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지난해 호황을 누리던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이 침체되고 있는 분위기다.
연초부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전환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까지 발생하며 악재가 되고 있다.
몇몇 기업은 흥행 기대감을 안고 수요예측을 실시했으나 모집물량을 채우지 못하는 등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자, 결국 목표한 결과를 내기 어려울 거란 판단 하에 공모 철회나 상장 연기를 발표했다.
올해 상반기에만 현대엔지니어링, 대명에너지, 보로노이 등 세 곳이 공모 일정을 철회하거나 연기했다. 이들은 금감원에 증권신고서를 내고 본격적인 상장 절차를 밟던 중 IPO 과정에서 중도 포기를 선언했다.
가장 먼저 상장 철회 의사를 밝힌 곳은 현대엔지니어링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올해 IPO 대어 중 하나로 꼽혔으나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 실패했다. 주식 매입 의사를 밝힌 기관수가 현적히 적었다.
지난 1월 25일부터 26일까지 이틀간 진행된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이 100대 1정도였는데 이는 지난해 대어급 공모주 중 가장 부진한 성적을 받은 크래프톤의 234대 1보다도 낮은 정도다.
크래프톤의 경우 수요예측에서 저조한 경쟁률을 기록한데 이어 일반 공모 청약에서도 5조원의 적은 증거금을 모았다. 수요예측 결과가 곧 공모 청약 흥행 판도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되는 점을 감안하면 IPO를 앞둔 기업들이 간과할 수 없는 요소인 셈이다.
다음으로 대명에너지다. 대명에너지는 코스닥 상장을 추진했으나 지난달 28일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결과를 얻으며 공모를 철회했다. 지난달 23~24일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대명에너지는 한 자릿수의 경쟁률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희망 공모가격 2만5000~2만9000원의 하단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한 기관들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보로노이도 지난 16일 상장 철회 신고서를 제출했다. 앞선 14~15일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실시했으나 모집물량이 채워지지 않자 결국 철회를 선택했다.
이외 상장예비심사 중 중도 포기를 선언한 기업도 있다. 한국거래소 상장예비심사 단계에서 한국의약연구소, 파인메딕스, 미코세라믹스, 퓨처메디신 등이 중도 포기를 결정했다.
◇ 믿던 공모주 배신에 대외변동성까지…투심 꽁꽁
이같은 IPO 시장 침체는 최근 국내 증시 부진에 따른 결과다.
미국발 금리 인상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증대되는 등 대외 변동성이 커지며 증시가 혼조세를 띄기 시작했고, 이같은 상황에 제대로 된 기업가치를 평가받긴 어려울 거란 계산이 선 기업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공모주 열풍을 불러일으킨 IPO 대어들의 하락세도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만드는 요소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3월18일 상장 첫날 ‘따상(시초가가 공모가 대비 2배로 형성된 뒤 상한가)’에 성공하며 16만9000원에 거래를 마쳤으나, 최근 15만원대까지 내려앉았다.
지난해 5월에 상장한 SK아이이테크놀로지와 8월에 상장한 카카오뱅크의 주가도 맥을 못 추고 있긴 마찬가지다.
◇ 올해 상반기까진 부진 예상
증권 업계에선 국내외 증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올해 상반기까진 IPO 시장 부진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과 함께 공모주에 대한 투자심리도 당분간 반등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며 수익률과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대비 주가수준)을 끌어올렸던 IPO 시장인 만큼 시장의 긴축 가능성이 높아진 현 시점에선 보다 보수적인 접근이 적절하다”고 조언했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IPO 시장에 대한 관심이 낮아지고 있다”라며 “당분간 전방 시장과 연계해 종목 선별작업을 통한 수요예측을 진행하는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판단한다”라고 밝혔다.
이같은 분위기에 IPO 일정을 차일피일 미루는 기업들도 있다.
올해 상반기 중 상장 예정이던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아직 예비심사를 청구하지 않았고 상장 시기를 6월 이후로 늦췄다.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컬리도 아직 상장예비심사 청구를 완료하지 못한 상태다. 올해 하반기로 상장 일정이 미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취재진에 “IPO 추진을 앞두고 있는 기업들의 가장 큰 관심은 벨류에이션 아니겠는가. 아예 IPO를 추진하지 않는 건 아닐테고 적절한 때를 살피며 상장 시기를 두고 눈치게임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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