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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데스크 칼럼] 신뢰를 잃고 전략 없이 성공하는 정책은 이 세상에 없다

— 금융투자에 대한 신뢰 최저 수준, 부동산만 바라보는 가계자산 형성
— 직원(공무원)처럼 일하는 이사(정치인)들의 나라…전략 없이 정책만

(조세금융신문=이상현 편집국 부국장) ‘국민연금법’이 여야 합의로 통과됐지만, 일하는 3040 세대의 상당 수가 불만을 표시한 것이 국민 대표(제발 그 이름값을 하기를!)의 표결 결과에서 드러났다. 그러니 바로 지금이 가계의 노후를 준비하는 연금과 금융투자, 부동산 문제를 되돌아 볼 적기다.

 

한국 가계경제는 독특하다. 국가가 책임져야 할 교육을 거의 완전히 사교육에 의존하도록 만들어 모든 소득계층에서 과도한 사교육비를 지출하고 있다. 사교육의 결과를 보면 그 가성비는 매우 낮다. 전 계층에서 사교육비를 쓰지 않아도, 아니 어쩌면 쓰지 말아야 더 많은 인재가 모든 분야에 골고루 나올 것이다.

 

그런데 사교육 결과 모든 소득계층 학생들의 문해력은 떨어지고 평생학습동기는 고갈되며 통찰적 사고능력이 떨어진다. 직업도 오로지 돈을 많이 번다는 이유로 의사로 쏠리는 기현상이 연출되고 있다.

 

가성비가 거의 제로에 가까운 사교육에 많은 돈을 지출한 결과, 학부모의 노후준비는 거의 포기해야 할 지경이다. 여러 이유로 10위권 밖으로 성큼 밀려난 한국의 세계경제순위와 무관하게, 오래전부터 악명 높은 노인빈곤율이 그 결과물이다.

 

가계 부문에서 착실히 자산을 형성해 노후에 대비할 여력도 거의 없다. 노후의 삶은 전적으로 운에 맡겨져 있다. 금융투자에 대한 신뢰가 최악이라, 저축으로 조성한 가계자산 대부분이 부동산에 쏠려있다.

 

경기가 악화되면 정부는 서울 강남 부동산 가격급등을 시작으로 자산가격을 인상, 명목 국내총생산(GDP) 버티기에 나선다. 하긴 트럼프의 지구촌 경제재구조화를 위한 ‘질풍노도’식 공세에 ‘설상가상’ 대통령 탄핵사태까지 겹친 대한민국 정부가 당장 할 수 있는 일도 딱히 없는 처지다.

 

다른 모든 분야가 그랬듯, 한국인들은 다시 일본을 주목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일본의 성공한 정책들을 잘 분석해 창조적으로 따라 해야 한다는 의미다. 일본을 분석해 따라 하려면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기에 우선 동기부여가 필요해 보인다.

 

일본의 중앙은행 일본은행은 21일 ‘2024년 10~12월기 자금순환 통계(속보)’를 발표했다. 일은 발표에 따르면, 일본 가계 부문이 보유한 금융자산 잔고는 작년 12월말 시점에서 2230조엔으로 집계됐다. 1년 전에 견줘 4.0% 증가한 수치로, 역대 최대 규모다.

 

새로 시행한 ‘소액투자 비과세제도(NISA)’와 지난해 주가 상승에 따른 주식평가이익이 주된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됐다. 가계가 보유한 금융자산 중 투자신탁이 136조엔을 차지, 무려 27.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투자신탁은 주로 일본 주식에 투자하는 집합투자기구(Fund, 펀드)로, 투자대상자산의 가격상승에 따른 수익을 추구한다. 그러니까 일본 가계 부문에서 펀드가 가장 크게 자산 증가에 기여했다는 얘기다.

 

투자신탁을 제외한 금융자산 중 주식이 9.5% 증가한 298조엔으로 집계됐다. 현금·예금은 총급여가 오른 효과로 0.6% 증가한 1134조엔으로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다만 현금은 105조엔으로 전년 대비 3.4%가 되레 줄었다.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외출 자제 등의 영향으로 현금사용이 줄었는데, 코로나19 종료 이후 물가가 오르면서, 그리고 할부구매가 진전되면서 현금자산 축소로 귀결된 것으로 분석됐다.

