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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개편 말 나오자…줄줄 쏟아진 공공기관들의 호소 ‘우회적 민영화‧일률적 평가’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국회 및 시민단체. 공공기관 관계자들이 모인 기재부 조직 개편 긴급 논의에서 기획재정부의 일률적인 기관 평가 및 우회적 민영화 등에 대한 그간의 우려들이 쏟아졌다.

 

이러한 논의는 오랜 기간 제기돼왔으나, 기재부 고유 사무 영역에 갇혀 제대로 알려지지도 않았던 논의들이다.

 

권한으로써 존재하는 기재부가 아니라 기능으로서 존재하는 기재부가 되려면, 현 기관 체제를 개편하면서 공공기관 관련한 지도‧감독 기능 역시 본 취지에 맞춰 개편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지난달 30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기획재정부 등 정부조직 개편 제언을 위한 긴급 집담회 – 공공기관의 공정한 정책 결정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가 열렸다.

 

◇ 기재부 개편, 멈추나?

 

알려진 바와 같이 기재부 조직 개편의 핵심은 기능에 맞는 적절한 권한 분산이다. 하지만 기재부 장관으로 예산 기재관료 출신(전 기재 2차관)인 구윤철 후보자가 지명되면서 기재부 개편이 물 건너간 거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 일각에선 지금은 내년 세제와 예산을 짜야 하는 시점인데 기재부를 쪼개면서 그런 일을 함께할 수 없으니 일단 장관과 기재 1, 2차관을 두고 반드시 해야 할 일을 하고 나서 기재부 개편을 순차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박홍배 민주당 의원은 “여러 정부를 거치면서 기재부에 너무 많은 권한이 집중되어 있다”면서 “기재부 장관이 이미 지명되어 기재부 해체를 위해 투쟁해왔던 많은 분들이 실망할 수도 있지만, 이번 정부 안에서 기재부 해체가 이뤄질 것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은 “조국혁신당은 기재부 해체를 당 강령으로 두고 있다. 지난 6월 4일에도 기재부 개혁3법을 발의한 바 있다”면서 “본 의원 역시 국회 기재위 소속 의원으로서 기재부 개혁의 필요성과 문제의식에 함께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 기재부의 과도한 상전 노릇

 

노동계와 공공기관, 시민사회 대표들은 공공기관 관련 기재부의 기능적 역할을 비판했다.

 

기재부는 공공기관의 효율‧효과성을 지도‧감독하는 역할을 맡지만, 오랜 기간 각 공공기관에 맞는 평가기준을 세우지 않고, 일률적 감독에 그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기재부도 이러한 비판을 모르지 않지만, 일 많고, 일할 직원 수는 적고, 시간도 부족한 기재부 입장에선 기존의 방침을 지키면서 일할 수밖에 없다고 항변해왔다.

 

하지만 이는 기재부의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이하 공운위)를 통한 강압적, 권위적 지도‧감독으로 이어졌고, 일부는 공공기관의 본래 역할과 기능에서 벗어나 우회적 민영화가 이뤄지는 가운데 민간에는 먹을 것, 정관계에는 퇴직관료‧선거공신 갈 자리 만든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전력연맹 최철호 위원장은 “기재부의 과도한 통제로 공공기관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게 만들어 놓은 채, 공공기관에 비효율과 방만이라는 누명을 씌워 구조조정과 우회적 민영화를 추진해 왔다”고 지적했다.

 

최 위원장은 “이번 집담회를 잘 정리해 새로 출범하는 이재명 정부의 정책에 잘 반영되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최현선 명지대 교수는 ‘이재명 정부의 공공기관 관리정책 방향’ 주제 발표에서 “공공기관에 대한 기재부의 통제적 경영간섭과 기관장·임원의 정치적 임용, 공공기관 개수와 규모가 커지고 있다”라면서 이로 인한 공공기관에 대한 일률적 운영·평가 방식과 공운법이 목적하는 자율·책임경영이 망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공공기관에 대한 국가 소유권 행사는 공익 중심의 장기적 가치 극대화를 목적해야 한다”며 OECD 공기업 지배구조 가이드라인과 미국, 영국, 프랑스 주요 국가들의 공기업 운영 방향을 소개했다.

