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한국 여론지상에선 간혹 세금과 관련한 오해를 부풀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데이터를 일부만 편집해 오해를 불러일으키거나, 왜곡된 자료로 적극적으로 속이는 경우마저 있다. 한국의 소득세수가 낮은 이유는 명확하다. 일단 세금 자체도 잘 걷지 않고, 다자녀 고소득자에게도 상대적으로 많은 보조금을 뿌리며, 자본이득세도 제대로 걷는지 의문이다. 오해를 바로잡는 길은 정확히 아는 것이며, 완전하진 않지만 큰 그림을 아는 건 어렵지 않다. 주간 연재로 ‘한국 세금의 실태’를 파본다.
◇ 면세점, 주 원인 중 하나 ‘보조금’
개인 소득과 관련한 세금은 크게 소득세와 4대보험(사회보장기여금)이 있다. 아래 <표1>은 OECD 통계에서 개인소득세와 개인 4대보험금 수준을 추출한 것이다.
세율구조를 짤 때 누진구조는 부자에게 불리하다. 반면, 납부 상한선을 그으면 부자에게 유리하다. 표1을 보면 한국은 부자에게 불리한 소득세(누진구조)는 적게 걷는다. 납부 상한선이 있는 사회보험료는 중간 정도 걷는 모양새다. 그러나 전체 총개인소득세에서 소득세가 낮다보니 GDP 대비 10%도 못 넘는다.
근로소득세로 초점을 바꿔도, 한국의 저조한 세금 수준은 달라지지 않는다. 보통 이 이유에 대해 소위 전문가들은 좁은 세원, 낮은 실효세율을 말하곤 한다. 그리고 면세 구간, 세금을 안 내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소득세수가 저조하다고 주장한다. 아래 표3과 표4, 표5는 그러한 주장에 대해 다른 의견을 제시한다.
위의 표3에서 67%, 100%, 167%, 200%, 250%라고 쓰인 것은 저소득가구와 평균소득가구, 고소득가구를 표시한 것이다. 67%는 평균소득의 67%를 버는 가구, 100%는 평균소득 100% 버는 가구, 250%는 평균소득의 250%를 버는 가구를 말한다.
숫자가 붉은색 마이너스인 곳은 낼 세금보다 받을 세금이 더 큰 면세구간을 말한다.
이 표에서 볼 것은 한국은 자녀에 대한 세금 혜택(보조금)이 작다는 속설과 달리, 통계로 보면 자녀가 있는 가구의 경우의 상대적 실효세율 혜택이 낮지 않은 편이다.
한국의 실효세율 자체가 낮은 탓도 있겠지만 평균소득 100% 구간 2자녀 가구 실효세율은 3.86%로 평균 이상 소득이 가구에서 두 자릿수 세율이 아닌 나라가 없다. 아슬아슬하게 실효세율이 10% 초반에 걸친 나라도 없다.
그나마 위의 표는 소득세와 4대보험료를 포함한 총부담세액으로 산출했기에 실효세율이 저 정도라도 나온 것이다. 아래의 표4처럼 4대보험료를 빼고 실효세율을 뽑으면, 격차는 더 도드라진다.
국세‧지방세만 따로 추출해 실효세율을 뽑으면 한국의 소득세는 더 쪼그라든다. 독신가구 실효세율은 3.21~16.69%로 프랑스‧일본과 비슷해진다. 그러나 두 나라는 표2를 보듯이 4대보험 부담이 한국보다 월등히 높고, 비교군 가운데 한국보다 총실효세율이 낮은 나라가 없다.
그런데 독신가구는 괄호로 따로 산출한 실효세율이 없다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인 자녀 가구 밑에 괄호 표시는 국세‧지방세 실효세율에 보조금을 차감한 수치다.
표3과 표4를 보면 실효세율이 마이너스 구간이 된 곳(면세점 이하 구간)은 오로지 2인 자녀 가구에서만 발생한다.
