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이정욱 기자) 가덕도 신공항 건설 사업이 다시 한 번 갈림길에 놓였다. 대표 주관사였던 현대건설이 “7년 완공은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중도 이탈한 데 이어 포스코이앤씨까지 컨소시엄에서 발을 빼면서, 사실상 추진 동력이 크게 약화됐다.
국토부는 여전히 2029년 12월 개항이라는 원안을 고수하고 있으나, 업계에서는 최소 8~9년은 필요하다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이런 가운데 대우건설을 중심으로 한 재편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회사 측은 조건을 본 뒤 참여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
◇ 현대·포스코 이탈, 대우건설로 쏠린 관심
현대건설의 이탈은 업계와 지역 사회 모두에 적잖은 충격을 줬다. 국책사업의 주관사가 도중에 빠지는 경우는 드물다. 현대건설은 “안전과 품질을 확보하려면 최소 108개월은 필요하다”며 정부의 84개월 완공안에 선을 그었고, 이 과정에서 지역 언론과 정치권은 “책임을 회피했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하지만 건설업계 내부에서는 “과도한 조건을 감내하기 어렵다”는 현실론에 공감하는 분위기도 적지 않았다. 결국 현대건설의 선택은 부산 지역 여론에 부정적 파장을 남겼을 뿐만 아니라, 사업의 불확실성을 키운 계기가 됐다.
여기에 포스코이앤씨까지 이탈하면서 컨소시엄의 구심점은 완전히 사라졌다. 자연스럽게 대우건설이 새로운 중심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회사 측은 “조건이 합리적이라면 검토할 수 있다”는 원론적 코멘트만 내놓은 상태다. 무조건 참여하겠다는 선언은 없었으며, 조건 조정 없이는 현대건설과 같은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음을 시사한다. 결국 ‘대우건설 재편론’은 업계의 관측일 뿐, 공식 입장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 공기와 공사비, 풀리지 않는 난제
사업의 가장 큰 쟁점은 공기와 공사비다. 국토부는 여전히 84개월 완공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건설업계는 해상 매립, 연약 지반, 태풍 등 변수를 고려할 때 최소 8~9년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현실적으로 7년 완공은 불가능하며, 무리한 일정 단축은 안전사고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공정 기간을 둘러싼 문제를 넘어, 기업의 법적 리스크와도 직결된다. 최근 강화된 중대재해처벌법 환경에서 사고 한 번이 기업 존립을 뒤흔들 수 있는 만큼, 시공사 입장에서는 일정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
공기 연장은 곧 공사비 증액으로 이어진다. 장기간 해상 공사에는 안전관리와 품질 확보를 위한 추가 비용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정부는 아직 뚜렷한 조정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갈등이 장기화되고 있다. 현대건설의 이탈 배경에도 이러한 비용·리스크 부담이 자리했다는 해석이 나오며, 대우건설 역시 같은 현실을 피할 수 없다는 점에서 국토부의 조건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 정치적 상징성과 시장 논리 사이
이 사업의 또 다른 복잡성은 정치적 상징성이다. 가덕도 신공항은 노무현 정부 이래 부산·경남 지역의 숙원사업이자 현 정부의 대표 공약으로, 단순한 건설 프로젝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2030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 이후에도 정부가 2029년 개항 기조를 고수한 배경에는 이러한 정치적 명분이 작용했다. 하지만 명분만으로는 현실의 벽을 넘기 어렵다. 사업 조건이 현실을 외면한 채 유지된다면, 참여사 공백 사태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의 연이은 이탈은 국책사업도 결국 시장 논리를 무시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대우건설을 중심으로 한 재편론이 거론되고 있으나, 국토부가 공기와 공사비를 현실적으로 조정하지 않는다면 또다시 주관사 공백이 발생할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결국 공은 국토부에 넘어갔다. 안전과 품질을 담보할 수 있는 수정 조건을 제시할지, 아니면 무리한 일정을 고집할지가 향후 가덕도 신공항 사업의 성패를 결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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