책을 만들 필요가 있다. 지금은 그 디테일이 부족하다.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피 흘리지 않는 수술은 없다.

 

우리는 수술할 때 피가 난다는 것에 동의해야 하고, 피를 흘린 후 어떻게 해야 할지 후속작업에 대한 대안도 함께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그런 것이 부족하다.

 

우리 재정의 문제점과 바꾸어야 할 태도를 말씀 주셨다. 그렇다면 우리 재정제도는 어떤 모습으로 나아가야 하는가.

 

국민이 실감할 수 있는 재정, 체감할 수 있는 재정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우리나라 복지 제도의 특징은 내가 낸 돈을 기여금으로 밭는 식이다. 흔히 4대 보험이 그렇다. 4대 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사람은 혜택을 누릴 수 없다는 것이고, 비정규직은 4대 보험에 가입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비정규직 잘 담지 못하는 재정 제도가 부재한 게 우리 사회복지제도의 특징인 거고, 그런 것들을 완화하기 위해 생긴 게 기초연금이나 아동수당이다. 나의 기여가 있어야 복지를 받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사람에게 재정 형태로 직접 주는 지원이 커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사업자들의 반발은 어쩔 수 없다. 그것은 감내해야 한다.

 

내가 아이를 낳아서 키우려면 돈이 부족해서 못 키우는 데 아이가 시설에 가고, 가정에서 시설에 보내는 돈까지 있어야 지원을 받는다. 내가 키우는 들어가는 비용보다 시설을 중간에 두어서 지급하는 것이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간다. 이러한 사업자나 중간 단계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국민 체감은 낮아지고, 중간 단계로 빠져나가는 돈이 많아지게 된다.

 

체감하는 예산지원이 간접 지원보다 나은 점이 무엇인가.

 

사람 생명보다 중요한 게 없다. 그런데 돈만 잘 쓰면 많은 사람을 살릴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예산을 지출해서 출생률을 높이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예산을 통해서 자살률 줄이는 건 너무도 쉽다.

 

그게 기초연금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기초연금을 올렸더니 노인자살률이 거의 반 토막이 났다. 재정을 써서 출생률을 올리기는 쉽지 않지만, 자살률을 크게 낮출 수는 있었다.

 

체감하는 예산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을 별로 없을 것 같다. 그런데도 체감하는 예산이 여론에서는 잘 이야기가 되지 않는 듯하다.

 

조세와 예산은 정치의 영역이고, 정치는 국민합의가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종합부동산세를 보면 일각에서는 ‘올리면 선, 내리면 악’, 다른 일각에서는 ‘올리면 악, 내리면 선’ 식으로 선과 악의 문제로 다룬다.

 

예를 들어 종합부동산세 도입 당시 민주당은 실효세율 1%, 한나라당은 0.5%를 제시했다. 이 사이에서 국민 합의로 정하면 되는데 그러한 합의 과정이 없이 프레임 논쟁에만 집중했다. 그러나 정책은 선악의 문제로 논쟁을 하면 합의가 안 된다. 오직 장단점이 있을 뿐이다.

 

국민합의를 하기 위해서는 제도를 쉽고 단순하게 바꿔야 한다. ‘양도소득세를 포기한 세무사, 양포세’란 말까지 있지 않나. 지금은 전문가들도 힘들어 한다. 많은 공제제도를 단순화하여 국민이 합의하고 예측 가능하게끔 만들어야 한다.

 

시장실패가 일어나는 부분에 대해선 세금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유럽 사람들이 우리보다 세금을 더 많이 내면서도 순응하는 이유는 자기에게 모종의 복지 형태로 돌아온다는 거를 실감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다른 OECD 국가들보다 실감도 매우 작고, 세금 내는 것도 매우 아까워한다. 자기가 내는 세금을 어떻게 나에게 되돌려 주는지 체감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 것들을 잘 살려야지 재정혁신이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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