그 원인은 보조금 때문이다. 가족 보조금(family benefit) 대다수는 가족수당 등 가족을 지원하는 돈을 말한다. 자녀가 없는 독신가구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한국은 2자녀 가구 평균소득 100% 구간까지 소득세 면제점 구간이 된다. 독일과 일본도 평균소득 100%가 면세점 이하 구간에 들어가지만, 한국처럼 –8.00% 가까이 보조금을 뿌려서 아예 마이너스 세율로 만드는 나라는 없다. 그렇지만 한국의 저조한 출산율을 생각하면 필요한 조치일 수도 있다.
때문에 단순히 면세자를 없애자는 주장은 타당성에 무리가 있다. 그 말은 자칫 자녀가 있는 저소득가구 혜택을 줄이자는 말도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고소득자 보조금은 이대로가 좋을까. 아래 표5를 보자.
표5를 보면, 한국은 고소득자에게도 상대적으로 많은 보조금 혜택을 주고 있다. 특히 평균소득 250% 이상 구간은 소득 때문에 자녀를 자녀 안 낳는 계층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지만, 출산율 회복을 위한 지원 필요성은 없다고 딱자르긴 어렵다.
그렇지만 한국은 다른 나라 고소득가구와 비교한 보조금 수준이 독보적이다. 평균소득 200~250% 구간에서 보조금으로 인한 실효세율 인하효과는 –3.98~-3.20%에 달한다.
다른 나라들은 고소득가구에까지 많은 혜택을 주는 게 온당치 않다고 보았는지 영국과 캐나다는 고소득 구간으로 넘어가면 보조금 지원을 끊는다. 다른 나라들은 고소득가구에 지원을 하더라도 보조금을 줄여 세금혜택을 줄인다.
벨기에, 이태리, 스웨덴이 상대적으로 고소득가구에도 보조금을 많이 주지만, 한국은 이들 나라와 워낙 소득세 수준 격차가 커서 비교하기에 무리가 있다.
◇ 주식‧부동산 등 자본소득의 문제
자본소득과세는 한국 소득세의 빈틈으로 지적받는 영역이다.
주택임대소득의 경우 소득파악률이 낮다고 지적받지만, 긍정적인 전망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국토교통부 주택임대차 정보시스템(RHMS, Rental Housing Management System)은 국토부의 건축물대장 및 임대등록자료, 행정안전부 재산세 대장, 국세청 월세 세액공제 자료, 대법원의 확정일자 정보를 취합해 임대차 시장에 대한 정밀한 분석에 나선다. 주택임대는 지난해 6월부터 신고의무대상이 됐다.
이에 대한 부정적 요인은 주택임대 의무신고 위반시 과태료가 높다고 하기 어렵다. 허위신고과태료는 100만원이고, 지연 미신고가 2~30만원(2년 초과) 정도다. 임대 고소득자들에게 과태료가 어느 정도 유효할지 지켜봐야 한다.
애써 소득파악이 이뤄졌어도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으로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양도소득세 감면 등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누수가 발생했다.
월세 과세체계에도 빈틈이 있다. 주요국들은 주택 월세에 대해 종합소득 합산과세를 한다. 한국은 2000만원 이하 주택임대소득은 분리과세 또는 종합과세를 선택하도록 예외를 만들었다. 12억 이하 1주택 임대는 비과세를 적용한다. 이는 다른 나라에 없는 감면제도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2023년 12월 펴낸 ‘주요국의 주택임대소득 과세제도 연구’에서 소액임대는 누진세 저율 구간에 두고, 적정 수준 공제를 두는 대신 종합과세로 전환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주택 월세는 전세‧보증금에 비하면 가벼운 문제일 수도 있다. 전세‧보증금은 한국 주택임대 과세의 가장 큰 허점으로 1~2주택자는 전세‧보증금에 대한 세금(간주임대료)를 내지 않는다. 3주택 이상부터 간주임대료 대상이 되긴 하지만, 소형주택 전세‧보증금은 과세 대상이 아니다. 3주택도 전세‧보증금 3억 공제 및 3억 초과 간주임대료 40% 공제가 적용된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2주택자 간주임대료 2027년 신고분(2026년 귀속분)부터 과세하게 되었으므로 어느 정도 조종이 이뤄졌지만, 소형주택 전세‧보증금 및 12억 이하 주택임대 간주임대료 비과세는 조정할 것을 제안했다.
