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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이슈체크] '코리아 디스카운트' 못 벗어나?...원화·코스피 하락률 최하위

달러 평균 6% 강세인데 원화 더 떨어져…韓증시만 뒷걸음·코스닥 -21%
"수출 경쟁력 약화·구조적 내수 부진·고령화 등 반영 결과" 분석

 

(조세금융신문=송기현 기자) 올해 들어 미국 경제 호황과 높은 금리 수준 등에 달러 가치가 높아지면서 우리나라 원화와 주식 가치가 9% 가까이 뒷걸음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원화 가치 절하 폭은 주요국 통화와 비교해도 일본 엔화 다음으로 컸다.

 

코스피(주가종합지수)는 주요국 주가지수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내리막을 달렸고, 코스닥은 하락률이 약 20%에 이를 만큼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았다.

 

이는 단기적 자금 이동의 결과가 아니라 반도체 등 수출 주력 품목의 경쟁력 하락, 막대한 가계부채 부담 등에 짓눌린 구조적 내수 부진, 고령화 등에 따른 잠재성장률 훼손이 종합적으로 한국 원화와 주식 가치에 반영되고 있다는 전문가 분석이다.

 

17일 연합인포맥스 글로벌 환율·주가 데이터 등을 분석한 결과, 15일 현재 원/달러 환율(오후 3시30분 종가 기준)은 1,398.80원으로, 작년 말(12월 28일 1,288.00원)보다 8.60% 올랐다. 원/달러 환율 상승은 원화 가치 하락을 뜻한다.

 

엔화는 거의 유일하게 원화 보다 약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엔/달러 환율은 141.181엔에서 156.295엔으로 10.71% 뛰었다.

 

하지만 엔화 외 다른 주요국 통화 절하율은 ▲ 유로 -5.11% ▲ 영국 파운드 -1.08% ▲ 호주 달러 -5.67% ▲ 대만 달러 -6.37%) ▲ 역외 위안 -1.88%로 모두 원화보다 낮았다. 더구나 원화 절하율(-8.60%)은 같은 기간 달러 인덱스(지수) 상승률(5.91%)과 비교해 거의 3%포인트(p)나 높았다.

 

달러 인덱스는 유로·엔·파운드 등 세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의 평균적 가치 추이를 반영한 지수다. 결국 올해 달러 가치가 약 6% 높아지는 동안 원화 가치는 그보다 더 크게 약 9%의 폭으로 떨어졌다는 뜻이다.

 

환율 시장에서 트럼프 재선 가능성과 함께 달러 강세 흐름이 뚜렷해지기 시작한 10월 이후만 봐도, 원화 절하율(-6.96%)은 유로(-5.60%), 파운드(-5.36%), 호주 달러(-6.84%), 대만 달러(-2.76%), 위안(-3.53%)보다 높았다. 원화보다 가치가 더 많이 깎인 통화는 엔화(-10.22%)가 유일했다.

 

우리나라 증시의 주가 흐름도 전반적으로 원화 가치와 크게 다르지 않다. 코스피는 작년 말 2,655.28(종가 기준)에서 올해 11월 15일 현재 2,416.86으로 8.98% 떨어졌다. 특히 코스닥의 하락률은 20.90%(866.57→685.42)에 이른다.

 

주요국 주가지수 가운데 올해 뒷걸음친 경우는 우리나라 양대 지수를 빼고는 찾기 어렵다. 미국 3대 주가지수 중 나스닥종합지수(24.44%)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23.08%)은 20% 넘게 뛰었고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15.27%)도 상승률이 두자릿수다.

 

유로권의 유로스톡스50, 독일DAX, 영국FTSE100도 각 6.04%, 14.68%, 4.27%) 올랐다. 우리나라와 경쟁 관계인 중국·대만권의 상하이종합지수·홍콩항셍지수·대만가권지수 역시 각 11.96%, 13.95%, 26.84% 상승했다.

 

비교 대상 국가 범위를 40개로 넓혀도, 우리나라 코스피·코스닥보다 하락률이 높은 곳은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의 RTS(-20.79%·1,083.48→858.19)뿐이었다.

 

거의 1년에 걸쳐 우리나라 원화와 주식 가치가 다른 나라와 비교해 약세를 보이면서, 단순히 환율·금융 시장의 단기 자금 이동 때문이 아니고 한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이나 경제 기초 체력 저하에 주목하는 시장 투자자들이 갈수록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의 수출 중심 경제 구조가 반도체 등 경쟁력 훼손, 2기 트럼프 정부에서 격화할 글로벌 무역전쟁 등에 타격을 받아 결과적으로 성장률이 둔화할 가능성에 대한 불안이 있다"며 "여기에 내수 역시 높은 물가와 고령화, 서비스 산업 발전 부진 등으로 수출 둔화를 방어하기 쉽지 않은 상황인데, 이런 점들이 환율과 주가에 반영된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경제 구조개혁 작업은 지지부진하고, 내수 부양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뚜렷하지 않다는 점도 지적됐다.

 

한 민간 연구기관 관계자는 "정부나 한국은행의 경기에 대한 상황인식, 진단부터 바뀌어야 한다"며 "정부나 한은은 항상 '올해도 성장률 2% 넘지 않았느냐, 내년에도 2%는 넘을 것이다,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2%쯤 되니까 나쁘지 않다' 이런 말만 되풀이하며 문제가 없다는데 무슨 대책이 나오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근본적으로 소비를 위축시키는 과도한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고, 좋은 지역에 값싼 임대주택을 많이 지어 젊은 층의 주거비 문제를 해결해줘야 소비나 내수가 살아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이코노미스트도 "구조 개혁도 필요하지만, 경기 사이클상 안정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며 "구조 개혁은 선이고, 경기 부양은 악이라는 이분법적 논리를 극복하고 내수를 살리기 위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 오늘을 살아야 내일이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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