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권영지 기자) 정부가 지난 3일 대기업 반도체 설비투자에 대한 추가 세제지원안을 발표함에 따라 해당 안이 여야 합의를 거쳐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연말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한 세제개편안에 따라 올해부터 반도체 산업 시설에 투자하는 대기업은 투자액의 8%를 세금에서 감면받게 된다. 여기서 7%포인트를 더해 15%까지 감면하겠다는 게 정부가 이날 내놓은 추가 세제지원안이다.
애초 대기업의 반도체 세액공제 비율을 최대 20%까지 확대하고자 했던 국민의힘은 반색한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개정안(조세특례제한법)을 뒤집으려 한다고 비판하며 상반된 반응을 보인 바 있다.
정부는 이달 안에 개정안을 마련해 최대한 빨리 입법을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야당이 다수 의석을 점한 국회 문턱을 넘기까지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국민의힘 반도체특별위원회 위원장인 무소속 양향자 의원은 이날 정부 발표 직후 자신의 SNS에 "대한민국 최고 전문가들은 (반도체 세액공제율에 대해) 글로벌 스탠더드 25%를 말한다"며 "국회 첨단전략산업특위를 조속히 구성해 15%를 밑점으로 공제율 상향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전 당 회의에서 "(연말 국회에서) 우리 당은 20%까지 (반도체 투자) 공제율을 높이자고 했는데, 크게 미치지 못한 8%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송 원내수석부대표는 "정부의 세제, 금융지원이 시급히 필요하고 투자에 걸림돌되는 부분을 적극 없애기 위한 규제완화가 중요하다"며 정부 방침에 힘을 실었다.
반면 민주당은 반도체 시설투자 대기업에 세제혜택을 주겠다는 정부안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도체 등 기업의 투자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방향성에는 충분히 공감하면서도 "기획재정부가 세수 감소 우려로 (지원 폭을) 잘랐던 것이 불과 보름 전"이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앞서 대기업·중견기업 세액공제율을 10%, 15%로 올리는 내용의 '민주당표 반도체 특별법'을 대표 발의했던 김한정 의원도 이날 SNS에서 "대통령의 의지는 평가하지만 불과 일주일 만에 대통령 말 한마디로 국가 중요 정책이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것에 깊은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산업통상자원위 야당 간사이기도 한 김 의원은 그러면서 "대통령 정책 결정의 근거와 합리성을 들어보고 그동안의 정부여당 입장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판단해 봐야 한다"고 밝혀 '송곳 심사'를 예고했다.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세제지원안을 적용하면 대기업은 반도체 설비 투자액의 15%를 세금에서 감면받게 되고, 추가 투자 증가분에 대한 혜택까지 고려하면 시설 투자 세액공제율은 최대 25%까지 올라간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회견에서 "법인세 최고세율을 22%로 3%포인트 인하하는 방안을 국회에 가져갔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1%포인트에 그쳤다"면서 "법인세에서 (정부의) 의도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에 투자세액공제율을 대폭 상향하게 됐다"고 추진 배경에 관해 설명했다.
의석수의 절대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이 동의하지 않으면 실질적으로 법안 통과는 불가능한 구조인 만큼, 정부안의 국회 통과 여부를 쉽사리 점치기는 힘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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