 

일본 사람들이 오른 근로소득을 일본 증권・채권에 투자하는 펀드에 가입한 것이다. 지난해 투자펀드 증가율이 27.4%라는 것이다. 한국 금융투자협회가 제공하는 통계를 보면, 한국도 펀드 총수탁고가 지난 2022년 830.1조원에서 2023년 924.8조원으로 11.4% 늘긴 했다. 하지만 2024년에는 증가율이 줄어든 것으로 관측된다. 요즘 한국인의 주식투자 대세는 해외주식 투자다. 한국 기업 투자는 눈에 띄게 줄고 있다.

 

한국의 경제활동인구(15~64세)에 속한 연령층 중 주택을 보유한 사람들은 대부분 저축이나 금융투자 여력이 없다. 장기담보대출로 주택을 구입했기 때문에, 원리금을 갚는데 여념이 없는 게 현실이다. 원리금을 갚아 대출잔액을 줄이는 게 그나마 저축과 엇비슷한 효과를 낸다.

 

경제활동인구의 상당수는 근로소득에서 공적연금(또는 국민・공무원・교원・군인)에 대한 사회보장기여금(보험료)을 납부한다. 이번에 보험료를 더 내고 연금을 더 받는 개혁이 됐는데, 소득과 자산의 기회비용 측면에서 볼 때 오른 보험료의 기회비용이 젊은 세대에게 훨씬 더 크다. 오늘의 현금이 같은 액수의 미래 현금보다 훨씬 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당연히 젊은 세대에게는 마뜩치 않은 개혁이다.

 

3040 세대는 소위 영혼까지 끌어모아 주택을 구입했지만, 구입한 주택 가치가 선배 세대만큼 보전될 지 의문이다. 게다가 30년 뒤 인구의 절반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사회의 어떤 성장동력이 자신이 영끌로 마련한 주택의 자산가치를 보전해 줄 것인지 막연하기만 하다.

 

일본은 합계출산률이 한국의 2배가 넘지만, 저출생 정책에도 진심이다. 사교육을 억제하고 부동산보다 금융투자로 자산을 형성하고 있다. 이것은 원인과 결과가 선순환 하는 알고리즘의 결과다. 부동산보다 금융투자가 장래 나에게 안정적인 노후소득을 제공할 것이라는 믿음, 나라의 부는 어떻게든 확대재생산 될 것이라는 신뢰, 쉽지 않지만 인구정책이 한국처럼 극단적인 실패로 귀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 등이 어우러진 결과다.

 

한국이나 일본, 미국 모두 공무원들은 열심히 일한다. 연금정책을 포함한 더 나은 국민의 노후대책, 지속 가능한 국가 재생산을 위해 더 나은 저출생 정책, 국민의 안정적 주거를 보장하고 적당한 자산가치를 유지하게 하는 부동산정책, 신뢰에 기반한 안정적 고수익을 보장하는 금융투자정책을 위해 야근도 마다하지 않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들 공무원들이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공무원들은 국민의 일원으로서 국가의 소액주주이긴 하지만, 엄청난 난제를 해결할 수도, 책임질 수도 없다. 기업으로 치자면 공무원들은 피고용 임직원들이다. 주식회사 대한민국에서 국가의 대주주는 소액주주들이 의결권을 모은 국민들이다. 이 대주주를 대리하는 대리인들을 우리는 정치인이라고 부른다. 주주(국민) 입장에서 정치인들은 이사, 공무원들은 직원이다. 대주주는 이사들에게 경영을 맡기고 책임도 묻는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이사들이 직원(공무원)들처럼 사고하고 행동한다. 잘못돼 가는 추세를 바로잡아야 할 아이디어는 꿈도 못꾼다. 아니 그런 일을 자기 일로 여기지도 않는다. 전략기획 기능이 사라진 주식회사 대한민국에는 주야장천 사규만 업데이트 된다. 급기야 사규를 전략이라고 여긴다.

 

전략 없는 정책(과 예산)의 결과가 저출생이고, 금융투자에 대한 최저 수준의 신뢰다. 물론 직원들(공무원)에게 맡기면 또 무슨무슨 정책(과 예산)이 뚝딱 나올 것이다. 언론사 홍보예산과 연구용역, 회의비용이 듬뿍 책정된 그런 정책 말이다. 그렇게 수십년이 흘렀지만, 문제는 악화일로다. 그런데도 그런 일을 여전히 전략기획이라고 부른다.

 

정치인들,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이사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인가. 그들은 왜 이사 급여를 받으면서 직원들처럼 행동하고 있는가.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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