 

이어 “공운위를 기존 기재부에서 대통령실 산하로 이관하고, 기재부 장관과 민간위원장을 공동위원장으로 하고, 국회, 경제, 법조, 학계, 노동계, 시민사회로 구성된 민간위원과 상임위원을 두어 공운위 중심의 수평적 구조로 개편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공공기관 보수위원회를 신설을 제안하며 공공기관 노동자의 단체교섭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수위원회 내 기재부, 공익위원, 산별노조가 참여해 산별·기관별 임금인상률을 결정해 최종적으로는 공공기관 유형별 노정교섭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공공기관 경영평가 제도 역시 매년 이뤄지는 상대평가 중심의 일률적 평가에서 기관 특성과 역할, 평가분야에 따라 평가의 방식과 주기, 성과보상의 방식을 다양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 교수의 말을 쉽게 풀자면, 문제 영역에선 정권과 기재부가 공공기관을 통제하는 장치인 공운위를 통해서 공공기관을 장악하고, 공신 인사와 민간에 밥 던져주기식 기능개편으로 공공기관의 공공성을 망가뜨리고 있다(우회적 민영화).

 

해법 영역에서 이걸 막으려면 통제장치인 공운위를 시민‧사회‧노동‧학계 등 다양한 구성원으 넣어서 어느 일방이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공공기관 내 성과보수체계 역시 기능에 맞는 성과평가방식, 노조와 공익위원이 참여하는 대등한 노정간 보수교섭체계로 바꾸자는 뜻이다.

 

덕성여대 조연성 교수는 이에 더해 ▲공공기관 성과관리원 신설을 통해 기재부의 예산기능을 두되 소유기능을 분리하는 방안 ▲연구형·의료형·기금형·위탁형 등 기능 중심의 공공기관 분류체계 도입, ▲고위공공기관직 인사정보를 사전에 공개하는 ‘플럼 북(Plum Book)’제도 도입 등의 개선방안을 제안했다.

 

플럼 북(자두색 책)은 미국 행정부가 발간하는 책인데 행정부 내 일정 직책, 직급 이상 인원의 명부 및 경력이동 사항을 담은 인사정보 책자이다. 미국 행정부는 이를 외부에 공개한다.

 

김형선 금융노조 위원장은 공공기관 내 노동-정부 교섭을 위한 최소한의 법·제도적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지난 2022년부터 2023년까지 ▲공공부문 노동자의 단체교섭 제한 철폐 ▲노사 당사자 간 자율적 교섭 보장 ▲총액인건비제도와 같은 간접적 교섭제한 수단의 개선 등을 권고한 바 있는데 이에 맞춰 공공기관별 특성을 고려한 교섭 틀, 공공기관 별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예산운용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참여연대 김은정 협동사무처장은 “현재 기재부는 인사 예산 등 거의 모든 부분의 결정권을 독점하고 있고 시민의 요구조차도 반영 않는 폐쇄적인 기조를 가지고 있다”라며 “시민사회 입장에서는 공공기관의 역할이 시민의 삶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그리고 시민의 목소리는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에 대해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남태섭 전력연맹 사무처장도 공운위를 대통령실 행정위원회 소관에 두고 공공기관 관리기능을 공운위에 맡겨 전문적 의사결정과 자율성·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면서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집에서 공공기관 정책 방향성이 명확히 드러나 있지 않다. 하지만 이제는 공공기관 관리정책의 개혁 방향이 나와야 하고, 변화될 정책 방향의 핵심은 공운위의 독립성과 대표성 확보”라고 건의했다.

 

이어 “내란 종식 이후 새정부가 출범한 지금은 기후위기와 디지털 전환 등 대전환의 시기이기도 하다. 공공서비스를 생산공급하는 공공기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 중요한 때에 재생에너지 확대, AI산업 등에서 공공기관 마중물 역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번 논의 내용들은 이재명 정부의 대선 공약 이행과 정부조직 개편을 위한 참고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 노동존중실천단장인 전현희 의원은 “노동존중실천단장으로서 공공기관 경영에 대한 기재부의 과도한 권한집중과 그로 인한 공공기관의 자율성·민주성이 침해되는 문제에 대한 고민이 많다”라며 “오늘 집담회 결과를 받아 공공기관 개혁에 참고하고 제도 개선에 활용할 수 있도록 여당 지부도 일원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논의는 국회 측 주관으로는 박홍배 의원(더불어민주당), 신장식 의원(조국혁신당)이 맡았고, 당내 노동존중실천단(단장 전현희 민주당 최고위원), 차규근 의원(조국혁신당), 전종덕 의원(진보당), 용혜인 의원(기본소득당), 한창민 의원(사회민주당) 등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을 제외한 각 당에서 의원 1명씩 주최에 나섰다.

 

이밖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도 주최 측으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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