주식 양도소득세는 아예 뻥 뚫려 있다. OECD가 지난해 2월 26일 발표한 자산 양도소득세 보고서(Taxing capital gains)에 따르면, 한국은 주식양도소득세 면세 국가다. 대주주 양도소득세가 있긴 하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과세대상이라고 비교할 수준은 못 된다.
반면, 호주, 캐나다, 칠레, 체코는 주식양도세를 다른 소득과 합쳐 종합과세한다.
오스트리아, 콜롬비아, 코스타리카, 에스토니아, 프랑스, 독일, 그리스, 헝가리, 아이슬란드, 아일랜드, 이스라엘, 이탈리아, 일본, 라트비아, 멕시코, 노르웨이, 폴란드, 포르투갈, 슬로베니아, 스웨덴은 별도 단일세율로 분리과세한다. 그렇다고 꼭 낮은 건 아닌데, 프랑스는 사회보장세와 소득세를 섞어 30% 가량 과세하고, 스웨덴도 30% 단일세율로 부과한다.
덴마크, 핀란드, 리투아니아, 스페인, 영국, 미국은 종합소득세보다는 낮지만, 누진적 자본이득세 체계를 갖고 있고, 영미 쪽은 단기 보유의 경우 개인종합소득 합산과세로 넘어간다.
주식양도세 면세국가는 벨기에, 한국, 룩셈부르크, 뉴질랜드, 슬로바키아, 스위스, 튀르키예 정도다.
해당 OECD 보고서는 자본이득은 소득 및 부의 분배 최상위층에 압도적으로 집중되어 있고, 자본 이득에 대한 우대 세율, 비과세 감면은 빈부 격차를 심화시킨다고 지적했다.
또한, 근로소득과 자본소득 간 세율 격차가 커질수록 고소득자가 유리한데, 고소득 경영자나 전문직 종사자들이 자신의 성과급을 스톡옵션 형태 등 자본 이득 형태로 받아 근로소득보다 월등히 낮은 세율로 회피할 수 있다. 한국‧미국 대기업 총수 중에는 월급을 한 푼도 안 받는 경우가 있다. 그들이 무보수 봉사하려는 것이 아니라 대가를 근로소득 대신 자본이득으로 받기 때문이다.
자본이득에 대한 과세가 적어야 거꾸로 시장을 활성화시켜 세금수입이 늘어난다는 주장이 있다(실현 탄력적인 경우). 거꾸로 과세가 높으면 거래가 줄어들어 세금수입이 줄어든다는 의미다. 이를 뒷받침하는 일부 실증연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한국의 경우 지난해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의 논리 중 하나였다.
반면, 2021년 미국 의회조사국 보고서에서는 세율을 1% 올려도, 차익거래 감소가 1% 미만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는 세율인상은 세금총수익을 늘렸는데, OECD는 최근의 연구경향은 실현 탄력성이 낮다는 쪽으로 결론이 나오고 있다고 보고했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장은 “근로소득에 비해 금융소득과 부동산임대소득은 차별적 혜택을 받고 있다”며 “조세형평성 차원에서 예외 없이 종합과세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라고 말했다. 경실련은 지난 3월 9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2026 세법개정안 건의서를 재정경제부에 제출한 바 있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는 “전반적으로 나아지고 있지만, 한국의 소득세는 주요국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라며 “소득재분배 차원에서 조세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정 교수는 “주식 양도차익은 면세가 아닌 과세대상으로 삼되 장기보유에 대해선 세금 혜택을 주고, 부동산 임대 비과세나 소득격차가 큰 연금소득 등 전체적인 개인 소득규모를 파악해서 적정한 세금을 과세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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