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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회장 '부당합병' 항소심도 징역 5년 구형…내년 2월 선고

검찰 "국익 위한 것이라며 주주 속여"…이재용 "국민 사랑받는 삼성 거듭나겠다"
"경영상 필요 따른 합법적 합병, 실체은폐 불가"…1심선 이 회장 19개 혐의 모두 무죄

 

(조세금융신문=구재회 기자)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항소심에서 검찰은 1심과 같은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25일 서울고법 형사13부(백강진 김선희 이인수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회장의 자본시장법 위반, 업무상 배임 등 혐의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이같이 구형하고, 함께 재판에 넘겨진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실장과 김종중 전 전략팀장도 1심과 같이 각각 징역 4년6개월과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훼손한 것은 우리 경제의 정의와 자본시장의 근간을 이루는 헌법적 가치"라며 "합병 당시 주주 반발로 합병 성사가 불투명해지자 합병 찬성이 곧 국익을 위한 것이라며 주주들을 기망했다"고 말했다.

 

또 "미전실이 합병을 적극 검토하는 동안 당사자인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전혀 검토하지 않았고, 합병 시점도 이 회장과 미전실이 임의로 선택했다"며 "합병은 경영 승계 목적으로 삼성물산 주주의 이익과 무관하게 추진됐고, 합병 강행을 위해 각종 부정거래 행위가 수반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합병을 통해 2020년 예상 매출액이 60조원에 이를 것이라며 삼성물산 주주와 투자자를 상대로 허위로 설명했다"며 "만약 이런 부정한 행위가 없었다면 투자자들은 1:0.35라는 불리한 합병 비율에 찬성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 회장 측은 올해 2월 1심 재판부가 전부 무죄를 선고한 점을 강조하며 경영상 필요에 따른 합법적인 합병이었다고 맞섰다.

 

이 회장 측 변호인은 최후 변론에서 "원심은 3년 넘게 80명에 대해 증인신문을 하면서 수많은 증거들에 대해 자세히 심리한 결과 무죄를 선고했다"며 "그러나 정작 검찰이 항소심에서 새로 제출한 증거는 사실상 공소사실 하나에 대한 증거 2개에 불과해 원심 판결의 부당성을 입중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또 "합병은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규모의 경제 실현 등의 측면에서 사업적 필요성에 따라 추진됐고, 합병 후의 시장 평가도 긍정적"이라며 "합병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돼 있었을 뿐 아니라 엘리엇이 불리한 측면을 강조하고 있었기 때문에 허위사실을 알리거나 실체를 은폐할 수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최후진술에서 "1심서 무죄 판결을 받았어도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국민의 사랑을 받는 삼성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기회를 허락해 달라"면서 "법의 엄격한 잣대로 책임을 물어야할 잘못이 있다면 제가 감당해야할 몫"이라며 평생 회사에 헌신해 온 다른 피고인들의 선처를 호소했다.

 

최 전 실장은 "계열사 현안을 파악하며 건설 부문 위기 상황을 알게됐고, 합병을 통해 추진력을 얻을 수 있겠다 생각해 합병을 추진한 것"이라며 "당시는 투명한 어항 속처럼 감시받아 불법적인 일을 조직적으로 하는 것을 상상하지도 못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 회장 등에 대한 항소심 선고기일을 내년 2월 3일 오후 2시로 지정했다. 이 회장 등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의 자본시장법 위반과 업무상 배임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됐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2015년 5월 이사회를 거쳐 제일모직 주식 1주와 삼성물산 약 3주를 바꾸는 조건으로 합병을 결의했다.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했던 이 회장(당시 부회장)은 합병 이후 지주회사 격인 통합 삼성물산 지분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그룹 지배력을 강화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제일모직 주가는 띄우고 삼성물산 주가는 낮추기 위해 그룹 참모 조직인 미전실 주도로 거짓 정보 유포, 중요 정보 은폐, 허위 호재 공표, 주요 주주 매수, 국민연금 의결권 확보를 위한 불법 로비, 자사주 집중 매입을 통한 시세조종 등 각종 부정 거래가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올해 2월 1심은 두 회사 합병이 이 회장의 승계나 지배력 강화가 유일한 목적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부당하다고 볼 수 없고, 비율이 불공정해 주주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19개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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