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안수교 기자) 레고랜드 사태로 국내 채권시장이 경색되면서 대기업들까지 은행 대출을 늘리고 있다. 또 은행 예금금리가 5% 육박하자 투자자들의 자금은 은행으로 쏠려 ‘역머니무브’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대기업 대출 잔액이 107조5784억원으로 한달 사이(전월 말 100조4822억원) 7조962억원 급증했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 등을 포함한 5대 은행 기업대출은 9조9641억원 증가했다. 또 1월부터 10월까지 5대 은행의 기업대출 증가액은 68조9758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증가 폭 60조2596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회사채 발행이 막히자 자금 조달에 어려운 기업들 외에 대기업들까지 은행 대출을 늘리고 있는 영향이다.
아울러 금융당국도 회사채 발행 대신 대출을 유도하고 있어 기업대출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은행 통합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정상화 조치를 6개월 유예하고 예대율 규제 비율을 은행 105%, 저축은행 110%로 각각 6개월 이상 완화했다.
반면 은행권 자금 유치 경쟁과 예‧적금 금리 인상으로 은행으로 돈이 쏠리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5대 은행 정기 예금 잔액은 809조5455억원이다. 한달 사이 46조411억원이 증가했다.
앞서 한국은행이 지난 7월과 10월 ‘빅스텝’(기준금리 한 번에 0.5% 인상)을 결정하자 은행들이 예‧적금 수신금리를 인상한 영향이다. 최근 시중은행 정기 예‧적금 금리는 연 4~5%대다.
이에 기업들은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자 현금을 은행 정기예금에 넣어두고 관망하는 분위기다. 10억원 초과 계좌의 80~90%가 기업에 속해 있다. 주요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진행 중이고 세계 경기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어, 안전자산 선호 심리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한편 금융권에서는 빠르게 늘어나는 기업 대출에 향후 기업들의 상환 능력이 악화하면 연쇄 부실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제금융협회는 부채보고서에서 “싸게 돈을 빌릴 수 있는 시대가 끝나가면서 많은 기업이 이미 빚을 갚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앞으로는 대출 비용(금리)이 오르면서 부도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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